IVARK GUARDIAN10 / 28
ARK GUARDIAN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 : B
[SCENE START]
도로시는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파에 몸을 깊이 묻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허한 눈동자로 먼 미래를 바라본다.
그리고 곧, 입가에 미소를 띈다.
··· ···.
후후.
진짜 싫다.
뭐가 그렇게 싫을까?
··· ···.
놀랐으면 놀랐다고 리액션 좀 해주면 안 될까?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못 들었구나? 노크도 했어.
그렇··· 군요.
릴리바이스는 도로시의 맞은편에 앉았다.
홍련과 대련했다며? 결과는 무승부고.
예. 그렇게 됐네요.
제법이야. 이제 제법 차기 리더 티가 나는걸?
당신을 보고 배운 거예요.
그리고 임시 리더잖아요. 차기 리더가 아니라.
···후후.
···??
··· ···.
!!
릴리스. 당신 설마.
길어야 반년. 격하게 움직이면 더 짧아질 수도 있대.
··· ···.
정말. 놀라면 놀랐다고 리액션 좀 해달라니까.
···방법은 없나요?
뭐··· 아무것도 안 하면서 얌전히 있으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럴 수는 없겠지.
당장 은퇴하고 쉬어요.
알잖아. 그럴 수 없다는 거.
··· ···.
모두에게 얘기할 생각인가요?
아니. 너한테만 이야기하려고.
···잔인하네요.
뭐, 차기 리더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스노우 화이트한테는 얘기하는 게 좋을 텐데요.
음··· 모르겠어. 말하는 게 맞는지.
같은 아픔을 두 번이나 겪게 할 생각이신가요.
···확신이 없어서. 그 아이가 이겨낼 수 있을지.
스노우 화이트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그날 이후, 많이 성장했어요.
후후. 내 눈에는 아직 다들 애라서.
저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너한테만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가끔씩은, 저도 아이 취급받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해해. 그럴 때가 있지.
아무튼 그렇게 알아둬. 일이 터졌을 때 잘 부탁할게.
지휘관이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요.
그 사람. 분명 가장 크게 망가질 거야. 지금은 덤덤한 척하고 있지만, 확실해.
··· ···.
후후. 갑자기 너무 큰 부담을 줘서 미안해.
언제는 안 그랬나요.
···그래서, 우리 차기 리더께서는 뭐가 그렇게 싫을까?
··· ···.
제가요.
···응?
제가 싫어서,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어요.
어머나.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 ···.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방주의 밀봉이 다 끝났을 때.
우리는 방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겠죠.
인류를 끝까지 지켜낸 영웅. 승리의 여신. 인류의 희망.
우리의 업적은 길이길이 남겠죠. 어쩌면 신화에 가까운 뭔가가 될지도 모르죠.
··· ···.
모든 사람을 구해내지도 못한 주제에, 방주에서 영웅 대접을 받겠죠.
저는 그 사실에 아주 만족하면서 살 거예요.
아, 우리의, 나의 싸움은 헛되지 않았구나. 하면서요.
그게 싫어요.
각자 원하는 보상은 다를 수 있어.
알아요. 그래도 싫어요.
그래서 대충 할 거야?
그럴 리가요.
그럼 됐어. 아무 문제 없어.
고마워요.
··· ···.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한데.
가버린다고요.
응. 그렇네.
··· ···.
죽지 마요. 릴리스.
··· ···.
나도 그러고 싶어.
도로시와의 이야기를 마친 후 릴리바이스는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스노우 화이트를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다.
스노우 화이트.
아, 언니.
무슨 일이야? 작전에 대해 뭐 이해 안 가는 거라도 있어?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 ···.
릴리스 언니. 괜찮아요?
···응. 당연히 괜찮지. 왜 그래?
아··· 그게 음.
어쩐지 평소때의 언니랑은 좀 다른 것 같아서요.
다르다니 뭐가? 아무것도 바뀐 거 없는데?
그··· 분위기라던가 뭐 이런 것들이···.
··· ···.
자, 나 봐봐.
어··· 예.
괜찮아 보이지?
··· ···.
헤헤. 예. 언제나와 똑같은 릴리스 언니네요.
그렇지?
릴리바이스는 스노우 화이트를 꼭 끌어안는다.
어? 어어?
언니 걱정도 다 해주고, 우리 스노우 화이트 다 컸네?
으이구 이뻐라. 문질문질문질~
하, 하지 마요. 어린애도 아니고.
어린애가 아니라고? 그럼 이렇게 작고 귀여운 건 뭐야?
하, 하지 말라니까요~
아하하. 하하하하.
스노우 화이트.
나는 죽어.
···아. 스트레스가 한 번에 다 날아갔네.
걱정 많은 우리 스노우 화이트는 어서 자요. 알겠죠?
···예.
그래. 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
스노우 화이트가 걸어간다.
··· ···.
아, 릴리스 언니.
···응? 왜?
호,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꼭 얘기해줘야 해요. 알겠죠?
언니는 항상 무리하니까.
응. 물론이지.
스노우 화이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복도 너머로 사라진다.
릴리스는 얼굴을 감싸 쥔다.
아···.
아아···.
죽기 싫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