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RK GUARDIAN18 / 28
ARK GUARDIAN
진짜 적 : B
[SCENE START]
지휘관은 눈을 뜬다.
V.T.C.의 사제가 맞은편에 앉아 있다.
···음. 단단하게도 묶어놨군.
진정제도 투여했습니다.
뭔 코끼리라도 잡냐.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정제를 맞은 인간의 의식 수준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이게 뭔 지랄이지?
지휘관님의 혈액을 연구해, 언체인드를 양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피 많이 뽑으면 죽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뽑을 테니 걱정마시길.
그냥 내가 조금씩 줄게.
샘플의 수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으면 여러모로 곤란합니다.
그··· 네가 지금 뭐 때문에 눈이 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갓데스의 지휘관이야.
지금 방주 밀봉 동안 입구를 지키는 작전을 수행 중이고.
그거 안 하면 수천, 수만 명이 죽을 수도 있어.
그렇습니까.
··· ···.
관심없구만?
예.
어차피 인류는 졌습니다. 주요 인원은 이미 1차 밀봉 때 방주로 모두 내려갔습니다.
사실 방주가 유지되는 데는 1차 때의 인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3차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아둔한 민중들을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차까지?
4차랑 5차는 어디 갔어.
··· ···.
하 이것들 3차로 끝낼 생각이네.
예. 랩쳐는 헬레틱 양산화까지 시작했습니다.
더 시간을 끌면 방주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방주의 시민들]을 지켜야 하니까요.
선심 쓰셨네. 아주 자애로우셔, 우리 V.T.C.는.
감사합니다.
갓데스를 잃을 수도 있다.
··· ···.
···그것까지 상관없다?
기술은 발전하는 법입니다.
이미 스펙 상으로는 페어리 테일 모델의 턱밑까지 쫓아간 세대가 완성되었습니다.
스펙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믿는 멍청이가 여기 있었네.
이미 진 전쟁. 패배하여 지하로 내려가는 인류.
우수한 이들은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반격을 위한 미래를 말이죠.
지휘관님의 헌혈은 그 초석 중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 ···.
됐고, 부하 1과 더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 대가리 불러와.
급이 좀 맞아야 대화가 통하던가 할 것 아냐.
상부. 아니, 최상부에게까지 허가를 받은 일입니다.
오··· 그 뭐냐. 니들이 성하라고 부르는 그 양반까지?
예.
정신 나간 사이비 새X들 진짜.
말씀을 가려주시길.
엿같은 소리하고 있네. 야. 너 같으면 피 주머니 될 팔자에 말씀이 가려지겠어?
그건 그렇습니다.
풀어. 날 내보내.
안 됩니다.
사인 해줄게.
됐습니다.
좋아. 인심 써서 사진까지.
됐습니다.
그럼 뭐. 지휘관과의 식사권이라도 줘야 돼?
필요 없습니다.
푸슉-
저, 실례합니다 사제님.
···무슨 일이십니까. 여긴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큰일이 나서.
뭡니까.
중앙 정부 병사가 V.T.C. 사제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V.T.C. 여사제의 표정이 구겨진다.
···뭐라고요?
관계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다녀와서 말씀 계속 나누시죠.
왜. 성하께서 서거하시기라도 했나? 그 양반 명줄이 간당간당해 보이긴 하던데.
··· ···.
오. 진짜야?
거봐. 착하게 살아야지 응? 그렇게 죄짓고 사니까 천벌 받는 거 아냐.
V.T.C. 여사제가 굳은 표정을 한 채 병사와 함께 방을 나선다.
푸슉- 푸슉-
문이 열리고 닫힌다.
지휘관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V.T.C. 여사제의 언성이 높아진다.
점점 높아진 언성은, 거의 고함을 지르는 수준으로 바뀐다.
지휘관은 당장에라도 밖에 나가서 놀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문밖이 조용해진다.
우두둑-
그때, 문 너머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익숙하다. 용병 생활 때 자주 들었던 소리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다.
푸슉-
문이 열린다.
중앙 정부 병사가 걸어들어와, 지휘관의 앞에 선다.
···뭐야 넌 또.
··· ···.
저 기억 나십니까?
··· ···.
그때 복도에서 봤던 소대장이군.
오···!
구해주러 왔나?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대장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금방 풀겠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너 뭐야.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본부에서 이곳에 파견 나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휘관이 이곳으로 왔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나 할 겸 찾아뵈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문 너머에서 지휘관과 사제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너 여기 올 정도면 V.T.C. 쪽 사람인 거 아냐? 그것도 중증, 아니아니 열혈 신도.
맞습니다. 세례명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제 목을 돌려버리면 어떡하냐.
갓데스가 제 신앙 이상이니까요.
··· ···.
다 됐습니다. 일어서실 수 있겠습니까?
크으··· 으으윽···! 젠장···! 온몸이 쑤시는군.
···대단하십니다. 그 몸 상태로···.
가시죠. 부축하겠습니다.
이 앞으로 가면 격납고입니다. 제가 타고 온 ATV가 있는데, 그걸 사용해 주십시오.
···그래. 부탁하지.
쿵쿵쿵쿵쿵-
먼 곳에서 발소리들이 들린다.
···이제 들킨 건가. 아무리 지들 세상이라지만 경계가 너무 허술하네.
10명 이상. 발소리가 큰 걸로 봐선 무장 상태다.
이봐 소대장. 남는 총 있어?
권총이라도 상관없어. 나 백발백중이거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소대장이 품을 뒤적인다.
여기. ATV의 키입니다.
···이걸 왜 나한테 줘.
··· ···.
···너 인마.
서둘러 주십시오.
됐고 총이나 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여기 있는 것들 다 잡는 건 일도 아냐.
V.T.C. 주요 시설 중 한 곳입니다. 무인 병기는 물론 니케도 다수 있습니다.
지휘관이 무적이라는 건 알지만, 배에 구멍이 채 메워지지도 않은 상태에선 무립니다.
나 멀쩡한데. 보면 알거 아냐.
땀을 엄청 흘리고 계십니다. 낯빛도 흙빛입니다.
··· ···.
··· ···.
갓데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갓데스에는 지휘관이 필요합니다.
인류를 부탁합니다. 지휘관.
··· ···.
그래. 맡겨라.
소대장이 경례한다.
인류를 위해 싸워준, 갓데스 스쿼드에게 감사를.
지휘관이 경례한다.
소대장이 뒤로 돌아 달린다.
꺾인 복도로 사라진다.
총성이 울려 퍼진다.
지휘관은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전력으로 이끌며 달려갔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