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RK GUARDIAN26 / 28
ARK GUARDIAN
아크 가디언 : A
[SCENE START]
흐으으읍--!!
홍련의 검격이 양산형 헬레틱의 몸통을 파고든다.
하지만 중간에 막힌다.
치잇···!
검을 빼낸 후 마구 휘두른다.
양산형 헬레틱은 모든 검격을 맞아가며 빔을 내뿜는다.
가까스로 피하는 홍련. 하지만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하아···! 하아···!
양산형 헬레틱이 천천히 홍련에게로 걸어간다.
그 모습이, 홍련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농락할 셈인가, 네 이놈--!!
발악하듯 달려드는 홍련.
양산형 헬레틱은 팔로 검을 막아낸 후, 빔을 내뿜는다.
홍련이 바닥을 구른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난다.
아직···! 아직이다···!
내 검은··· 천지 만물을 베야 하는 검···!
네놈 같은 것 따위에게 막힐 검이 아니다···!
도약한다. 검을 내려친다.
텁-!
양산형 헬레틱의 양손에 잡힌 검을 보고, 홍련은 허탈감을 느꼈다.
어째서···.
빔이 뻗어 나온다. 홍련은 다시 뒤로 나동그라진다.
커흑···!
어째서··· 벨 수 없는가···.
어째··· 서!!
아찔해지는 의식 속에서, 홍련은 생각한다.
왜 벨 수 없는가.
나는, 왜 베려고 하지?
강해지기 위해.
왜 강해지려 하지?
··· ···.
아아. 그래. 언니를 위해.
언니의 바램을 이뤄주기 위해.
련··· 강해져야 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도록···.
언니는 강했지.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었지?
홍련은 고개를 든다. 양산형 헬레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장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붉은색 꽃잎을 본다.
그것이 실존하는지, 환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홍련은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떠도는 붉은색 꽃잎을 지긋이 바라본다.
자유롭군.
여유롭고.
··· ···.
그래. 마치 언니 같아.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고, 언제나 자유롭고 여유로웠지.
나는 그것이.
그리도 강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 ···.
···그렇게 되면 그만인 일.
홍련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비운다.
머릿속의 정보가 재정립된다.
가벼운 사고 전환.
하지만 홍련의 경우에는.
··· ···.
호오. 그래. 이런 풍경이었군. 전장이란.
그리고, 검의 무게가 이리도 가벼웠던가.
좀 더, 극의에 가까워진 상태로의 승화와도 같았다.
자, 오게나.
양산형 헬레틱이 빔을 내뿜는다.
홍련은 몸을 살짝 틀어 공격을 피한다.
강한 공격은 받아낼 것 하나 없고.
양산형 헬레틱이 접근한다. 육탄전을 걸어온다.
까다로운 공격은 피하거나 흘리면 될 일.
뻗어오는 주먹을 칼등으로 흘려보낸다.
자세가 무너진다.
홍련은 화무십일홍을 역수로 잡은 후.
양산형 헬레틱의 코어에 찔러 넣었다.
힘 뺄 필요 없이 약점을 정확히 노린다면.
검을 빼낸다.
납도 후, 자세를 숙인다.
단숨에 벤다.
양산형 헬레틱의 머리가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절대 질 일은 없는 법.
카가가가가각--!!
수십번의 검격이 양산형 헬레틱을 조각낸다.
바스러지며 사라진다.
··· ···.
달칵.
검이 검집으로 들어간다.
이리도 쉬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언니에게 감사해야겠군. 그리고 릴리스에게도.
홍··· 련?
오. 도로시 왔는가.
당신··· 맞아요? 그리고 이걸 혼자 잡은 건가요?
그렇다네.
··· ···.
사고 전환이 온 모양이군요.
그런 모양일세. 불같던 마음이 흔적도 없이 사그라든 걸 보니 말일세.
기억은 다 나나요?
그래. 모두 기억나네.
후후. 자네에게 그리도 시비를 걸었던 것이 똑똑히 기억나.
··· ···.
적응이 쉽지 않은가?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네만, 자네는 그렇지 않겠군.
차차 적응하도록 하고, 일단은 이 전장을 정리함이 어떻겠나.
··· ···.
좋아요. 그렇게 하죠.
잘 부탁드려요. 홍련.
뭘 새삼스럽게.
하아···! 하아···!
릴리바이스는 허리를 숙인 채 호흡을 가다듬는다.
꿈틀대는 뭔가를 발로 짓이긴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양산형 헬레틱들을 바라본다.
으··· 아악···!
눈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닦아내지만 계속 흘러나온다.
릴리바이스는 끝을 직감했다.
그 상태로··· 둘을··· 혼자서 잡다니···.
하··· 하하···. 역시, 넌··· 내···.
쿨럭, 쿨럭!
릴리··· 스···.
이제 진짜··· 그만해라.
이제··· 쉬어.
쿨럭! 크흠···!
아직··· 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부탁이다. 이제 그··· 만···.
지휘관이 정신을 잃는다.
···지휘관.
··· ···.
릴리바이스는 지휘관을 둘러업는다.
챠락-
지휘관의 군번줄이 바닥에 떨어진다.
릴리바이스는 그것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대로 두고 방주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릴리바이스는 주위를 둘러본다.
의무실이 보인다.
발걸음을 옮기려다, 멈춰 선다.
모두 방주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는다.
지휘관은 지금 위험하다.
이곳의 시설로는 치료할 수 없다. 니케에 최적화 된 시설이다.
당장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휘관은 죽는다.
··· ···.
릴리바이스는 지휘관의 얼굴을 바라본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참는다.
발걸음을 서두른다.
방주의 입구로 향한다.
수많은 인파 속, 자신을 알아보고 병사가 다가온다.
릴리바이스 소령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혹시 주요 인사용 통로가 있을까요?
방주로 가는 통로요.
예? 그, 그런 건 없···.
··· ···.
··· ···.
병사가 릴리바이스가 둘러업고 있는 지휘관을 본다.
이상한 색으로 변한 얼굴, 비 오듯 흐르는 땀.
병사는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알아챘다.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면 소동이 일어날 테니, 조용히 와주십시오.
고마워요.
거대한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릴리바이스는 착잡함과 미안함을 느꼈다.
병사를 따라 간 곳엔 10인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셋이 미리 탑승한 상태다. 그들의 눈이 커진다.
릴리바이스는 그 시선들을 무시하며 엘리베이터 안에 조심스럽게 지휘관을 눕혔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령님.
아직 더 와야 출발하나요?
···아뇨.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이 사람을 부탁해요.
책임지고 살려줘요. 할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
믿을게요.
릴리바이스가 물러선다.
병사가 지휘관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다.
··· ···.
안녕.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