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RK GUARDIAN15 / 28
ARK GUARDIAN
상처 입은 영웅들 : A
[SCENE START]
···허억···!
스노우 화이트는 병실에서 눈을 떴다.
몸을 더듬는다. 아무렇지도 않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 ···.
나··· 왜···.
무슨 일이···.
찌릿. 하면서 스노우 화이트의 머리에 통증이 찾아온다.
스노우 화이트는 머리를 감싸 쥔다.
···아.
아아··· 아아아아···.
생생한 기억이 떠오른다.
더··· 있잖아···.
검은 헬레틱들이 착지한다.
쓰러진 릴리바이스를 둘러싸듯 자리를 잡는다.
한참 동안 릴리바이스를 내려다보던 검은 헬레틱들이 동시에 손을 뻗는다.
아아아아--!!
스노우 화이트가 발악하듯 탄환을 쏟아붓는다.
미사일은 사용할 수 없다. 릴리바이스가 말려들 수도 있다.
틱. 틱. 틱.
탄환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스노우 화이트는 탄창을 꺼내 재장전을 시도한다.
투욱-
떨리는 손은 탄창을 제대로 잡고 있지 못했다.
탄창은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은 탄창은 없다.
스노우 화이트의 시선이 탄창 쪽으로 향한다.
주워야해.
주워서, 재장전한 다음, 저것들에게 쏴야 해.
하지만 스노우 화이트는 탄창 쪽으로 손을 뻗지도,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고개를 들면, 검은 헬레틱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았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도망가고 싶다.
아, 으으.
잡아야, 잡아야 해. 잡아야···.
바닥을 보고 있던 스노우 화이트의 시선 끝에, 검은 헬레틱의 발이 들어온다.
내 쪽으로 온다.
떨리는 눈동자와 고개를 위로 든다.
검은 헬레틱 중 하나가 자신에게로 걸어오고 있다.
스노우 화이트는 주저앉았다.
으··· 아아···.
초월적인 화력. 압도적인 재생 능력.
강대한 적.
쓰러져 있는 릴리바이스. 쓰러져 있는 라푼젤.
내가 해야 해.
스노우 화이트는 마음속으로 수천 번을 되뇌인 다음, 땅을 박차고 일어난다.
탄창을 집고, 재장전한 다음, 머리를 겨눈다.
그리고 그 순간. 스노우 화이트는 검은 헬레틱의 얼굴을 본다.
가려져 있었지만, 붉게 변한 눈과 감정 없는 표정이 희미하게 보인다.
지금껏 수없이 봐왔던, 함께 싸워왔던 동료들과 같은 얼굴.
스노우 화이트는 검은 헬레틱을 [한때 아군이었던] 존재로 정의해버렸다.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당기지 못했다.
흐, 흐으···.
당겨라. 당겨라. 당겨라.
방아쇠를 당겨라.
릴리스 언니와 라푼젤을 구해야 해. 당겨라.
당··· 겨···! 당기라··· 고···!
퍼-엉-!
검은 헬레틱의 머리가 터진다.
···어?
눈앞에 서 있던 공포와 연민의 대상이 쓰러진다.
그 건너편에는 붉게 물든, 새하얀 꽃이 있었다.
···스노우 화이트.
언··· 니···.
스노우 화이트.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붉게 물든 하얀 꽃이 바람에 흩날리듯 춤을 춘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검은 꽃이 꺾인다.
검은 꽃잎이 찢어지고, 떨어져 나오고, 꽃대가 부러진다.
스스스스스스--
미지근한 바람이 스노우 화이트를 스친다.
바닥을 바라본다.
검은 꽃잎들이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붉게 물든 하얀 꽃을 본다.
새하얀, 아름다운 릴리바이스.
그 새하얀 꽃은, 언제나처럼.
후우, 후우. 스노우 화이트. 괜찮아?
··· ···.
조금, 후. 조금 걸렸지만, 다 정리했어. 어디 다친데 후우, 없지?
···언니.
그래. 여기 있어.
죽지 마요.
··· ···.
응.
스노우 화이트는 머리를 더욱 강하게 감싸 쥔다.
으··· 으윽···!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머저리같이 재장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누군가가 구해주길 바랬을 뿐이다.
나약한 자신을 보듬고 지켜주던 붉은 늑대는 이제 없다.
나약한 자신을 보듬고 지켜주던 하얀 꽃은 이제 시들어간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간.
검은 헬레틱의 얼굴이 떠오른다.
무표정하지만, 언제나 가까이에서 봐왔던 얼굴.
스노우 화이트는 확신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은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스노우 화이트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고요한 병실은 얕은 신음소리와,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소리로 가득 찼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