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ROJECT MATIS08 / 28
PROJECT MATIS
세계가 부서지던 날
[SCENE START]
매, 맥스웰···!
나 잘 할 수 있겠지?
뭐야, 왜 이렇게 떨어.
어차피 보고서 준비는 다 됐고.
그냥 네가 만든 설계도를 발표하고 사장님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누가 그걸 몰라? 그래도 떨린다는 거잖아.
너 어차피 후계 안 노릴 거라며.
그럼 굳이 잘 할 필요 없잖아?
그, 그래도··· 아버님이 보고 계시니까.
그럼 네 아버지한테만 잘 보이면 되겠네.
다른 놈들은 필요 없잖아.
그건··· 그렇네···?
아버님한테만···.
그게 더 떨리는데?!
아으···.
그럼 그냥 나만 보고 말해. 어차피 나도 저 안에 들어갈 거니까.
그, 그래! 그게··· 제일 나을 거 같아.
후우···.
준비됐어?
으, 응···.
슈엔. 걱정하지 마.
너 잘했어. 다 잘 될 거야.
···응!
그럼 들어가자.
슈엔이 결연하게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지잉-
발표의 시간이었다.
소녀는 그날을 기억했다.
메이드인 척 스파이를 하고 있었다니.
겁도 없군.
라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메이드가 스파이라는 명목으로,
아버지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 날을.
그날 아버지가 소녀를 바라봤던 그 눈을 기억한다.
네 메이드는 스파이 혐의가 있어 즉결 처분했다.
조금 더 있었으면 분명 널 인질로 잡고 협박해 오려고 했겠지.
저를··· 인질로 잡으려고··· 했다고요?
내가 대신 처분해주는 건 이번까지야.
다음엔 네가 직접 해야만 해.
미실리스의 핏줄로 살아가려면 이 정도는 익숙해져야지.
제가··· 직접···.
라라를···?
할 수 있겠지?
가치를 재는 눈.
소녀의 반응을 지켜보는 눈.
그래서 소녀는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지엔의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라라는 스파이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걸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건 분명.
아버지가 소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테니까.
히어로 니케라···.
그렇기에 소녀는 또다시 아버지의 눈이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치를 재는 눈이 소녀의 히어로 설계도를 바라본다.
히어로의 가치를 가늠한다.
눈에 이채가 서린다.
소녀는 확신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러 눈을 돌렸다.
생각보다··· 더···.
드물게 놀란 듯한 지엔의 표정이 보인다.
흥미로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사회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소녀는 마지막으로 맥스웰을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그렇기에 소녀는 확신했다.
성공이다!
형편없군.
···네?
소녀가 다시 아버지의 눈을 바라본다.
고작 이걸 만들겠다고,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고?
차게 식어, 냉정해진 눈.
하하. 히어로 니케라니···.
이런 어린애의 장난 놀음 같은 걸···.
그 눈에 경멸이 담긴다.
CEO 자리에 욕심이 생겨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결국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구나.
그, 그게 아닌···.
그걸 위해 기껏 치프 엔지니어까지 붙여줬건만···.
기업 전체의 시간도 모자라, 인력 낭비까지 시켰네.
무슨 그런 말을···!
···죄, 죄송···.
치워.
네?
안 들려?
저리 치우라고.
죄, 죄송··· 합니다.
소녀, 슈엔이 떨리는 손을 들어, 제출한 태블릿을 끌어내렸다.
슈엔···.
··· ···.
지엔, 기사를 내보내라.
에블라 입자 정화 장치가 강화되어, 지상 전역에서 블라블라 통신조차 가능해졌다고.
중앙 정부에게 무상으로 이 기술의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예. 그러죠.
쯧. 이딴 걸 기다리느라, 생각보다 더 많은 걸 내놓게 생겼군.
!!
슈엔이 고개를 숙인 채, 황급히 뒷문으로 걸어나갔다.
까득-
맥스웰이 엔메 쪽을 쏘아보며 이를 갈고는, 서둘러 따라나갔다.
··· ···.
엔메가 그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
소녀는 복도를 뛰어갔다.
어디든 좋았다. 부끄러운 자신을 어디든 숨기고 싶었다.
그래서 소녀는 익숙한 그곳으로 달려갔다.
3층 복도 끝.
열악한 환경 탓에 아무도 찾지 않는, 휴게실.
소녀의 아지트.
메이드를 잃었던 소녀가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도망친 곳이자,
끼익-
슈엔.
맥스웰을 처음 만났던 곳.
역시 여기 있었구나.
그날도 오늘처럼, 숨어 있는 소녀를 찾아와서,
케이크를 내밀고 위로해 줬었다.
왜 여기 있어, 나가자.
일단 내 연구실로 가서···.
하지만 오늘은 싫었다.
다가오면 누구라도 가시로 찌를 것 같았으니까.
들어오지 마!
나가.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있으면 뭐해. 나가서 케이크라도···.
나가라고! 꼴도 보기 싫어!
!!
다 너 때문이야!
왜 나한테 다 괜찮을 거라고 했어!
맥스웰이 그랬잖아. 다 잘 될 거라고 했잖아!
슈엔···.
어린애··· 같은 생각 같으면 말해줬어야지. 안 될 거라고 했어야지!
네 시간을 뺏는다는 소리까지 듣고···.
아, 아버님이··· 아버님이 나를···!
···그래. 맞아.
다 내 탓이야.
!!
···맥스웰?
미안해. 내가 사장님의 의도를 몰랐어. 너무 안일했던 게 맞아.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해.
아, 아니··· 그게··· 아닌···.
여기 너무 오래 있진 말고. 감기 들라.
···맥스웰.
먼저 간다.
맥스웰이 떠나갔다.
··· ···.
미안해··· 흑···! 미안해··· 맥스웰.
소녀는 익숙한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울었다.
부서진 세계를 끌어안은 채.
그 소리를 모두 들으며, 맥스웰은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계산해도, 지금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제기랄.
슈엔은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