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ROJECT MATIS26 / 28
PROJECT MATIS
괴물 : A
[SCENE START]
방주의 시민 여러분들, 오랜만이야.
프로젝트 발표 이후, 몇 개월만이지?
그동안 프로젝트 메티스에 대한 여러 가지 시끄러운 소식들을 모두 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좋은 소식만을 전하지 못했던 건 정말 유감이지만,
그만큼 우리 프로젝트가 핫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부디 양해해주길 바래.
자, 그럼 그만큼이나 관심이 뜨거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내가 왜 여기 나와있을까?
드디어 그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겠지?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소개할게!
우리 미실리스 인더스트리의 첫 번째 히어로 니케!
라플라스를!
히어로~ 등장!
환호 속에서 라플라스가 무대 위로 멋지게 착지했다.
방주의 시민들이여, 만나서 반갑다! 라플라스라고 한다!
모두에게 다시 니케가 히어로라고 불릴 수 있도록!
앞으로 방주는 우리 메티스가, 최강의 히어로인 내가 반드시 지켜내겠다!
들었지? 이 멋진 목소리를!
앞으로도 미실리스 인더스트리는,
그리고 나 슈엔은!
새로운 성능의 니케.
방주를 구원할 새로운 히어로를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할 거야.
그러니 새로운 메티스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지원하도록 해.
프로젝트 메티스는 언제나, 새로운 히어로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컨퍼런스 홀을 가득 메우는 박수 소리와 함께,
슈엔과 라플라스가 무대 위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빛났다.
그 모습에서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는 휴게실에 숨어 우는 어린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정말 다 컸네.
멋지다. 우리 꼬맹이.
그 모습을 보며 맥스웰도 환하게 웃었-
매, 맥스웰···!
맥스웰은 뒤를 돌아보았다.
나, 나 좀 살려주게···!
무슨 일인···.
슈엔이···!
슈엔이 우리를 모두 죽이려 하고 있네···!!
···뭐?
하하! 맥스웰, 봤어?
다들 라플라스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거!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야.
이제 두 명 정도만 더 모아서 스쿼드로 만들면 다시는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
···슈엔.
응?
··· ···.
뭐야. 사람 불러놓고 표정이 왜 그래.
···솔직하게 대답해.
뭘 말이야?
너.
그 알약 어떻게 했어?
무슨··· 알약?
2차 생성 바디를 실패하게 만든 알약. 내가 너한테 가져다 준 거.
너 그걸로 뭐 했어.
하긴 뭘해~ 말했잖아. 이사회 놈들 협박하는데 썼···.
협박하려고 먹였어?
이사회의 임원들한테?
!!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걔들한테···.
그래서 먹였어, 안 먹였어!
맥스웰···?
뉴스에 났던 전신 화상으로 죽은 임원.
그 일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어?
다, 당연히 없···.
삑-
펜 형태의 기계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가 알려줬잖아.]
[증거 없이 사람을 어떻게 녹여버릴 수 있는지.]
[나도 그걸 똑같이 이용해준 것 뿐인데. 왜?]
···!!!
이래도 아니야?
매, 맥스웰···.
왜 그런 거야···?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어떻게 사람한테··· 그런 약을 먹일 수가 있어!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면서···! 그런 잔인한 일을 할 수 있어!
잔인한 짓은 쟤들이 먼저 했어!!
뭐···?
그럼 어떻게 하라고.
내가 먼저 밟지 않으면 저것들이 계속 내 거에 불을 지르는데,
내 프로젝트를 망치려고 하고, 심지어 연구소에 불을 질러서 네가 죽을 뻔까지 했어···!
라플라스가 없었으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고!
그런데도 내가 가만히 있어야 해?
···슈엔.
나도···! 나도 빼앗기기 싫어서 그랬어.
더는 내 소중한 걸 다 잃어버리고 질질짜는 걸 그만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진 않아!
!!
내 것을 빼앗긴다고 해서··· 소중한 것을 위협한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선택을 하진 않아.
인생을 비참하게 살았다고,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진 않아.
다른 방법을 찾아. 다른 선택을 한다고!
쉽게 말하지 마.
걔들이 어떤 놈들인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망하게 하려고 달려드는 놈들인데···!
쟤들이 내게 했던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의 힘으로 짓누르지 않으면···!
저녀석들은 또 나를, 너를, 라플라스를! 집어 삼키려고 했을 거야. 죽이려고 했을 거라고!
아버님처럼 무섭게 짓누르지 않는 이상, 계속 나를 무시하고 얕보면서 모든 걸 망치려고 했을 거야.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써보긴 해봤어?
···뭐?
전부 가정일 뿐이잖아.
전부 네가 혼자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 아니야?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었다는···!
넌 이제 더 이상 휴게실에서 숨어 울던 힘없는 어린 애가 아니야!
미실리스의 CEO라고!
!!
누군가의 약을 바꿔치기해서 몰래 먹일 수 있는 그 힘으로!
그들을 제압해 놓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방법도 충분히 있었을 거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테지만, 분명히 가능했을 거야.
이런 시도를···! 생각을 해보기라도 했어?
그건···.
그럼 넌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야.
그게 가장 쉽고, 효율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한 거지.
!!
아니야?
나, 나는···.
슈엔. 효율이 좋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건···.
괴물이야.
!!
네가 그렇게 끔찍해하던 괴물이나 하는 짓이라고!
괴물···?
너 지금 나한테 괴물이라고 했어?
네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네가 어떻게 나한테 괴물이라고 할 수 있어. 어떻게!!
너도 그랬잖아. 내가 이사회 앞에서 권력으로 찍어 누를 줄도 안다고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이제와서 뭐라고 해.
난 전부 너희를 위해서 그랬던 건데. 다시는 네가 다치는 걸 보기 싫어서 그랬던 건데!
슈엔··· 너···.
왜 다 내 잘못만 있다고 말해. 넌 날 다 봐왔으면서,
내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네가 나한테 비난을 할 수 있어.
어떻게 전부 다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냐고!!
이미 사람을 죽였다는 것부터 잘못을 논할 수 없는 단계가 된 거야.
왜 그걸 몰라!
그럼 넌 내가 다 빼앗기고, 잃어버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천치 등신으로 남았어야 했다는 거야?
그런 말이···!
그럼 뭔데.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데!
넌 정말 이 일에 단 하나도 후회가 없어?
사람을 죽인 일이야. 슈엔.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 조심해. 내가 직접 죽인 적 없으니까.
살인교사도 살인이야!
아니! 난 살인교사도 한 적 없어. 그냥 약을 먹이라고 시켰을 뿐이야.
그게 어떻게 살인이 돼?
···뭐?
난 충고했어. 외부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런데 걔가 그걸 지키지 않은 거야. 방아쇠를 당긴 건 그 놈, 자신이라고!
··· ···.
순간, 맥스웰은 과거 어떤 순간이 떠올랐다.
미실리스에서 태어난 건 모두 그렇지.
괴물이거나 괴물이 되다만 것들 뿐이야.
작은 것이라고 다를 것 같아?
그래? 어디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네가 작은 것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면,
언젠가 이 말을 통감할 때가 올거다.
결국··· 그 말이 맞았구나.
너도··· 미실리스의 괴물이 맞았어.
결국··· 결국에는···.
···맥스웰?
맥스웰이 슈엔의 책상으로 다가가···.
쾅-
사직서를 내려놓았다.
너··· 이거 뭐야?
사직서라니···.
네가 날··· 떠난다고?
네가 조금이라도 죄를 인정하고, 두려워했다면 이걸 그대로 가져가려고 했어.
하지만 아니야.
넌 지금 이 일을 조금도 죄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더는··· 네가 망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네가 그랬지?
내가 네 인생을 다 알고 있다고.
맞아. 내가 늘 너와 함께했으니까.
그건 그만큼 네가 안쓰럽고 대견하고, 대단해 보여서였어.
넌 이 괴물같은 미실리스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려 노력했었으니까.
그런 너한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너한테 내 인생을 걸었던 거야.
···!!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넌 더 이상 인간으로 살려고 노력하지 않아.
그렇게 내 인생을 걸었던 아이가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계속 지켜보고 싶지 않아.
그것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
맥스웰···?
내가 나서서 이 일을 먼저 신고하진 않을게.
어차피 지금의 네 권력이라면 내가 신고한다고 해도, 무마할 수 있겠지.
하지만 슈엔.
죄를 지으면 언젠가 그 대가가 오기 마련이야.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와.
그러니까··· 돌아올 수 있을 때, 거기서 멈춰. 더 괴물이 되지 말고.
매, 맥스웰···.
···잘 있어. 슈엔. 건강해라.
맥스웰!
맥스웰이 나가버렸다.
으··· 으으···!
와장창--!!
아아아악!!!
다음 날.
한껏 만족스러워야 할 시기에 표정이 왜 그래요?
··· ···.
원하는 게 다 이루어졌잖아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도, 이사회 놈들을 전부 휘어잡는 것도.
이전보다 메티스 쪽 지원자도 배로 늘어났고,
벌써 두번째 메티스 후보도 확정되었다면서요.
뭐라 캤더라~ 성격이 엄청 특이하긴 한데,
전기 에너지에 잘 적응하고 감지 능력 쪽에 타고난 사람이라면서요.
라플라스 씨한테 못 넣은 감지 센서 넣어주면 딱이겠네.
둘 붙여놓으면 스쿼드로서 조합도 꽤 괜찮겠고~
···나가.
지금 너랑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 아니야.
흠···.
설마 싸웠어요?
···그만 하고 가.
지금 이 시기에 그래 죽상을 할 정도면~ 둘 중 하나인데.
라플라스 씨야, 싸울 건덕지도 없는 히어로 바보고~
그라모 역시 맥스웰 씨인가?
나가라는 말 안들려?
들켰어요?
뭐?
우리가 그 약으로 한 짓 들켰구나?
그래서 니를 떠난다 캤구나. 맞죠?
그걸 어떻게···.
설마 네가 말했어?
그럴리가~
내도 거기에 손 여럿 보탰는데 우예 그걸 이야기하겠어요.
그냥 추측할 뿐인 거지.
그 사람, 누가보면 지가 니를 낳은 것 마냥. 당신 일이라카믄 껌벅 죽었잖아요?
그런 사람이 니한테 등돌리고 갈 정도의 일이라면~ 뻔하지.
니가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린 기다.
그 사람은 예전부터 우리 회사 치프 엔지니어인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인간적이었으니까.
··· ···.
근데 닌 보내주기 싫은 거잖아.
니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게 원통하고 미워서 화가나다가도,
걔 없이 앞으로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막막한 거잖아.
라라 때처럼.
!!
다 아는 척 떠들지 마!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와 모르겠노~
내만큼 니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특별히 이번 일이 잘 끝난 것에 대한 선물로,
이 언니가 다 준비해 놨으니까.
···뭐?
그러니까 이번엔 화내지 말고 니가 직접 선택해요.
영원히 옆에 둘지.
떠나보내줄지.
하아~ 이제야 정리가 끝났네.
맥스웰이 자신의 연구실 중앙에 쌓인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아으~ 많기도 해라.
하기야··· 여기서 오래 일하긴 했지.
맥스웰이 방 한켠에 자리한 소파에 앉았다.
이 소파도 오래 썼네.
맥스웰이 고개를 들어, 정면의 TV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슈엔 녀석이 히어로 영화를 보고 놀았었는데···.
··· ···.
···세월 참 빠르다.
맥스웰이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떠나는 게 맞는 걸까···.
어떻게든 옆에서 바꾸려고 해보는 게 맞지 않았을까.
··· ···.
아니야. 이게 맞아.
내가 이게 잘못되었다고 하고 옆에서 없어져 봐야,
슈엔이 조금이라도 그 일이 잘못되었다고 인식할 계기라도 생겨.
더 괴물이 되기 전에, 이렇게라도 해야 해.
지금은 옆에 라플라스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언젠가 그 애가 궁지에 몰렸을 때··· 그때 도와주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래. 이게 맞아. 이게 맞는 거야.
똑똑-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메티스 연구소 쪽에서 인수인계 받을 게 더 남았나?
똑똑똑-
나가요~ 나가. 아 거 참 성질 급하네.
지잉-
맥스웰이 문을 열었다.
복도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웬 편지?
설마···.
···슈엔인가.
맥스웰이 복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
삑-
···어?
콰아아아앙-!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