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ROJECT MATIS10 / 28
PROJECT MATIS
어른의 세계 : B
[SCENE START]
이틀 뒤.
2대 CEO 엔메의 실종을 숨기기 위해,
정재계의 유명 인사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미실리스 3대 CEO의 승계는 더욱 화려하게 이루어졌다.
슈엔 님. 잘 들으세요.
슈엔 님을 믿고, CEO 자리를 승계해 주시고 떠나신 엔메 님을 위해서라도.
아버님이 나를 믿었다고?
그럼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 지엔 님을 M.M.R.로 보내버리고,
슈엔 님을 CEO 자리에 앉힐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 그런 엔메 님을 위해서라도 단상 위에선 절대 떨어서는 안 돼요.
CEO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셔야 해요.
아버님을··· 위해서···.
지금부터는 대 미실리스 인더스트리의 CEO예요.
엔메 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슈엔 님이 증명해 보이셔야 한다고요.
아버님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으, 응··· 알아. 걱정··· 하지 마.
··· ···불안한데.
저··· 혹시 맥스웰은 어디 있어?
치프 엔지니어는 어제부터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다고 하더군요.
연구실에···?
그럼··· 안 와?
글쎄요. 시간이 되면 오고 안 되면 안 오지 않을까요?
연구원들은 필수 참석이 아닐 테니까요.
그렇··· 구나.
자, 슈엔 님 나갈 시간이에요.
제 말 꼭 명심하세요.
···그래.
슈엔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짝짝짝짝-
!!
슈엔은 당장에라도 단상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다.
CEO의 자리 같은 건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이사회의 사람들이 슈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사회의 여성 임원이 입을 벙긋거린다.
[엔 메 님]
··· ···!!
슈엔은 프롬프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 이··· 이곳을 찾아주신 귀빈 여러분!
미, 미, 미실리스의 새로운 CEO 슈엔··· 인사드립니다.
2대 CEO이시자, 저의 아버님인 엔메 님의 의, 의지에 따라,
앞으로 모든 미실리스의 운영을 저··· 슈엔이 도, 도맡아 이루어나갈 것입니다.
아, 아버님께서는 인류 발전에 중요한 기술을 연구하시기 위해,
혀, 현재 M.M.R. 깊은 곳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시기를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일이기에,
대외적으로 아, 알리지 않고 급하게 움직이게 된 점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저, 저 슈엔이 앞으로의 미실리스 역시 방주 최고의 기업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감사··· 합니다.
모두가 어리디 어린, 작은 CEO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슈엔은 연회장 한가운데 있었다.
··· ···.
어이쿠~ 슈엔 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작은 몸으로 CEO 자리에 올라가시다니~!
슈엔 님이 정말 영민하시긴 하나 봅니다~ 그렇죠?
깔보는 시선.
결국 미실리스도 세대 교체를 하게 되는군요.
엔메 CEO는 이터널 라이프를 맞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머스탱 CEO처럼 절대 자리를 안 넘겨줄 줄 알았는데···.
이게 미실리스에 호재로 작용할지 모르겠네요.
가치를 가늠하는 시선.
세상에··· 저렇게 어린 아이가 CEO라니···.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 회사를 맡기고···.
엔메 님도 정말 제멋대로라니까요.
걱정 어린 시선.
와, 저 나이에 CEO라니~ 부럽네.
하하, 저 어린애가 알면 뭘 안다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3대 기업의 CEO라고?
미실리스의 미래가 걱정된다~ 걱정 돼.
질투 어린 시선.
갑자기 2대 CEO가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은퇴를 한다고?
저런 어린애를 두고?
뭔가 냄새가 나는데··· 연구고 뭐고, 2대 CEO 신변에 뭔 일이 있는 거 아니야?
의심하는 시선.
시선 시선 시선 시선!
··· ···.
슈엔은 고개를 돌렸다.
미실리스 인더스트리의 로고가 장식된 거대한 간판이 그곳에 있었다.
··· ···.
슈엔은 압박감에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슈엔은 연회장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을 찾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버지도, 지엔도.
맥스웰도 보이지 않았다.
··· ···.
숨막혀.
미실리스의 새로운 CEO, 슈엔 님! 기분이 어떠신가요!
하지만 웃었다.
좋아. 안 좋을 게 있어?
이렇게 기쁜 날인데···!
압박감에서 눈을 돌린 채,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인 것처럼 웃어 보였다.
슈엔 님, 취임 기념으로 케이크와 식사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슈엔은 테이블에 올려진 축하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 ···.
슈엔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 ···.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금 드시겠···.
됐어. 다 나가.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저, 그러면 세팅만 해드릴···.
나가라고!
네, 네!
메이드들이 모두 나갔다.
후우··· ···.
드륵-
슈엔이 아무도 없는 축하 테이블 앞에 앉았다.
··· ···.
슈엔은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 ···.
마주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슈엔의 입이 일그러졌다.
하하! 뭐야··· 먹을 거 많네!
이게 다 나 먹으라고 차려놓은 거잖아!
슈엔이 테이블 축하 케이크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포크로 한가득 퍼올려,
텁.
입으로 집어넣었다.
욱··· 뭐야아···! 맛있네!
텁.
일그러진 입으로 욱여넣었다.
켁··· 흡···!
눈에 한가득 고인 눈물이 떨어졌다.
욱···!
슈엔이 다시 케이크를 한가득 퍼올려,
텁.
흑··· 으욱··· 큽!
입 안에 필사적으로 밀어넣었다.
고인 눈물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아으으···! 머리야···!
맥스웰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눈을 떴다.
내 연구실···?
뭐야··· 계속 잠들어 있었던 건가?
!!
지금, 며칠이지?
맥스웰이 꺼져 있는 핸드폰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일주일이나··· 지났다고?
그럼··· 취임식은···!
우당탕-!!
맥스웰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드디어 얼굴을 보이네.
취임식 때 참석 못한 거 정말 미안.
그게, 다 사정이 있어서···!
무슨 사정?
그게···.
맥스웰은 당장에라도 눈앞의 아이에게, 제 아버지가 한 일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눈앞의 아이가 얼마나 아버지를 사랑했는지를 기억했다.
··· ···.
미안. 그 전날 연구에 너무 몰두해서···!
수면 부족으로 쓰러졌지 뭐야~ 그래서···.
아팠다는 거지?
···응, 맞아! 몸이 좀··· 아팠어.
지금은··· 괜찮아?
괜찮지~ 그럼.
···그래. 그러면 됐어.
일부러 안 온 게 아니면 됐어.
그럴 리가 있겠어? 다른 것도 아니고 네 취임식인데···.
··· ···.
···미안해. 어떤 사정이 있어도 갔어야 했는데.
됐어. 괜찮으니까.
그만 생각해. 나도··· 잊을 테니까.
하지만 그날 이후, 슈엔이 맥스웰의 연구실에 찾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