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ROJECT MATIS27 / 28
PROJECT MATIS
괴물 : B
[SCENE START]
삐- 삐- 삐- 삐-
맥스웰은 눈을 떴다.
병원 천장이 보였다.
··· ···.
몽롱한 정신 속에서, 그녀는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을 떠올렸다.
폭탄.
복도를 내딛은 발밑에서 폭탄이 터졌다.
맥스웰은 차분히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아무데도 없었다.
··· ···.
고개를 살짝 움직여 보았다.
다행히 움직여졌다.
···그것이 전부였다.
맥스웰은 직감했다.
다시 잠들면, 다음엔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맥스웰.
슈··· 엔···?
맥스웰이 고개를 살짝 더 돌렸다.
슈엔의 얼굴이 보였다.
하하··· 다행히··· 목소리는··· 나오네···.
다행··· 이다.
뭐가 다행이야···!
몸이 이렇게 됐는데···.
나··· 어떻대···?
··· ···.
솔직하게··· 말해도··· 돼.
목 아래에··· 아무런··· 감각이··· 없는 거··· 나도 알아···.
하반신이 전부 날아갔어.
상반신도··· 대부분이 망가졌고.
이렇게 눈을 뜬 게··· 기적이라고 했어.
그렇··· 구나.
역시··· 이 다음엔··· 눈을··· 못 뜨겠구나···.
··· ···.
슈엔··· 혹시··· 네가···.
응?
맥스웰은 묻고 싶은 말을 삼켰다.
어차피 자신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아이에게 이 이상의 상처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맥스웰은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야··· 나 괜찮··· 다고.
이렇게···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고··· 가는 게 어디냐.
이 정도면··· 행운이지···.
너 안 죽어.
내가··· 안 죽게 만들 거야.
···뭐?
니케가 되자, 맥스웰.
네가 메티스가 되면! 스쿼드 내에 엔지니어가 생기는 거니까,
메티스도 히어로 스쿼드로서 경쟁력이 조금 더 생기게 될 거야!
우리가 만든 프로젝트가 더 높은 성과를 이루게 될 거라고.
슈··· 엔.
그럼 내가 괴물이 되지 않게 계속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내, 내가 바뀔게. 다신 그런 짓 안 할게.
네가 하지 말라는 일은 절대 안 할게.
네가 하라는 것만 할게.
그럼 되는 거잖아. 그럼 괴물이 되지 않는 거잖아!
난··· 싫어.
뭐···?
내가 했던 말··· 잊었어?
예전에··· 했던 말?
니케인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없다는··· 말.
다른 연구원들은 자진해서 니케가 되기도 한다는데,
넌 왜 안 됐어?
그건 내가 아닐 테니까.
난 니케인 내가 지금의 나와 동일하다곤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
육체 구성 물질부터, 에너지 발생원리까지 모든 게 다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개체라고 볼 수 있겠어?
물론 뭐, 기억을 매개로 동일 개체를 구분한다고 하면.
나로 만든 니케도 나와 동일한 기억에 동일한 생각을 할 테니,
지금의 나와 같다면 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의 하나라도, 아주 사소한 지점이라도 다를 수도 있는 거잖아?
난 그 조금의 오차율조차 나를 나라고 납득할 수 없는 거야.
기억··· 안 나?
···기억 나.
그럼··· 안 된다는 것도··· 알겠···.
기억 나. 나는데···!
그래도 네가 죽는 거보단 낫잖아!
네가 옆에 없는 것보단, 그게 나은 거잖아.
너도 죽는 것보단, 니케가 돼서라도 내 옆에 있는 게 더 낫잖아!
!!!
그럼, 평생 같이 있을 수 있어!
니케는 죽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내 옆에 있어줘.
내, 내가 더 잘할게.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니케가 되어줘.
너···!
그래? 내가 보기엔 네가 가장 적합한데.
적합하다고?
이렇게나 애정이 가득하니,
작은 것을 괴물로 밀어넣는데, 가장 큰 트리거가 될 수 있겠어.
···그래. 이렇게 또 증명되는구나.
너는 이미 돌이킬 수 없어.
괴물이 되어버린 거야.
나 만난 거··· 후회해?
나··· 여기 다신 오지 마?
나가야 해?
야, 꼬맹이.
간식 채워 놓을 테니까 또 와.
···응!
뿌득-
맥스웰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이렇게 끝내서는 안 돼. 포기해서는 안 돼!
어차피 니케가 될 상황이라면, 이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서는 안 돼!
그럼 돌이킬 수 없어. 완전한 괴물이 되어버릴 거야.
자신이 남기는 것이 평생 가슴 속에 남을 상처일지라도,
그것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상처라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비수를 꽂고 떠나야 해.
슈··· 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너··· 휴게실에서··· 울고 있었잖아.
그 얘기를 지금 왜···.
왜··· 울었는지··· 기억해?
왜긴 왜야, 지엔이 멋대로 라라를 니케로 만들어서···.
!!!
같은··· 걸··· 하는 거야.
네가··· 끔찍해했던 그걸···! 나한테··· 하는 거야···.
매, 맥스웰··· 나, 나는···!
내 눈··· 똑바로 봐.
맥스웰이 필사적으로 슈엔과 눈을 마주했다.
니케 맥스웰은··· 나와는··· 다른··· 개체인 거야.
무슨 짓을··· 해도··· 인간 맥스웰은··· 여기서··· 죽는 거라고···.
그래도 날··· 니케로··· 만들고 싶어?
!!
··· ···.
··· ···.
···흑.
흐윽···!
슈엔이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흑··· 정말 미안해.
흐윽··· 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어.
미안해. 미안해 맥스웰···!
날 위해··· 니케가 되어줘···!
···그래.
결국··· 넌··· 괴물이 되길··· 선택하는구나···.
결국··· 나를··· 죽이는 걸··· 선택했어.
매, 맥스웰···.
하지만··· 기억해···.
아무리··· 되살려도···.
넌 평생··· 너의 맥스웰을··· 되찾을 수··· 없을 거야.
맥스웰은 눈을 감았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나도 너한테 상처를 주는 쪽을 선택한다.
평생 널 아프게 해서라도 난 널 괴물로 만들지 않을 거야.
그럼 내가 너의 절대 외면할 수 없는 후회가 될 테고.
그게 네가 인간이라는 증거가 될 테니까.
흑··· 흐윽··· 미안해··· 미안해···!
···안녕. 슈엔.
내 빌어먹을 꼬맹이.
그날 오후, 메티스 스쿼드에 두 번째 니케가 탄생했다.
이름은 맥스웰.
미실리스 소속 연구원 출신의 미케닉 니케였다.
니케 맥스웰은 눈을 떴다.
안녕. 슈엔.
맥스웰.
날··· 기억해?
응? 무슨 기억을 말하는 거야?
인간 맥스웰의 기억?
당연히 기억나지~
기억소거를 하진 않았잖아?
···뭐?
왜 그렇게 말해?
인간 맥스웰이라니···.
그건 너잖아.
무슨 소리야~ 인간 맥스웰은 인간 맥스웰이고.
나는 나지.
육체 구성 물질부터, 에너지 발생원리까지 모든 게 다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개체라고 볼 수 있겠어?
과거의 기억이 있는데도 그렇게 느낀다고?
과거의 기억은 확실히 다 있긴 한데~
난 네 연구원 친구로서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 애정보다,
창조주로서 느끼는 고마움이 더 크거든.
이런 감정이, 인간 맥스웰의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거잖아?
!!!
왜··· 왜 그렇게 말해···.
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 나한테 화가 나서··· 그래서···!
일부러라니? 그럴 리가~
아, 이건 네 기준에선 고철에 해당하는 행동이었던가?
··· ···.
음~ 그런데 기억이 없는 건 아닌데, 그 기억과 분리해서 행동하는 거니까. 확실히 구분하기엔 애매하긴 하겠네.
정 어려우면 고철이라고 불러도 상관 없···.
아니야!
그, 그건 아니야··· 너는 고철 같은 게 아니야.
네가··· 고철이라니··· 너를··· 고철이라고 부른다니···!
내가 어떻게 널··· 그렇게 부를 수 있어.
넌 니케야. 내가 만든··· 니케.
그래?
···다행이네.
뭐?
고철이 아닌 니케로 불러줘서 고맙다고~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게, 슈엔.
맥스웰이 손을 내밀었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 ···.
슈엔은 그제서야 맥스웰이 했던 말을 실감했다.
자신은 평생.
과거의 맥스웰을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3층 복도 끝.
열악한 환경 탓에 아무도 찾지 않는, 휴게실.
슈엔의 아지트.
메이드를 잃었던 슈엔이 아버지의 눈을 피해 도망친 곳이자,
맥스웰을 처음 만났던 곳.
허억··· 허억···!
슈엔은 뛰듯이 자신의 아지트로 들어왔다.
매, 맥스웰이··· 없어졌어.
이, 이제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다고!
결국··· 다 잃어버렸어.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부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왜, 왜 이렇게 된 거야···? 도대체 왜!!
휴게실 구석에서 울고 있던 어린 슈엔이 고개를 든다.
[네가 괴물이니까.]
!!
[네가 괴물이라서.]
···아니야.
[라라를 죽인 지엔이랑 손잡고.]
아니··· 야.
[같이 사람도 죽이고.]
아니야···!
[맥스웰도 죽였잖아.]
그건 지엔이··· 지엔이···!
[결국··· 넌··· 괴물이 되길··· 선택하는구나···.]
[결국··· 나를··· 죽이는 걸··· 선택했어.]
[괴물.]
아, 아니야···.
[맥스웰을 죽인 괴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와장창-!
슈엔이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다.
아, 아니야··· 나, 나는··· 괴물이 되려고 한 게 아니야.
맥스웰을 죽이려 한 게 아니야!
나는··· 나는···!
다, 다른 이유가 있었어.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고··· 메티스를, 히어로 니케를 만들려고···!
히, 히어로 니케를 왜 만들려고 했더라···.
그, 그래! 언론에서 자꾸 나보고 CEO 자격이 없다고 해서···.
맞아! 이 자리를 지키려고 그런 거야.
이 자리는 아버님이 내게 맡겨주신 거니까···.
나를 믿고 이 미실리스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주신 것이었으니까.
미실리스는 방주를 위해서 지켜져야 하는 거니까!
난··· 미실리스의 CEO로서, 이 자리를 지켜서, 미실리스를 지켜야 하니까.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맞네. 그래! 이 자리가 남았어.
미실리스의 CEO 슈엔. 이렇게나 중요한 게 남아있었네!
맞아. 방주를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난 미실리스를 지켜내야 해.
그러기 위해선 뭐든 해야지.
뭐든 할 수 있어야지.
그래~! 지금까지의 일들은 다 이걸 위한 거였던 거야.
맥스웰을 니케로 만든 것도 전부 이걸 위해서 그랬던 거야.
메티스 스쿼드에 엔지니어 출신의 니케가 있으면 좋으니까.
그럼 장기 임무 중에도, 긴급상황에서도 지상에서 빠르게 대응이 가능할 테니까!
그래! 그래서 그랬던 거야.
난 이 자리를 위해서···! 미실리스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하, 하하! 그래. 이렇게 쉬웠던 걸··· 이렇게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거였는데!
하하··· 하하하하!
슈엔?
!!!
슈엔이 고개를 들었다.
큰 소리가 들려서 와봤다.
···괜찮나?
···라플라스?
그래··· 라플라스. 네가 있었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부름에 응답해준···.
나의 히어로···!
텁-
슈엔이 라플라스의 팔을 붙잡았다.
너는 변하지 않을 거지?
전부··· 잊어버리지 않을 거지?
지금처럼 계속 내 자랑스러운 니케로···.
나를 지켜준 최강의 히어로로··· 내 곁에 있어줄 거지?
··· ···.
라플라스는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슈엔의 손을 바라보았다.
덜덜 떨려오는 그 손은, 오랜 기억 속.
히어로를 찾아 헤매던 왜소한 소녀의 손과 닮아 있었다.
그 간절한 부름에, 라플라스는 응답했다.
물론이다.
네가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
네 곁에서, 최강의 히어로로서 너의 자랑이 되겠다.
나는 너의 히어로니까!
···그래. 그거면 됐어.
네가 있으니까··· 됐어.
그날 이후.
3층 복도 끝 휴게실이 폐쇄되었다.
며칠 뒤. 메티스 스쿼드의 세 번째 니케, 드레이크가 완성되었다.
이로써 모든 메티스의 니케들이 만들어졌으니!
메티스의 니케들은 모두 메티스 스쿼드라는 이름으로,
방주의 평화를 위해 싸워나갈 거야.
우리 미실리스의 히어로들이 얼마나 강한지,
최강의 스쿼드라고 불릴 수 있는 니케들인지!
지금부터 증명해 보일 테니까, 다들 기대하도록 해!
그날 이후 메티스 스쿼드는 슈엔의 뜻대로,
수없이 많은 공적을 세운다.
슈엔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메티스가 방주 최고의 스쿼드가 되어야 한다며 수많은 임무에 밀어넣었다.
마치 성능 좋은 도구를 부리듯,
쉴 새 없이 그들을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그들이 공적을 올리면 올릴수록, 슈엔의 자리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슈엔을 운이 좋아 미실리스의 CEO가 된 아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티스가 방주 최고의 실적을 내, 최강의 스쿼드로 자리매김하는 날.
최강의 히어로 스쿼드를 만들어낸, 미실리스의 CEO, 슈엔 님! 기분이 어떠신가요!
··· ···.
···좋아. 안 좋을 게 있어?
이렇게 기쁜 날인데···!
슈엔은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인 것처럼 웃어보였다.
슈엔?
아···!
왜 그래? 그렇게 멍하니 있고.
아무것도 아니야.
피곤해서 잠시 졸았나봐.
그래? 그러게 여기 오지 말고 좀 쉬라니까~
달달한 간식이라도 가져다 줄까?
!!
···됐어. 안 먹어.
어휴, 그래라 그래~
드레이크도 마침 왔는데,
오랜만에 단체 테스트나 할까?
··· ···.
···슈엔?
슈엔, 어디 아픈 건가!
라플라스와 드레이크가 맥스웰과 슈엔의 곁으로 다가왔다.
안 아프니까 요란스럽게 굴지 마.
뭐야, 그런데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
새삼 네가 만든 니케들이 만족스러워?
슈엔이 눈 앞의 히어로들을 바라보았다.
드레이크.
라플라스.
···맥스웰.
자신이 만든 최고의 니케들.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나의 히어로.
··· ···.
···그래. 만족해.
PROJECT MATIS : END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