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TERMINUS TICKET27 / 28
TERMINUS TICKET
사랑한다 말하리 : B
[SCENE START]
넓은 꽃밭.
무너진 역사.
그리고 그 사이에 덩그러니 서있는-
루시안···?
루시안이 나를 향해 양팔을 벌렸고.
입을 열었다.
잘 다녀왔어, 노라?
그 목소리는.
무너진 역사를 멀쩡하게 고쳐두었고.
빽빽하게 핀 꽃을 시멘트로 덮었으며.
죽어가는 나를, 다시 살려두었다.
다···.
다녀왔어.
드디어 종착역이야.
여행은 어땠어?
여행.
하···.
너무 길었어.
역시 여행은 일주일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아.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었지?
응.
여행하면서 얻은 능력으로, 가게도 차렸고.
혼자 살기에 과분한 집도 샀어.
아,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
이따가 소개해 줄게.
오, 노라에게 친구들이?
성격 되게 좋겠다.
하하, 맞아.
다들 너무 착하고 좋은 친구들이야.
두고 와도 괜찮겠어?
··· ···.
응.
나랑 있을 때보다, 훨씬 멋지게 살 사람들이니까.
그래.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기다렸어?
···바보같이, 나 기다렸어?
기다렸지.
약속했으니까.
아팠지···?
외로웠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 ···.
노라를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어.
그래서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았어.
봐, 우린 결국 만났잖아.
흐읍···!
···긴 여행에 지쳤겠다.
이제 나랑 쉬러 가자.
이 말을 꼭, 꼭 해주고 싶었어···!
으흑···! 흐윽···!
사랑해, 사랑해 루시안···.
평생 사랑했어···!
··· ···!
하하! 드디어 들었네.
역시 기다리길 잘했어.
···그럼 나도 진지하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해볼까?
여긴 멋진 레스토랑도 아니고, 그럴듯한 반지도 준비 못 했지만.
노라, 나랑 결혼해 줘!
그래.
나는 저 웃음을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더 보고 싶었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전부였던.
내 삶의 이유를.
그는 나의 첫사랑이었고.
끝사랑이었다.
··· ···.
노, 노라 할매··· 괜찮아?
왜 아까부터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많이 힘들어? 다시 들어갈까?
··· ···.
흑···.
흐으윽···!
아···.
··· ···.
으아아아···!
아아아아아!!
비명처럼 울리는 울음소리는.
그리움, 원망, 미안함.
그럼에도 돌아왔다는 행복까지 모두 담고 있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셨나요?
···그래.
···이곳이, 맞습니까?
내가 돌아와야 했던 곳.
나의 집.
집 앞의 기차역.
정확히 맞구나···.
··· ···.
모두들.
참 염치없지만.
뭐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겠나?
선택지
··· ···.
고맙구나···.
진심으로 고마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전원 무사 복귀] 임무는.
성공했다.
각자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갔으니까.
사각- 사각-
꽃밭에 두 개의 땅을 파고.
한쪽에는 일기장을.
다른 한쪽에는 그 일기장의 주인을 묻었다.
♬~ ♪~
··· ···.
율리아는 노라 할머니가 좋아했던 동요를 연주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무사히 다음 생으로 영혼이 넘어가기를 비는 거라고 했지.
잘 갔을까?
선택지
노라 할머니의 부탁은 단순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여행을 마지막까지 함께 해달라는 것과.
끝에 다다랐을 때, 할머니와 루시안의 영혼을 다음 생으로 같이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노라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종착역에 도착한 지 닷새가 되는 날.
방주행 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 ···.
저희 AZX에 탑승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부디···.
행복한 여행이었기를.
··· ···.
···나의 고향 나의 집.
돌아갈 그곳.
그리워라, 그리워라.
나의 가족들이여.
언젠가 다시 만나면.
사랑한다 말하리.
나의 인생이라는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내 마지막 여행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아름다웠고.
타오르진 않았지만 따뜻했다.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눈부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니, 살아라.
살아남아서 너희의 여행을 이어가거라.
지상의 태양이 우리를 얼마나 눈부시게 비추는지 모두에게 알려주거라.
그 이후에 만나자꾸나.
그와 함께 기다리마.
나의 마지막 친우들에게.
이 일기장을 바치며.
TERMINUS OF LIFE : END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