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GODDESS FALL10 / 28
GODDESS FALL
대관 : B
[SCENE START]
질문이 있어.
어머. 답지 않게 질문을 하시고.
퀸이라는 큰 소재가 생겼잖아.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순 없을 것 같아서.
좋아요. 아는 선 안에서는 대답해 드릴게요.
대관이 뭐야?
왕관을 쓰는 것이죠.
그렇다는 말은, 너는 마리안이 퀸이 되도록 돕는다는 거야?
그래요.
왜?
규모가 큰 이야기를 하는데 좀 성의 있게 물어봐 주시면 안 되나요?
왜에에에~?
본인의 추리를 섞어, 상황을 정리해 보며 질문해달라는 의미였어요.
이 일련의 일들이 련이랑 관계있어?
없을걸요. 아마.
그럼 됐어. 관심 없어.
···하아.
잘 들어요 장화.
후후. 말하고 싶어 안달 난 주제에.
질려서요. 실망했고.
퀸에게?
예.
뭐··· 불의의 사고로 인해 우주 공간을 100여 년 동안 떠돈 건 알겠어요.
뇌가 죽어가서 다른 뇌를 원한 것도 알겠어요.
불행한 일이죠. 예상 못 한 일이기도 했을 테고.
그런데 있잖아요. 그때 이후로 퀸은 겁쟁이가 되어버렸어요.
당장에 궤도를 수습해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안 했어요.
왜냐. 무서워서.
신데렐라가 아직 살아있으면 어떡하지?
신데렐라보다 더욱 강한 뭔가가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지 않았어요.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 물거품은 사실상 퀸이 마음만 먹었으면 부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안 했어요.
왜냐. 무서워서.
물거품을 부순 후 힘이 빠진 자신을 누가 어딘가에서 공격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지 않았어요.
시야가 가려졌어도 그대로 지상에 내려올 수 있었어요.
사실상 궤도만 수정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안 했어요.
왜냐. 무서워서.
앞이 안 보여서 추락하면 어떡하지?
앞이 안 보여서 착지한 곳에 [그것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그것들]?
아, 이건 잊어주세요.
아무튼 무서워서 지상으로 내려오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당장에 내려와서 뒤집어놓을 수 있음에도 아득한 상공에서 상태를 지켜보고만 있잖아요.
왜냐. 겁쟁이라서.
에덴의 창이 한 번 더 발사되면 어떡하지?
에덴의 창이 하나가 아니면 어떡하지?
··· ···.
···신데렐라 때문에 퀸은 겁쟁이가 되어 버렸어요.
퀸의 그 두려움 때문에 지상은 너무 오랫동안 퀸의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랩쳐는 물론 헬레틱들이 다들 멋대로 날뛰기 시작했죠.
저는 그걸, 열심히 수습했고.
저런. 남 뒷수습하는 게 정말 최악인데.
그러게 말이예요.
그렇게 오래 지내다 보니.
아 이거 못 하겠다 싶더라고요.
응. 그럴 수 있지.
그래서 퀸을 만들기로 했어요. 제 손으로.
그래서 뭐··· 이것저것 했죠.
운이 좋아 마리안이라는 퀸이 탄생한 거고.
저는 이 마리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퀸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네가 직접 퀸이 될 생각은 없고?
어머. 농담도.
일단 저는 데이터 생명체에 불과해서 실체가 없어요.
지금 이 모습도 제 인격 데이터의 기반이 된 것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고요.
뭐 사실 이건 대충 둘러대기용 답변이고.
저는 제가 제어할 수 있는 존재가, 퀸이 되길 원해요.
제가 방관자가 됨과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있게.
꼭두각시가 필요한 거구나?
그렇죠.
나 같은?
무슨 섭섭한 말씀을.
제가 장화 당신을 되살린 이유는 명확해요.
당신은 랩쳐든, 유사 인간이든, 인간이든 모두 벨 수 있으니까.
말 그대로, 제 호위 무사이자 제 검인 셈이죠.
그걸 꼭두각시라고 하지 않아?
대행. 이라고 해두죠.
후후. 제가 제 인격 데이터의 기반에서 유일하게 배운 게 뭔지 아시나요?
결정적인 순간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서지 말 것. 이예요.
애초부터, 남한테 시켰으면 위험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여기 겁쟁이가 또 하나 있네.
저는 저 위의 겁쟁이와는 달라요.
그저 겁만 내는 것이 아니라, 뒤를 준비하고 있죠.
훨씬 진취적이지 않나요?
보급 왔어!
오, 고맙구나. 거기 두렴.
빵과 고기는?
입벌려! 던진다!
텁-!
!! 맛있군!
에센스 재료는 충분해?
지금은 괜찮단다. 다음에 올 때 챙겨주면 고맙겠구나.
위치는 내 방
제일 큰 상자 아래에서 두 번째에 있지? 다음에 올 때 챙겨올게!
···어떻게 아니?
몰랐어? 나 스파이잖아!
간다! 수고해!
하란은 짐을 잔뜩 짊어진 채 뛰어가는 파피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흐음.
냉각수가 있다면 다오.
스노우 화이트야. 그건 먹으면 안 된단다.
···과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안 먹는다.
···아. 미안하구나.
흠.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구나.
그래. 끝없이 몰려오는군.
하란이 낫을 휘두른다.
검은 안개가 퍼져나가자, 랩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
뒤집으려면 역시 큰 거 한방이 필요하겠지?
콰아앙-!!
스노우 화이트의 세븐스 드워프가 불을 내뿜는다. 랩쳐들이 쓸려나간다.
수단이 있나?
글쎄. 지금으로서는 딱히 없는 것 같구나.
그럼 누군가가 답을 찾기 전까지 막아낼 뿐이다.
좋구나. 힘내보자꾸나.
보급이야!
에너지 팩은 이리로 줘.
홍련은?
저기.
이사벨이 가리킨 곳을 파피용이 바라본다.
홍련은 랩쳐의 무리 중심에서 춤을 추듯 검을 휘두르고 있다.
···쟤 계속 저기에 나가 있는 거야? 보급받으러 안 와?
두 번 왔었어.
와서, 술 한잔 마시고 다시 나갔지.
그 정도면 술이 연료인 것 아냐?
그럴지도.
아, 가만있어. 내가 할게.
파피용이 에너지 팩을 들어 이사벨의 페더에 주입한다.
···후우.
힘들어?
힘들어.
힘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무슨 바람이 불어. 그냥 하는 거지.
알다시피 나는 전투는 전공이 아니거든.
발바닥에 땀나도록 보급이나 뛰어야지. 세실이 시키는 허드렛일이나 하고.
도망가는 방법도 있어.
저 랩쳐들의 바다를 건너서 도망가라고? 농담하지 마. 어딘가의 필그림이 아니라고 나는.
루트는 있어. 너도 보면 알잖아.
··· ···.
왜 도망 안 가?
··· ···.
퀸을 보고 가면 고속 승진할 수 있을 테니까?
에덴에, 필그림에, 퀸이면 3계급 정도는 점프하지 않겠어?
후후. 그렇겠네.
에덴의 상태는 어때?
2시간 정도면 쓸 수 있다고 해. 에덴의 창.
···2시간.
2시간이면 할만하지? 너희들 다 미쳤잖아.
물론이야.
삐빗-
좋아. 충전 완료.
고마
짜악-!
파피용이 이사벨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좋아! 출발!
··· ···.
···아팠어?
···다음부턴 얘기하고 해.
이사벨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오른다.
전장으로 향한 후, 하늘을 헤집는다.
··· ···.
홍련이 파피용의 앞에 착지한다.
후우··· 이사벨 낭자가 온 김에 잠깐만 쉬었다 가겠네.
보급 필요해?
술 좀 주게.
여기. 데워놨어.
··· ···.
···왜 그래?
전투 중 뜨거운 술을 마실 수 있다니, 이것 참 호사스럽군.
감사히 마시겠네, 파피용 낭자.
천천히 마시고 가. 난 다음으로 갈 테니까.
그래. 고생이 많네.
홍련은 짐을 잔뜩 짊어진 채 뛰어가는 파피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후룩.
···크으.
자, 그럼 또 가보실까.
홍련은 잔을 내려놓은 채, 검을 고쳐 쥐고 랩쳐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보급!
헥···! 헥···! 너희는 왜 이만큼 꼭대기에 있는 거야···!
퀸이 언제 빔 포격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뭐 당연히 막아내겠지만.
···그걸 너희 둘이서 막는다고? 가능해? 엄청 크던데.
적어도 에덴의 창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뭐, 막아냈을 때 얘기지만요.
뭐야? 자신 없어? 그렇게 잘난 듯 설교하더니 쫄았네?
후후. 저는 언제나 쫄아있답니다.
흥. 한심하긴.
파피용은 난간 너머, 아래를 슬쩍 쳐다봤다.
아찔한 높이. 아래에는 몰려드는 랩쳐로 가득하다.
···너희 여기서 저것들한테 공격이 닿긴 해?
거의 안 닿아. 여기로 날아오는 공중형들을 주로 잡는데, 그마저도···.
공중형 랩쳐 한 무리가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페더를 전개한 이사벨이 랩쳐 무리를 단숨에 베며 날아간다.
쟤가 다 잡아 줘.
꿀이네. 나 여기 있어야겠다.
지상 최강의 방패가 있는 곳이 제일 안전하긴 하겠지.
파피용은 난간 너머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럼 필그림 넷이서 저 랩쳐들을 다 막아내고 있다는 얘기겠네.
후후. 그런 셈이죠.
···미친것들 진짜.
···?
어, 저기.
뭔가 있나요?
나유타가 온다. 낙타 타고 있어.
와. 눈이 되게 좋으시네요.
스파이는 기본적으로 시력이 좋아야 되거든.
뒤에··· 실려있는 건 니힐리스타··· 인가?
아닌 것 같···.
··· ···.
!!
헬레··· 틱···.
헬레틱 모더니아!
···예?
모, 모더니아야! 모더니아를 싣고 오는데?
보, 복장이 좀 다르긴 하지만, 저 붕대랑 머리색···!
분명히 모더니아야!
그게 무슨···!
으아···! 엉망으로 당했네···! 아주 난도질을 당했···.
누가요!? 마리안이요!?
마리안? 아아, 모더니아말이구나.
응. 아주 엉망이야. 저 정도면 거의 다져놨다고 봐도 무방···.
노아! 미안해요! 잠시만 갔다 올게요!
어? 으, 응. 그래.
뭐··· 나 혼자 있다고 불안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응.
···내가 있을게. 빨리 가봐.
알겠어요! 고마워요!
라푼젤이 빠르게 뛰어갔다.
··· ···.
··· ···.
너 왜 여기 있는데. 도움도 안 되면서.
난 혼자 있는 거 무서워서 싫거든~
···흥.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