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GODDESS FALL24 / 28
GODDESS FALL
머리 둘 달린 화룡 : A
[SCENE START]
나유타에게 했던 말과는 다르네?
뭐가요?
마리안 얘기야.
나유타에게는 차기 퀸. 토커티브에게는 퀸의 다음 바디.
어느 쪽이 맞는 거야?
그야 당연히.
나유타 쪽이 맞죠.
토커티브를 속인 거네?
예. 안 그럴 이유가 없거든요.
가여운 토커티브는 퀸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자신은 퀸에게 인정받고 구원받았으니, 퀸을 위해 뭐든 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거짓된 사명에 불타고 있죠.
퀸이 토커티브를? 그럴 리가.
네가 거짓말했구나?
예. 퀸이 그러더라~ 라고 거짓말했죠.
참 쉽게 넘어오더라고요.
헬레틱이 아니다 보니 퀸의 목소리를 들을 리도 없으니까, 진짜 쉬웠어요.
제 입장에서는 마리안의 보호자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아요.
보호자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멋대로 굴었지만, 다시 얘기해 놨으니 이젠 괜찮겠죠.
거기다 토커티브는 헬레틱들과 연이 있으니, 정보도 이것저것 물어오고요.
아주 이용해먹기 쉬운 가여운 존재죠.
다른 헬레틱들에게 얘기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절대 안 해요. 그러면 퀸에게 받을 인정을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후후. 참 좋다니까요. 다음 퀸도 저랬으면 좋겠어요.
아, 딱 한 번 골치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니힐리스타가 토커티브한테 언체인드를 찾으라고 시켰었거든요.
그거 수습한다고 머리를 좀 굴렸죠.
그것 말고는, 저만한 꼭두각시가 또 없어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진짜 못됐네 너.
저 역시,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트롬베와 만트라, 탈로스가 나란히 달린다.
살아남은 나유타들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손을 흔들어주는 나유타,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나유타, 합장하는 나유타.
말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우리 목표는 단순하외다.
뇌전 소저를 쓰러뜨리는 것.
하란 소저의 공격에 의해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을 것이오.
허나 상대는 어디까지나 헬레틱. 재생 능력을 얕볼 수 없소.
온전해지기 전에, 우리가 마무리를 지어야 하오.
그래야 선구자 소저들의 싸움에 변수가 줄어들 테니.
저, 토커티브는 어떻게 하나요?
수다쟁이는 신경 쓸 것 없소.
···휘둘리는 나약한 자일 뿐이외다.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오. 어쩌면 지금쯤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격하게 동감합니다. 특수 개체 토커티브는 강하지 않습니다.
그··· 야 2전 2승이니까. 응. 그렇네.
그리고 여차하면···.
직렬연결은 이제 사용하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높습니다.
여차하면 쓰겠다는 거야, 여차하면.
··· ···.
차임 소저. 긴장한 것이오?
그럴 리가 있겠느냐.
헌데 어찌 그리 말이 없으시오?
말 걸지 말거라.
나유타는 입을 다물고 차임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핏 보면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표정은 분명히···.
···호오.
하하. 꼴 좋네.
닥쳐요···!
거대화도 못 해?
이거 잘하면 내가 너 이길 수도 있겠는걸?
··· ···.
인디빌리아의 꼬리가 휘둘러진다.
니힐리스타의 뺨에 길게 그어진 상처가 생겨났다.
아, 이런. 미안해요. 몸이 안 좋아서 제어가 잘 안되네요.
··· ···.
근데 제 꼬리가 보이셨나요? 아니죠?
그러니 그딴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 하세요.
그러니까 팔 하나만 달라니까.
재생해서 도와줄 테니까.
지금은 뭐, 산송장이나 다름없어서 도와주려야 도와줄 수가 없네.
나도 위대하신 어머니의 명령을 개 마냥 충실히 따르고 싶은데 말이야.
너처럼.
···당신은 그냥 이 싸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머저리로 있어 주는 게 가장 어울려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하하. 너 그런데 자신은 있냐?
저것들 상대할 자신.
퀸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요.
그것 참 대단하네. 지배력.
그렇게 제멋대로였던 네가 말을 이렇게나 잘 듣다니 말이야.
··· ···.
인디빌리아는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먼지구름이 다가온다.
···유사 인간들이군요.
어디 보자.
···하하.
하하하!
꼬맹이 하나에, 로봇에, 땡중이잖아?
야, 쟤들 너 잡으러 왔나 보다.
이게 무슨 말이겠어?
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이, 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오는 거잖아 지금!
너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녔길래 저런 것들까지 널 잡으러 오냐? 응?
하하하! 진짜, 진짜 형편없네 너!
인디빌리아의 꼬리가 휘둘러진다.
그 끝의 칼날이 니힐리스타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
니힐리스타는 여유롭게 그 칼날을 어루만졌다.
위대하신 어머니가 싸움 금지라고 했잖아. 잊었어?
··· ···.
야. 쟤들 온다.
너 이제 죽을 준비해라.
명복은 빌어줄게.
···좋아요.
마침 잘됐네요.
저도 화풀이 상대가 필요했으니까.
뇌전 소저와 화룡 소저가 보이오.
먼저 가마.
예? 차, 차임! 혼자서 뭘 어떻게···!
달리거라! 트롬베!
차임을 실은 트롬베가 질주한다.
탈로스와 만트라와의 거리가 삽시간에 멀어진다.
차임! 기다려요! 이게 무슨 무모한···!
네 이놈--!! 인디빌리아--!!
감히! 감히 네놈이! 아가씨의 옥체에 상처를 냈겠다!
그 죄! 수백 번 죽어도 용서받지 못한다!
내 반드시!
네놈의 수급을 가져가고야 말것이니라아아아--!!
차임! 그렇게 흥분해서는···!
그러고 보니 당신에겐 빚이 있었죠.
복수해 드리죠.
인디빌리아와 차임의 거리가 좁혀진다.
트롬베의 등에 올라타 있던 차임이 앞으로 몸을 던지듯 뛰어오른다.
인디빌리아는 이것을 예상했다는 듯, 미소 지으며 승리를 확신한다.
그래. 그렇게 웃어두거라.
네놈은 반드시 나의 목을 노린다.
그런 녀석이니까.
내가 네놈의 목을 베었을 때와 같이, 내 목을 베려 들 것이니라.
나에게 네놈의 공격을 보고 피할 재주는 없다.
그저 그럴 것이라 믿을 뿐이니라.
차임이 공중제비를 돈다.
차임의 목이 있던 곳을 인디빌리아의 칼날이 지나간다.
차임의 등이 베인다. 하지만 깊지 않다.
···뭣···!?
회전을 마친 차임의 눈이 인디빌리아와 마주친다.
지금이다. 유일한 기회다.
인디빌리아···!
아가씨가 나에게 넘겨준 영광스러운 힘···!
네놈에게 쏟아주마···!
에블라 입자 전환형 확장 무장.
네이키드 킹. 액티브.
이건···!
왕께서 하사하시는 상이니라!
영광스럽게! 받거라아아아--!!
빛나는 왕복을 걸친 차임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거대한 충격파가 인디빌리아를 덮친다.
인디빌리아는 익숙하지만 끔찍한 그 고통을 상기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차임이 바닥에 추락하듯 쓰러진다.
날려버려! 탈로스!
라져. 우주까지 날려버리겠습니다.
탈로스가 돌진, 인디빌리아의 꼬리를 잡고 공중으로 힘껏 던진다.
공중에서 제어를 잃은 채 낙하하는 인디빌리아.
나유타는 인디빌리아의 낙하 예상 지점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래 봬도 소인이 호신술에는 조예가 깊··· 소!
나유타의 양 팔이 원을 그린다.
추락하던 인디빌리아는 마치 그 원 안으로 빨려가듯 회전한다.
가속도를 잔뜩 머금은 인디빌리아의 머리가 지면에 처박히며 추락한다.
큰 충격파와 굉음이 터져 나온다.
약해진 신체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인디빌리아는 정신이 몽롱해진다.
···차임!
으··· 으윽···!
탈로스가 알몸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차임에게 위장포를 덮어준다.
괜찮아요?
온··· 몸이··· 아프구나···.
역시 아가씨는 대단하다··· 이런 걸 그렇게 자유자재로 다루시다니···.
차임도 대단해요! 진짜 네이키드 킹을 쓸 줄은···!
하... 하. 왕국 제일의 신하라면··· 당연한 일이니··· 라.
어··· 흑···!
···아직 정신이 남아있다니 대단하외다.
니힐··· 리스타···!
··· ···.
싸워··· 요···!
뭘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이··· 쓸모 없는···!
하하. 지가 그렇게 만들어놓고 무슨.
니힐··· 리스타는 지금 정말 약한 상태인 것 맞죠?
만약 조금이라도 회복한 상태라면 우리들만으로는···!
···젠장.
니힐리스타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다. 다리를 풀고, 목을 돌린다.
싸, 싸울 생각으로 가득한데요?
감지되는 출력은 미약합니다. 하지만 어떤 비장의 수가 있을지 불명입니다.
···야, 땡중.
예. 화룡 소저.
나 너희랑 싸워야 해.
아무런 승산도 없고, 그냥 단순히 시간 끌기밖에 안 되는 개죽음인데.
그래도 싸워야 해.
[명령]이거든.
거부할 수 없는, 거지 같은 명령.
하하.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라신다. 위대하신 어머니께서.
니힐리스타가 쓰러져있는 인디빌리아를 툭 걷어찬다.
야. 우리는 그냥 이런 거야.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라고. 알겠어?
니힐리스타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딘다.
화룡 소저.
왜.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 거요.
··· ···.
그러게.
그만합시다.
솔직히 보고 있는 소인이 좀 창피하오.
···그렇냐.
그렇소.
··· ···.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
나유타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뻗어 인디빌리아를 가리킨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니힐리스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인디빌리아가 비틀대며 일어난다.
킬로와 탈로스는 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누가 사이좋게···! 사담이나 나누라고 했나요···!
싸워요···! 싸워요! 싸우라고요!
못 하겠으면···! 제가 도망갈 수 있게···!
고기 방패라도 하시던가요···!
··· ···.
니힐리스타는 자신의 앞에서 부들대며 서 있는 인디빌리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깐만.
생각해 보니 이 녀석 나 잡아먹었었잖아?
내가 무장까지 줘가면서 실컷 살려놨더니.
배신당했었지, 나.
니힐리스타···! 내 말이 안 들리나요!?
그런데 이 자식은 대체 왜.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지?
왜 나한테 명령질이지?
이 쓸모없는 산송장이···! 뭐라도 하라고요!
아, 하~아.
열받네.
니힐리스타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콰직-!!
!!
니힐리스타의 날카로운 이빨이
인디빌리아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야.
넌 그냥 내 밥이나 돼라.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