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GODDESS FALL22 / 28
GODDESS FALL
목숨의 가치 : A
[SCENE START]
파피용은 달린다.
그리고 에덴에서 빠져나오기 전의 일을 회상했다.
나는 도망갈 거야.
그렇군요.
이사벨에게 안전 루트는 전해 받았나요?
···알고 있었어?
예. 루트는 제가 짰으니까요.
···그래.
잘 가요. 돌아가서 발설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많은데, 딱히 의미는 없겠네요.
말하고 말고는 당신의 자유니까요.
··· ···.
안 붙잡아?
붙잡아 줬으면 하나요?
글쎄.
인질로 있던 것 치곤 많이 도와줬어요.
고맙죠.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돼요.
왜? [에이~ 우리 동료니까 목숨 한 번 걸어주라? 응?] 이렇게 얘기할 수 있잖아.
저는 그렇게 아양 떨면서 얘기하지 않아요.
아양···!
그리고 목숨을 걸어달라는 말은 강요할 수 없어요.
자기 목숨의 가치는 자기가 정할 수 있는 거니까요.
··· ···.
그럼 너희 목숨은, 여기서 거는 걸로 괜찮아?
너희 목숨의 가치를 그렇게 정했어?
예. 그렇게 정했어요.
···세실. 냉정하게 말할게. 퇴각한 다음에 재정비하고 다시 싸우는 게 낫지 않아?
기회가 지금만 있는 건 아닐 거 아냐.
지금밖에 없어요. 저쪽이 우릴 겁낼 때 할 수 있는 게 많을 테니까요.
퇴각한다는 건 밑천이 드러난다는 얘기예요. 그럼 저쪽은 다음에 훨씬 과감하게 움직이겠죠.
그리고 지금 퀸은 피해가 제법 커요. 다음에도 이만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죠.
···너희.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 이상하잖아.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딨다고 이렇게까지···.
··· ···.
글쎄요.
당신의 말대로.
우리 모두 미쳐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하아···! 하아···!
미친··· 것들···! 하하···!
후우···! 후우···!
파피용은 거친 숨을 고르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전파탑이 우뚝 솟아 있다.
···후우.
전파탑의 단말기를 열어 자신의 핸드폰과 연결한다.
그리고 파피용은 핸드폰을 조작한 후, 귀에 가져다 댄다.
하아··· 하하···.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진짜.
신호가 간다.
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걸다니 과감하시네요.
중요한 이야기여야 할 거예요.
에덴으로 와 빨리.
저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
시간 없으니까 잘 들어.
퀸이 내려왔어. 에덴은 작살났고. 파이오니아가 합류했고 바이스리터가 합류했어. 인헤르트는 전멸했어.
··· ···.
···뭐라고요?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빨리 튀어와! 다 죽는다고! 와서 도와!
잠깐만요. 지금 누가 전멸했다고
닥치고! 빨리! 오라고!
파피용은 거칠게 핸드폰에 이어진 커넥팅 디바이스를 뽑는다.
그리고 자신이 뛰어온 황무지를 바라본다.
···하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파피용이 달린다.
자신이 달려왔던 곳을 향해, 에덴을 향해 달린다.
파피용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하하···! 미쳤어···! 미쳤나 봐···!
진짜 미쳤나 봐 나···!
좀 어떠시오.
죽을 것··· 같진 않아요.
응급처지일 뿐이라 제대로 된 치료는 에덴으로 가는 게 좋을 것이오.
소인이 부축하겠소.
됐다. 내가 한다.
요한 소협? 에덴은 어찌하고 여기까지···.
이제 저들의 판단에 맡기는 때다. 내가 할 일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 ···.
승려.
요한은 손을 뻗어 전장을 가리켰다.
가라.
··· ···.
소인은···.
가고 싶지 않나.
가라.
··· ···.
일이 잘못되어도, 모든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이어줄 이가 있다.
실패의 책임을 너 따위가 홀로 짊어질 필요는 없다.
···허나.
소인은 이미 많은 이들을 소인의 손으로 떠밀었소.
소인은, 그래. 마치 그들에게 선택지가 있는 것 마냥 강요했소.
그들의 긍지를 이용했소.
그리고 진짜 선택은 그들에게 미뤘소.
소인은 방관자요.
그 어느 것 하나 결정할 용기가 없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무기 삼아 그들을 사지로 내몰았소.
그러니 소인은 책임져야하오. 만에 하나 그들이 실패했을 때.
비겁한 방관자는 그들의 의지를 이어 다음에 있을 때를 준비해야···.
나유··· 타.
죄송··· 한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 군요.
··· ···.
가서, 같이 싸우고 싶지 않나.
저들과.
그러··· 고 싶소.
그럼 가라.
함께 싸워라.
소인이··· 어찌···.
소인에겐 그럴 자격이···.
함께 싸우는··· 것에··· 자격 같은 건 없어··· 요.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지금 네가 책임져야 할 것은 실패한 이후가 아니다.
승리를 책임져라.
··· ···.
만에 하나 실패하면, 뒤를 이어줄 이가 있다.
그러니 지금. 모든 걸 걸어라.
모두가 모든 걸 걸었을 때, 너도 함께 걸어라.
[전우]란 그런 것이다.
··· ···.
아아··· 대협.
소인이 대협을 만난 것은 어쩌면···.
가져가라.
요한이 뭔가를 나유타에게 던진다.
탄두가 붉은 탄환이다.
···언체인드.
어디에 어떻게 쓰든 네 자유다.
허공에 날리는 짓만 하지 마라.
이건 너무 책임이 막중···
이럴 때인 만큼, 네가 선택해라.
남에게 미루지 말고.
··· ···.
세실. 의무실을 비워놔라. 니케 한 기가 간다.
알겠어요.
나유타는 머뭇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뛴다.
은색의 승려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속도로 달려 나갔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