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GODDESS FALL20 / 28
GODDESS FALL
창공을 수놓던 날개 : B
[SCENE START]
이사벨의 오른쪽 어깨와 팔이 붉은빛에 집어삼켜진다.
삽시간에 녹아내린 상체의 일부로 인해 비행이 휘청인다.
큭···!
얼마 남지 않았다. 힘내렴.
물론이야···!
이사벨이 속도를 더욱 높인다.
이사벨은 한계를 느낀다. 신체가 제어 되지 않는다.
쏟아지는 붉은 빛.
이사벨은 하체가 사라졌음을 느꼈다.
코어의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짐을 느낀다.
하란!
뒤는 맡기렴.
아아아아아--!!
마지막이 될 것이 확실한 가속.
이사벨은 쏟아지는 붉은 빛들 사이를 돌진한다.
그리고 몸을 뒤틀어 하란을 허공에 집어 던진다.
하란이 스테이션의 외피에 착지한다.
뒤를 돌아봐야 하나.
아니, 돌아봤자 미련과 분노만 남을 뿐이다.
하란은 낫을 휘둘러 스테이션의 외피를 부순 후, 내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사벨은 그런 하란의 모습을 확인한 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수많은 붉은 빛이 이사벨을 향해 다가온다.
··· ···.
사랑스러운 분.
당신을 다시 한번
붉은빛이 이사벨을 삼킨다.
··· ···.
지저분하고, 습한 곳이구나.
후후. 추한 네놈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구나.
하란이 낫을 휘둘렀다.
가루가 퍼져나간다.
지금 네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의 동료들에게 감사하렴.
네놈을 최대한 괴롭게 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그들의 목숨이 위험하니.
아쉽지만 금방 끝내도록 하겠다.
가루가 더욱 퍼져나간다.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며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특별히 준비한 포식 증식형 바이러스란다.
이렇게 바보같이 크면 클수록 포식할 것이 많아 더욱 맹렬히 증식하지.
자, 그럼.
떨어져라.
아, 아가씨! 주위에 있던 나유타가 많이 줄었습니다요!
그럼 곧 스페이스가 떨어지겠군요.
스테이션입니다요! 그리고 이만큼이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믿어요, 차임.
퀸을 쓰러뜨리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입니다.
그리고, 목숨을 걸었을 때 기적은 일어나는 법이죠.
··· ···.
알겠습니다요! 이 차임! 잠시 패배를 상상하고 망발을 내뱉었습니다요!
믿고, 싸우겠습니다요!
예. 믿고 싸우죠.
트롬베에 올라탄 크라운과 차임은 전장을 헤집고 있었다.
크라운이 앞세운 창은 앞을 가로막는 랩쳐들을 산산조각내며 꿰뚫었고,
차임이 던져대는 폭탄은 랩쳐들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공중에서 쏟아지는 붉은 빛들은 트롬베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 아가씨!
전방에 인디빌리아가 있습니다요!
빠르게 바뀌는 풍경의 끝. 인디빌리아가 미소 지으며 크라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쯤에서 잡아두도록 할까요.
좋습니다요!
꽉 잡아요 차임. 전속력으로 갑니다.
달려요, 트롬베!
트롬베가 지면을 더욱 강하게 박차며 달려 나간다.
주위의 풍경을 인식할 수 없을 만큼 가속도가 붙은 찰나.
트롬베의 앞에 거대한 철 덩어리가 떨어졌다.
큰 진동과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른다.
크라운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붉은색으로 물든 구름 너머에서, 녹슬고 부서진 강철 덩어리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퀸이 조금씩 지상과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쉴 틈 없이 쏟아지고 있던 붉은 빛이 멎었다.
떨어뜨렸군요.
작전 성공이네요!
스테이션의 무력화를 확인.
다음 플랜, [큰 거 한방]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뭐였죠 그게?
뒤로! 뒤로 퇴각해야 합니다요 아가씨!
휘말리면 끝입니다요!
아. 그 작전이었죠.
좋아요. 뒤로 물러서
스칵!
트롬베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강철 덩어리가 두 동강 나며 쓰러진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인디빌리아의 꼬리가
차임의 목을 향해 휘둘러진다.
저도 복수라는 걸 해야 해서요.
···!!
크라운이 다급히 방향을 틀어, 창을 세워 차임의 옆을 막아낸다.
후후···! 역시···!
인디빌리아가 차임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공기를 찢는 파열음, 칼날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차임을 향한 인디빌리아의 공격을 크라운이 모두 막아낸다.
흐, 흐아···!
걱정마요 차임. 제가 다 막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역시 남을 위해 죽는 게 어울려요!
계속 그렇게 타인의 목숨과 사명을 짊어지다 죽어요!
카가가가강--!!
인디빌리아의 칼날이 더욱 가속한다. 차임을 집요하게 노린다.
크윽···!
차임은 격전의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와 동시에 안심하며 바라보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채 모든 것을 막아내고 있는 왕의 뒷모습을.
쎄에에에엑--!!
인디빌리아의 꼬리가 크게 호를 그리며 크라운의 뒤에 있는 차임을 노리고 휘둘러진다.
큰 공격이다. 크라운은 이 공격을 막아내면 반격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카앙-!!
크라운의 창이 꼬리의 칼날을 막아낸다.
빠른 반격을 위한 자세를 다듬는 순간, 크라운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몸이 둔하다.
당신이 좋아하는 에블라 입자를 뿌리고 있었어요. 스며들듯이.
맘에 드나요?
!! 차임! 퇴각을···!
늦었어요.
인디빌리아의 꼬리가 다시 차임을 향해 크게 휘둘러진다.
크라운이 막아선다.
그래요. 당신은 그럴 줄 알았어요.
가로로 휘둘러지던 꼬리의 궤적이 삽시간에 바뀐다.
하늘로 솟은 꼬리 끝의 칼날이 내려쳐진다.
인디빌리아의 칼날이 크라운의 어깨를 파고든다.
그대로 아래를 향해 그어진 칼날은
크라운의 허리춤까지 내려온 다음에야, 크라운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인디빌리아가 거리를 벌린다.
쿨럭.
아가씨이이--!!
후후. 아하하하.
역시, 예전의 그 바보 같은 힘은 사용할 수 없는 모양이군요.
그리고 축하해요.
타인을 위해 죽는 것. 당신에겐 더없는 영광일 테니.
아아아아--!!
대치 중이던 랩쳐를 걷어찬 탈로스가 인디빌리아에게 돌진한다.
인디빌리아는 웃으며 자세를 낮춘다.
그 순간, 트롬베가 탈로스를 들이받는다.
어헉···!?
퇴각한다!
크라운이! 크라운이이--!!
라푼젤이 있다! 반드시 살린다!
퇴각한다아아아--!!
윽···! 으으으으윽···!
인디빌리아는 등을 돌린 채 퇴각하는 트롬베와 탈로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이가 없어서.
누가 퇴각하게 둔다고 했었나요?
인디빌리아가 자세를 숙이고 달려 나가려는 순간.
인디빌리아는 시야 한편을 차지한 뭔가를 보고 멈췄다.
···뭔가요 저건.
마리안은 하늘을 본다.
붉게 물든 하늘.
비처럼 쏟아지는 강철 조각들.
마리안은 전장을 바라본다.
죽어간, 죽어가는 나유타들.
목숨을 건 이사벨과 하란.
악을 쓰며 싸우고 있는 크라운 왕국의 니케들.
죽어가는
랩쳐들.
마리안의 소중한 것들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마리안은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슬펐다.
동시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마리안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너머까지 뻗어있는 전선에 몸을 맡기고 있는 그것을 바라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퀸을.
···너구나.
너였어.
마리안의 몸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입자가 흩날린다. 지면이 흔들린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우리들은!
우리들은--!!
검은 빛이 터져나왔다.
인디빌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전장에 갑자기 나타난 거체.
인디빌리아는 저것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었다.
거대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