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GODDESS FALL23 / 28
GODDESS FALL
목숨의 가치 : B
[SCENE START]
흐읍···!
마리안의 거신이 탄환과 빔을 쏟아붓는다.
랩쳐들이 속수무책으로 부서진다.
압도적인 거체에서 뿜어내는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랩쳐들은 제대로 된 반응도,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쓸려나갔다.
전장의 판도가 뒤집혔다.
물량으로 밀어붙이던 랩쳐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됐어···!
이제 퀸을···!
마리안에게 퀸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나유타의 분신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사방이 랩쳐여선 싸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마리안은 절반이 훨씬 넘는 랩쳐들을 파괴한 후에야, 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마리안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왜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마리안이 퀸을 바라본다.
퀸은 마리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마리안의 거신이 아닌, 마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
기괴한 소리를 내며 퀸의 입이 열린다.
가느다란 붉은색 빛이 뻗어 나온다.
눈으로 인식하기도 힘든, 실과 같은 그 빛은 마리안의 거신의 몸통을 긋고 지나갔다.
잠시 후, 마리안의 거신이 두 동강 나기 시작했다.
···이런···!!
극도로 압축된 빔에 의해 무너져가는 거신의 안에서, 마리안은 마지막 공격을 다짐했다.
어깨의 포신에 빛이 모여든다.
거신은 두 줄기의 빛을 퀸에게 뿜어냈고,
퀸은 손을 내밀어 두 줄기의 빛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퀸도···!
퀸의 손에서 거대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마리안의 거신이 빛에 삼켜진다.
마리안은 자신의 몸이 낙하하고 있음을 느꼈다.
눈을 뜰 수 없다. 몸이 만신창이다.
그때, 자신을 누군가가 잡아채는 것을 느꼈다.
쿵-!
지면에 착지함을 느낀다.
마리안은 있는 힘껏 눈을 뜬다.
[너는 이곳에서 죽어선 안 된다.]
···토커티브···?
[너의 몸은 퀸의 다음 바디가 되어야 한다.]
[그것만을 위해 너는 존재한다.]
[그러니.]
우득!
커헉···!
[쓸데없는 짓은 이제 그만해라.]
[퀸께 총구를 들이밀지도 마라.]
[너는 그저, 퀸 인자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우득!
···!!
[머리를 뭉개놓고 싶지만, 그릇이 망가질 수 있으니 참겠다.]
우드드득!
··· ···.
[흠. 정신을 잃었나. 이런게 퀸의 그릇이라니···.]
[···만약을 대비해, 눈과 귀, 입은 없애도 되겠군.]
[없애둘까.]
그러지 마요. 망가지면 어떻게 하려고 해요?
[···미러.]
제 지시대로 마리안을 무사히··· 음. 무사히의 정의가 뭔지부터 재정립할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아무튼 잘 확보해 놨네요.
[정말 이것이 퀸의 새로운 바디가 될 수 있는 건가?]
물론이에요. 퀸은 노쇠했으니까.
무엇보다, 퀸이 말하고 계시잖아요. 새로운 몸을 원한다고.
[···나에게는 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건 어쩔 수 없죠. 헬레틱이나 그 이상의 고위 개체들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절대 망가뜨리지 말아요.
그릇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요.
그러니 원래 계획대로, 마리안을 잘 보호해요.
세상에, 먹으려고까지 했다면서요?
큰일 나요 진짜. 퀸께서 알면 당신, 머리가 날아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내칠지도 모른다고요?
[!!]
아시겠나요? 사태가 심각해요. 다져놓고 부러뜨린 건 제가 잘 수습할 테니,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마요.
당신은 퀸에게 인정받고··· 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잖아요?
[···그래. 주의하지.]
그래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아, 그러고보니 언체인드는요?
찾았어요?
[어느 몸에 있는지는 찾았다. 확보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래요.
아시겠지만 토커티브. 퀸은 육체도 노쇠했지만 더 큰 문제는 뇌예요.
퀸께서는 릴리스의 뇌에 자신의 정보를 덮어썼지만.
릴리스의 뇌에 남은 NIMPH가 계속 퀸을 공격하고 있거든요.
물론 퀸께서 패배할 리는 없겠지만··· 불안 요소는 없애놓는 게 좋죠.
아무튼 그걸 없애야, 퀸께서는 진정한 퀸이 될 수 있어요.
퀸께서 강림하셨으니, 이제 바쁘게 움직여주세요.
[그래. 알겠다.]
대답은 잘하시네요.
···음.
다 왔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시겠죠? 마리안을 절대 망가뜨리지 말아요. 애지중지하면서 잘 보호하란 말이에요.
[알겠다. 주의하지.]
미러가 지직거린 후 사라졌다.
토커티브는 만신창이가 된 마리안을 내려다보았다.
마리안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
토커티브가 고개를 들어 굉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노기에 서린 눈빛을 한 채, 미친 듯 달려오고 있는 셋이 있었다.
토커티브--!!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말게나···!
절대, 용서하지 않습니다!
[순례자아아--!!]
토커티브의 손이 기괴하게 꿈틀댄다.
붉은빛이 일렁이던 손은, 이윽고 화룡의 머리 모양을 한다.
[네놈들은 사사건건 나를···!]
화룡의 머리가 불을 머금는다.
홍련의 검이 화룡의 머리를 잘라낸다.
라푼젤의 금색 빛이 토커티브의 목을 꿰뚫는다.
스노우 화이트가 체중을 실어 라이플을 휘두른다.
콰직!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토커티브의 머리가 뽑혀 나간다.
[이··· 게··· 뭐···!]
탕! 탕! 탕! 탕!
스노우 화이트의 총이 불을 뿜는다.
토커티브의 뽑혀 나간 머리가 너덜너덜해진다.
스노우 화이트는 그것을 짓밟는다.
너는 말이 너무 많아.
라푼젤. 마리안의 상태는 어떤가.
외상이 심해요. 코어의 출력도 많이 떨어졌고요.
옮길 수 있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네요.
그래. 오는군.
··· ···.
스노우 화이트는 고개를 든다.
퀸을 바라본다.
퀸도 그녀들을 바라본다.
백색의 순례자들이 마침내.
칠흑의 여왕 앞에 섰다.
퀸···!
그 목, 베어주겠네.
끝입니다. 퀸.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