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UNBREAKABLE SPHERE09 / 28
UNBREAKABLE SPHERE
인큐베이터 : A
[SCENE START]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는 존재가 몇이나 있을까?
···아···!
난 기억한다.
처음으로 본 세상의 빛을,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고,
나를 만들어낸 [창조자]와 처음 만나는 순간을.
처음으로···.
음? 벌써 깨어났네?
···아.
안녕하···.
···불행을 마주한 날을.
흠··· 이번에는 어느 스쿼드에 배정되려나.
예?
어디 보자~ 지식은 평범한 수준이고.
지구력이나, 전투 관련 쪽 평가도···.
그저 그렇고.
특별한 재능은···.
···흐음.
없네?
··· ···.
하하.
뭐야 이거. 덜떨어졌잖아?
···!!
기껏 이상향을 안고 태어났으면서, 무능력자라니.
허어··· 미실리스에서도 이런 애가 나오네.
제작 쪽에서 요즘 일을 대충 하나?
··· ···.
흐음··· 그래도 스쿼드에 일단 넣기는 넣어야 하는데,
다른 회사 쪽 스쿼드에 밀어넣기엔 좀··· 부끄러운 수준이고,
흠··· 미실리스 일반 스쿼드 중에 빈자리가···.
없네?
··· ···.
안되겠다.
넌 그냥 여기로 가라.
난 불량품이었다.
기껏 이름을 갖고 태어났지만 완제품이 되지 못한 채,
미숙하게 태어나버린 니케.
그런 미숙한 니케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쟤가 걔지?
그 모자란 애.
맞을걸?
그렇지 않고서야··· 양산형이 아닌 게 여기 올 리가 없잖아.
아니, 무슨 일반 니케가 양산형 스쿼드에 배정이 돼?
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잖아.
그러게, 나도 그런 거 있는 줄 몰랐어.
··· ···.
쟤 좀 불쌍하다.
왜 불쌍해?
쟤는 그래도 온전히, 자기만의 얼굴도 있고 이름으로 불리잖아.
···부럽게.
질투, 시기, 조롱, 분노.
똑같은 얼굴들 속, 다른 얼굴을 가졌던 내게 악의를 가진 무리는 많았다.
삑-
[만료된 사용권입니다.]
어···? 오늘 배식은 안 받았는···.
킥킥-
··· ···!!
모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뭐 할 말 있어?
···처음엔.
어떻게든 착한 척, 웃어보려고 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보급 기계가 고장 난 거 같아서.
그래? 어쩔 수 없네~
리더가 바로 출발해야 한다던데. 이번엔 굶고 가야겠네.
그, 그럴게··· 헤헤.
어쩔 수··· 없지.
다들 준비 끝났지? 나가자.
네~ 리더~
··· ···.
같은 스쿼드 멤버니까.
목숨을 걸고 지상에서 함께 임무를 해야 하는 사이니까.
아무도 없는 지상에서, 혹시라도 날 버리고 가버릴까 봐.
죽고 싶지 않아서.
···살고 싶어서.
무리한 자원 채집 구역을 배정받아도,
오늘 이 구역은 너 혼자 해.
나, 나 혼자서? 여기 구역을··· 다?
이 정도도 혼자서 못해?
양산형도 아니면서···.
···하, 할게! 할 수 있어!
보급 물품을 숨기는 것도,
먹지 못하게 굶기는 것도,
비웃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조롱하는 것도, 놀리는 것도.
전부 모르는 척 웃어 보였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복귀 메시지도··· 안 왔는데.
이렇게 한곳에 오래 있으면 랩쳐가···.
쿵- 쿵- 쿵- 쿵-!
!!
래, 랩쳐?!
어, 어디로 피해야···!
모리가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 데도 숨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떡해··· 어, 어떻게 하지···!
툭.
모리의 발치에 삽이 걸렸다.
땅···! 땅으로 숨어야 해.
모리가 삽으로 필사적으로 땅을 파내, 굴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흐으··· 흐으으···!
그리고 굴속에 앉아, 파냈던 흙을 머리 위로 덮었다.
윙- 윙- 윙- 윙-
제발··· 제발··· 오지 마··· 발견하지 마···!
머리 위로 쏟아지는 흙 속에 자신을 묻으면서,
그저 살아남기만을 기도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엘리베이터로 돌아갔을 때···.
너 뭐야. 복귀 명령 못 들었어?
그런 거··· 못 들었는데.
야. 너 얘한테 말 안 했어?
킥- 킥킥-!
모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 전 분명히 했는데~?
···안 했잖아.
못 들었다고?
그래. 못 들었어.
야. 네가 못 들어 놓고 나한테 뒤집어 씌우는 거 아냐?
아, 아니면 너 청력도 모자라게 태어난 거야?
··· ···.
그날, 처음으로 같은 스쿼드원에게 폭력을 사용했다.
악의에는 악의로 답해줘야 한다는 걸, 처음으로 배운 날이기도 했다.
그날의 폭력으로 갱생관에 갔다 온 이후,
아무도 나와 스쿼드를 같이 하려 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저··· 너 말이야.
아무 스쿼드에도 안 들어갔으면, 우리랑 같이 갈래?
나, 나 말이야?
응! 너 모리라고 했지? 우리도 자원 채취 스쿼드라서 너 같은 경력자가 필요해서.
같이 할래?
어, 그, 그럼! 같이해. 같이 하자!
선의로 무장해 찾아왔던 이들은 웃으며 뒤통수를 쳤고.
횡령이요? 제, 제가요?
네 가방에서 미제출 자원이 나왔어.
전 그저 잠깐만 짐을 들어달라고 해서 들어준 건데···!
아, 이제 이런 변명도 질린다.
저는 변명이···!
그래서 네 가방에 미제출 자원이 안 들어있었어?
그건···!
그렇지만···.
맞네. 뭘.
그럼 너도 공범인 거야.
··· ···.
아무도 내가 속았다는 걸 믿어주지 않았다.
뭐야, 이거 갱생관에 다녀온 적이 있는 녀석이네?
와중에 특별한 능력도··· 없는 것 같고.
··· ···.
어쩔 수 없네.
넌 [인큐베이터]로 가라.
!!
인큐베이터 스쿼드.
문제를 일으켰지만, 특별한 능력도 없어서.
다른 스쿼드에 넣어 재활용하기에도 애매한 니케들을 모아,
마지막으로 잠재력을 개화시켜 폐기 처분되지 않을 기회를 주는,
대기 발령 스쿼드.
···그곳에서도 상황은 같았다.
쟤지? 양산형 스쿼드에서 물건 훔치다 걸린 애.
조, 조심해. 성격도 나빠서··· 시비도 엄청 걸고 다닌데.
괜히 엮였다가, 우리도 같이 폐기당하면 어떻게 해···.
··· ···.
아무도 나와 스쿼드를 같이 하려 하지 않았다.
살아남을 마지막 기회를,
나 같은 위험하고 덜떨어지는 니케와 함께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남고 싶어서···.
당신은 딱 한 가지만 해주면 돼요.
그것만 하면 당신은 영원히,
폐기 대상자에서 제외될 거예요.
타인의 불행을 제물 삼아서라도 살아남으려,
악의로 가득 찬 손을 잡았다.
그렇게···.
우우우··· 우우우!!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런 내가 살아남는 게 맞는 걸까?
잘못 태어난 순간, 죽음을 선택하는 게 맞았던 것 아니었을까?
악의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아무도 내가 살아남길 바라지 않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수없이 많은 멍청한 선택들을 하기 전에,
죽고 다시 태어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 ···.
모리는 땅굴 속에 몸을 숨긴 채,
구부정하게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만할까.
사는 거··· 그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왜?]
!!
···네가 왜···.
[데리러 왔어. 모리.]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