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MEMORIES TELLER20 / 34
MEMORIES TELLER
그래야만 한다 : B
[SCENE START]
내가 이럴 줄 알았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네.
그래서. 이유가 뭐래?
위대하신 중앙 정부께서 다 큰 뜻이 있으셔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 아냐.
··· ···.
···됐어. 말하기 싫으면 말아.
그냥 우리가 데려가면 되니까.
···프리바티 입장에서는 보고를 해버린 탓에 일이 꼬인 거야.
···무슨 말이야?
헤르민을 데려오지 말라는 명령을 프리바티에게 내렸는데, 우리가 헤르민을 데려가버리면.
프리바티는 명령 불복종이나 임무 거부를 한 것으로 취급될 거야.
··· ···.
그, 미안한데.
그렇게 되더라도 우린 데려갈 거야.
알아요. 당신들은 그렇게 하겠죠.
그럼 우리가 프리바티 때려눕힌 다음 헤르민 할아버지를 데려가면 되지 않나요?
선택지
아하. 그걸 생각 못 했네요.
선택지
···하아.
1. 희귀 전염병일 가능성 높음. 방주에서 치료할 수 없는 전염병을 앓고 있을 경우 방주가 위험해짐.
2. 흉악범일 가능성 높음. 방주의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 높음.
3. 랩쳐의 스파이일 가능성 높음. 방주의 위치 및 방주의 정보를 빼낼 가능성 높음.
하하. 이건 좀 신선하네.
4. 인간이 아닐 가능성.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낸 맹수 및 랩쳐일 가능성 높음.
얼씨구.
5. 새로운 종일 가능성.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일 경우 방주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 높음.
창의력 대단한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례. 이런 종류의 이유들이 90개 정도 있어요.
그 결론이, 가장 아래에 적혀있는.
[지상에 남은 인간의 수는 0명이어야 한다.]
라는 거죠.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얘기예요.
헛소리네. 가능성을 넓히기 싫은 거겠지.
무슨 말이에요?
지상에 남은 인간의 수가 0명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찾아다녀야 할 것 아냐.
그게 힘들고 잘 안될 것 같으니까 [아 그냥 0명이라 치고 찾지 맙시다]가 된 거라고.
비약이 너무 심하시네요.
목소리나 좀 떨지 말고 말하지? 진짜 세뇌된 거라고 믿기라도 하게.
당신···!
0명이 아니면 곤란한 건 중앙 정부야.
지들 명성에 흠집이 나니까.
0명이라고 그렇게 그렇게 얘기해 놨는데, 아니었어봐.
위대하신 중앙 정부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질 거 아냐.
중앙 정부가 그런 짓을 할리가 없
너.
지금 그 문서 다시 한번 봐봐.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우린 데려갈 거야.
우린 그래도 돼.
맞지? 지휘관님.
선택지
지휘관. 저한테 시간을 좀 줘요. 제가 상부를 설득해 볼게요.
선택지
그건···.
···헤르민의 상태는 많이 안 좋아 보여.
솔직히 방주까지 가는 길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야.
테트라포드를 빌린다면 시간이 단축되겠지만, 스톰 브링어라도 출몰하면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네가 중앙 정부를 설득할 시간까지 기다려 줄 수는 없다는 얘기야.
···잘 될지도 의문이고.
··· ···.
···네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휘관님이 잘 말해줄 거야.
!!
제, 제가 지금 제 안위 때문에 이러는 것 같나요!?
그럼.
방주에서 중앙 정부가 신용을 잃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아세요!?
모든 게 다 무너져요! 모든 게!
꽉 막힌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신용받는 집단이 무너지면 끝이라고요!
그럼 죽일까? 응?
저 할아버지 죽이고 돌아갈까? 어!?
···!!
지금 네가 하는 말이 그러자고 얘기하는 거잖아!
아, 아니에요. 그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제발. 프리바티.
우리가, 아니. 내가 널 더 싫어하게 만들지 말아 줘.
부탁이야.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리바티를 뒤로 하고 이동했다.
··· ···.
우와. 저 이거랑 비슷한 거 방주에서 본 적 있어여.
오. 그런가요?
녜. 비 오는 날이면 이 지붕을 타고 물이 진짜 예쁘게 흐르거든여.
그거 보고 싶어서 비 언제 오나 기다린 적도 있을 정도였어여.
허허. 그거 기쁘군요.
응? 왜여?
이 지붕 구조. 제가 만든 거거든요.
와! 우와!
그, 그럼 헤르민 씨가 만든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네여!?
그렇게 된 것 같네요. 허허. 이것 참 기쁘게도···.
아, 혹시 이런 지붕은 본 적 없나요? 여기에···.
어!? 저 이것도 본 적 있어여! 방주 경기장 관중석에서 봤었어여!
오오··· 이런 일이···!
많이 호전된 헤르민은 일레그와 함께 저장 장치 내의 자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좀 전부터 두 분이서 아주 즐겁게 이야기하고 계시네요.
녹화 자료 쪽엔 진전이 있어?
예. 있어요. 콤이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엉? 콤이?
복구한 녹화 영상에서 봤어요.
사실 로봇들은 다 똑같이 생겨서 긴가민가 했는데.
아니다. 롬이 콤보다는 좀 더 낫게 생겼다.
···아무튼. 콤의 몸에 새겨진 코드랑 같았어요.
그리고 여기 바닥.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곳곳에 궤도 자국이 있어요.
아무래도 콤이 여기 있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 녀석··· 대체 뭐지···.
아무튼 나머지도 좀 더 찾아볼게요.
일레그가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릴리는 고개를 돌려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 헤르민과 일레그를 바라보았다.
뭐, 조금 정도는 늦어져도 괜찮겠죠.
선택지
아니에요. 재밌어요.
역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건 언제나 즐겁네요.
··· ···.
프리바티는 일레그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헤르민을 본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바라본다.
좀 전에 받았던 문서의 가장 마지막 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지상에 남은 인간의 수는 0명이어야 한다.]
프리바티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뜬 후, 앞으로 걸어갔다.
헤르민을 향해, 좀 더 빠르게, 빠르게 걸어간다.
그리고 헤르민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헤르민이 프리바티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을 때.
프리바티는 자신의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