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MEMORIES TELLER28 / 34
MEMORIES TELLER
슬픈 기억들 : A
[SCENE START]
히히. 다들 고생 많으셨어여.
이거라면 여기 데이터를 싹 다 긁어모을 수 있어여.
역시 지상에는 없는 게 없네여.
···그럼, 이제 헤르민님을 방주로 데려갈 수 있겠군요.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최대한 서두르고 싶은데···.
일레그. 데이터 이동 완료까지 얼마나 걸리죠?
쓰기 읽기 기능이 느릴 거라는 건 확정이라 확답은 못 드려여.
해보는 수밖에 없겠져.
···알겠어요. 잘 부탁해요.
녭!
데이터 이동은 제가 할게요.
일레그와 프리바티는··· 그걸 공유해 주세요.
녜.
···알겠어요.
선택지
여러분. 이쪽으로.
뭘 공유하려고 이런 으슥한 곳까지 오는 거야?
여러분이 저장 장치 찾으러 간 사이, 저랑 릴리 씨가 녹화 자료를 좀 많이 복구했거든여.
어··· 정확히는 소리만 복구했지만여. 영상은 도저히 살릴 방법이 없었어여.
시간 순서대로 정리를 해 봤는데, 여러분들이 이걸 다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여.
자, 틀게여?
치지지직-
···실물을 다 챙기지 못 한건 아쉽지만, 대부분은 데이터 화에 성공했어요.
이 벙커는 이제 인류 예술 최후의 보루인 셈이죠.
다들,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여기서 버텨보죠!
방주에서 곧 우리를 구하러 올 테니까요!
치지지직-
···그런가요. 다섯이나···.
이해합니다. 여긴 어둡고, 바깥엔 랩쳐가 득실거리고, 제대로 된 편의 시설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기 전에 말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음식이나 옷가지 하나 챙기지 않고 그대로 나가버리면···.
··· ···.
그래도, 잘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고.
···아. 방주 쪽에서 연락이요?
아직···.
거, 걱정 마세요. 곧 인류가 이길 테고, 그럼 반드시 우릴 구하러 올 테니까요!
그렇게나 우릴 좋아했잖아요? 무기를 든 예술가들이라고 막 치켜세워두고 했으니까요!
치지지직-
···그렇군요.
···이번엔 일곱이나···.
···무슨 일이 있어도, 목숨을 걸어서라도 예술을 지켜야 한다고 다 같이 다짐했는데···.
··· ···.
연락은 아직 안 왔어요.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그렇겠죠?
서, 설마 버렸다거나···.
아니겠죠? 예?
어어! 잠깐! 그거 찢지 마요!
아무리 추워도 그 천이랑 목조상은 안 돼요! 아시잖아요! 그것들이 어떤 예술품인지!
참읍시다! 우린 예술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는 거지, 생존을 위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기억해요! 우린 예술가입니다! 예술품을 지켜야 할 사명이 있어요!
치지지직-
쿵쿵쿵쿵!
!! 다들 들었죠? 누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것 봐요! 우릴 버릴 리가 없다니까요!
제가! 제가 열게요!
···어?
치지지직-
여길 버리고 도망간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다시 찾아온 겁니까!
왜!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아무것도 없어서요!? 그래서 다시 돌아온 거냐고요!
···그렇군요. 랩쳐한테 모두···. 이 근방에도 가득하다고요···.
그러길래 왜 예술을 버리고 나가서는···!
···뭐···?
···임신··· 이요?
치지지직-
모, 못해요! 아이를 받아본 적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이론은 알아도 그걸 진짜로 해보는 건 천지차이···!
아아···! 머, 머리가 나온···!
따, 따뜻한 물이랑 수건이요! 빨리!
어, 없다고요? 그렇··· 죠. 여기에 그런 생필품은 없었··· 죠.
··· ···.
모, 목조상을 부숴서 불을 붙여주세요! 시, 식수를 끓여서 천을 소독한 후, 가져다줘요!
예, 예술품이고 나발이고, 애가 죽게 생겼다고요!
치지지직-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실물 예술을 지키는 건 포기합니다.
우리 목적은 생존입니다.
아, 아이가 태어났어요.
벙커 밖 세상을 보여줄 순 없지만···.
살려야죠.
치지지직-
아, 이거?
비운의 거장이라 불렸던 화가의 그림이란다. 색이 엄청 강렬하지?
이 채색법이나 스타일은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그가 죽은 다음에야 재조명되었지.
···죽은 다음에 인정받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허허. 후대에 남겼잖니.
자신의 것이 후대에 이어져 영향을 미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극치란다.
치지지직-
자꾸 그렇게 떼 쓰지 말거라. 이 벙커 밖은 지옥이야.
나가는 순간, 우리 같은 일반인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
···이해한다. 네가 바깥을 보고 싶어 하는 거, 이해해.
하지만··· 너는 우리 모두의 딸이란다.
···잃고 싶지 않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치지지직-
쿵쿵쿵쿵!
···누굽니까.
누구냐고!
···!!
니케···! 니케가 이곳에···!
아아···! 드디어···! 우릴 구하러···!
치지지직-
···그렇군요. 탈주병들이었군요.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작전이 그렇게 흔하다니···. 어쩌다 니케들이 이렇게···.
뭐 걱정 마십시오.
여긴 제가 만든 벙커입니다. 자랑 좀 하자면 아주 완성도가 높아요.
랩쳐에게 들키지 않고, 자체 발전기와 정수 시설, 공기 순환 시스템 등 생존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식량도 많이 남아있어요. ···스무 명 기준 100년 분이었으니, 아직 많습니다.
마음이 내킬 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치지지직-
콤은 생각보다 만능이군요.
아주 든든하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항상 우리 딸과 잘 놀아주어서 고맙습니다.
딸이 콤을 많이 좋아하네요.
··· ···.
저, 니케 여러분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치지지직-
딸아, 잘 들으렴.
너는 지상에서 떠돌다가 저분들에게 구출된 거야.
알겠지? 벙커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지상 어딘가에서 태어나서 떠돌다가 저분들에게 구출된 거야.
그래야 저들이 탈주병이 안 될 수 있어.
너를 구하고 보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할 수 있으니까.
알겠지? 아, 아빠 눈 보렴. 울지 말고, 아빠 눈을 봐.
우리는 같이 못 가. 저들이 보호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방주로 가. 방주로 가서, 평범하게 살아.
이런 어둡고 꽉 막힌 곳이 아니라, 통조림과 쇠맛 나는 물이 아니라.
밝고, 쾌적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에서 살아.
알겠지?
치지지직-
콰과과과-!!
인근의 배수로가 막혔다고요? 그, 그럼 이곳에 물이 들어올 텐데···!
아아··· 예술들이···! 인류의 예술 데이터들이···!
···예? 뭐라고요?
밖에서 용접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아니, 안에서 할 수 없다고 해도···!
안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찬성 못합니다! 그냥 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
포기해도··· 되는 건가···? 이것들을···?
보존하여··· 후대에 넘겨야 하는··· 인류의 재산···.
··· ···.
제가 남겠습니다.
누군가는 남아 시설을 관리해야 합니다!
제가 남을 테니, 밖에서 용접해 주세요.
···예. 저는 이 예술 데이터들이 제 목숨보다 중요합니다.
따, 딸아. 내 보물. 이리, 이리 오렴.
갑작스럽지만, 이별할 시간이야.
나는, 나는 행복했다. 너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어.
평생을 예술을 위해 살아온 나에게, 너는 최고의 예술품이었어.
사랑한다. 우리 딸.
콤. 우리 딸을 잘 부탁해요. 약속입니다.
자! 다들 나가서 문을 용접해 주세요!
여긴 걱정 마세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딸을···! 잘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그리고···!
꼭 저를 구하러 와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치지지직-
···열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열자.
···아. 용접··· 했었지···.
··· ···.
오, 올 거야. 날 구하러 올 거야. 야, 약속했으니까.
치지지직-
··· ···.
시간···.
···30년.
··· ···.
···그들은··· 오지 않겠구나.
치지지직-
··· ···.
아···.
치지지직-
··· ···.
외롭구나···.
치지지직-
치지지지···.
··· ···.
··· ···.
··· ···.
··· ···.
그··· 딸이라는 사람은···.
···조사해 봤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찾을 수 없었어요.
탈주병이라는 니케 집단들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또···.
··· ···.
방주에 도착하지 못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 ···.
그래도 계속 조사는 하고 있어요. 잘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문 위에 죽어있던 셋의 니케는 그럼···.
예. 이곳으로 왔다던 탈주병들이겠죠.
···용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물은 계속 차올랐을 거고··· 그대로···.
벙커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 ···.
···이 파일들을 확인하고 팔이 절단된 분을 잘 살펴봤는데여.
팔을 떼어내서 용접용 재료로 쓰신 것 같아여.
선택지
··· ···.
슬픈 기억들이네.
선택지
선택지
선택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