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누아르03 / 05

누아르

함께 하늘을 걷다

[SCENE START]

누아르

일단 점장님 앞에 있는 폴을 잡아보실래요?

누아르의 말대로 폴을 잡았다.

···쇠봉이라 그런지 매우 차가웠다.

누아르

폴의 기초는 살의 고정과 마찰이에요.

누아르

이렇게 폴 위로 올라가 볼게요.

누아르는 가볍게 폴을 잡고 점프하더니 폴에 다리를 꼬고 매달렸다.

누아르

여기 허벅지 안쪽이 밀리는 것 보이시나요?

자세히 보니 허벅지를 폴에 단단하게 꼬아서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력 때문에 몸이 아래로 쏠리면서 허벅지 살이 쓸리고 있다.

선택지

누아르

맞아요, 처음에는 좀 아파요.

누아르

하지만 살과 폴의 마찰로 버티는 거라 익숙해져야 해요.

누아르

그래서 초반에는 멍이 좀 많이 든답니다.

누아르

저처럼 한 번 올라와 보시겠어요?

···자세는 외줄 오르기와 같아 보인다.

폴을 잡고 뛰어올라 폴에 다리를 꼬았다.

선택지

누아르

괜찮으세요?

선택지

누아르

잘하시네요!

누아르

그러면 지금 이 자세에서 폴을 잡은 손을 놔보시겠어요?

선택지

누아르

네!

누아르

지금 다리 살의 마찰로 버티고 있는 거라서 손을 놓으셔도 떨어지지 않아요.

누아르

음···대신 조금 더 아프긴 하겠지만요.

선택지

조심스레 한 손씩 폴에서 손을 놓았다.

선택지

살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에 반사적으로 폴에서 내려왔다.

누아르

괘, 괜찮으세요 점장님?!

누아르

많이 아프셨죠···.

누아르

죄송해요, 제가 누굴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

누아르

폴을 처음 타보는 분에게 너무 무리한 걸 시켰나봐요···.

선택지

누아르

대단···하다구요?

선택지

누아르

그, 그건···.

누아르

으우···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누아르

···으음.

누아르

점장님이 많이 아파하시니 더 폴을 타시는 건 무리일 것 같네요.

선택지

누아르

그, 그렇지만···.

누아르

···아!

누아르

그러면 아프지 않게 할 수 있는 자세가 있어요!

누아르

이건 저랑 함께하는 거예요.

누아르

잠시만 제 폴을 잡고 서 계실 수 있나요?

선택지

누아르

네, 일단 한 손으로 폴을 잡고 서 계시면 돼요.

방금까지 누아르가 타던 폴을 살짝 잡았다.

···따뜻했다.

누아르는 나를 피해 능숙하게 폴을 타고 내 머리 위를 지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누아르

이렇게 하면 폴 위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것처럼 보여요.

누아르는 폴이 양 허벅지 안쪽으로 깊게 위치하게 한 뒤, 다리를 꽉 조여서 폴에 고정했다.

그 상태로 양쪽 다리를 맞물리게 하자, 마치 폴 위에 앉아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누아르

사실은 허벅지로 폴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거죠.

선택지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누아르의 모습···을 감상하기엔 생각보다 서로 간의 거리가 가까웠다.

누아르

아··· 여기가 천장이 많이 높지가 않아서···.

누아르

게다가 점장님이 키가 크셔서 더 그런가 봐요···!

누아르

블랑이랑 했을 때는 딱 맞았는데.

누아르

좀··· 부담스러우신가요?

선택지

···말을 아껴야겠다.

선택지

누아르

아!

누아르

폴을 잡지 않은 팔을 뻗어서 제 손목을 잡아주세요.

공중에서 바닥으로 몸을 살짝 숙인 누아르가 본인의 팔을 내 쪽으로 쑤욱 내밀었다.

···이번에는 다른 쪽이 가까워졌다.

슬픈 생각을 하며 폴을 잡지 않은 팔을 들어 위에서 내려온 누아르의 손목을 마주 잡았다.

그러자 폴의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누아르와 바닥에서 폴을 잡고 서 있는 내가 서로의 팔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누아르

폴을 잡은 손도, 제 손목을 잡은 손도 모두 꽉 잡으셔야 해요!

누아르

저도 꽉 잡을게요.

누아르도 내 손목을 마주 잡았다.

누아르

그 상태로 폴을 잡고 원을 그리듯 빠르게 돌아주세요.

누아르

폴은 바닥에 고정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같이 돌거든요.

누아르

그렇게 점점 돌다 보면~

누아르

하늘을 걷게 되실 거예요!

나는 천천히 폴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정말로 폴은 내가 잡고 돌리는 대로 속도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고.

폴에 매달려 있는 누아르도 당연히 함께 돌기 시작했다.

걸을수록 원심력으로 인해 점점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났다.

누아르

지금이에요!

누아르

발을 떼세요!

선택지

허우적거리며 발을 떼자, 정말 공중을 걷고 있었다.

폴을 잡고 있는 팔과, 누아르를 붙잡고 있는 팔이 아파왔고.

빙글빙글 도는 시야 때문에 멀미가 나는 것 같았지만.

누아르

하핫! 점장님, 하늘을 걷고 계세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누아르의 얼굴에.

팔에 힘껏 힘을 준 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선택지

누아르

저, 점장님··· 괜찮으세요?

누아르

다리가 많이 쓰리신거죠···?

누아르

아, 아닌가··· 팔이 많이 아프신건가···.

누아르

죄송해요··· 제가 괜히 욕심을 부려서···.

선택지

누아르

···저, 정말이신가요···?

선택지

누아르

아···.

누아르

···둘이···.

선택지

누아르

아! 네, 네!

누아르

점장님이 즐거우셨다니 다행이에요···!

누아르

그래도 아까 쓸린 다리가 많이 아프실 것 같으니 제가 냉찜질이라도 해드릴게요.

누아르

잠시만 기다리세요···!

누아르는 안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더니 얼음이 담긴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누아르

폴에 닿은 부분이 다 빨갛게 부어올랐네요···.

누아르

발 등이랑 뒤꿈치부터 해드릴게요.

발에 차가운 얼음들이 닿자.

쓰라리던 감각이 점점 무뎌져갔다.

누아르

··· ···.

누아르

그다음은 허벅지 안쪽이죠?

얼음 봉투를 쥔 누아르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왔다.

선택지

누아르

아니에요···!

누아르

저 때문에 아프신 건데 제가 해드리는 게 맞아요.

선택지

···누아르는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직접 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선택지

누아르

네?

선택지

누아르

아···?

누아르

···어···.

누아르

!!!!!

누아르

죄, 죄, 죄송해요 점장님···!!

누아르

저는 새, 생각도 못 했어요···!

누아르

그, 그, 그런···.

선택지

누아르

네?

누아르

··· ···.

누아르

제가 해드려도 되, 되는 건가요···?

선택지

누아르

그···.

누아르

···그럼···.

누아르가 천천히 얼음 봉투를 들어 올렸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폴에 쓸려 붉게 올라온 내 허벅지 안쪽에 얼음 봉투를 올려 꾹 눌러주었다.

너무 차가웠다.

온몸이 뜨거워져서 더 차갑게 느껴진 것도 같다.

누아르

···많이 차가우시죠···?

누아르

후우···.

누아르

저, 저는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누아르가 해주는 냉찜질을 받으며.

우리 둘은 연습실 바닥에서 한참 동안 말없이 시간을 보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