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홍련01 / 05
홍련
지상출두
[SCENE START]
자, 이보게들. 두 번 말하지 않겠네.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한다면.
낭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도령의 목숨은 없을 것이야.
그러니 얌전히 말을 듣게.
크으···!
··· ···.
지금 내 목 앞에는.
번뜩이는 칼날이 겨누어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칼날에 목이 달아날 것 같았다.
그렇지 그렇지. 다들 그렇게 가만히 있게나.
치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지휘관!
어허.
칼날이 목에 바짝 다가왔다.
··· ···.
이··· 비겁하게!
허허. 뭘 또 그런 칭찬을.
홍련은 칼을 내 목에 겨눈 채 뒷걸음질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자, 그럼.
잘 지내시게. 낭자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쿠우우우···.
상승감이 느껴졌다.
··· ···.
일주일 전.
이보게. 도령.
한잔하세.
선택지
··· ···.
··· ···.
··· ···.
자, 오늘은 어떤 술을 내올 텐가.
이왕이면 전에 마신 것보단 향이 조금 강한 게 좋겠구만.
너 말이야.
필그림 주제에 여기 너무 자주 오는 것 아냐?
삼 일 만에 왔는데 뭐가 그리 자주 온다는 건가.
나는 이곳이 그리워 눈물로 베개를 적셨건만.
술 마실 생각에 침으로 베개를 적셨겠지.
허허. 너무 그러지 말아.
좋지 않나. 친구끼리 두런두런 앉아 술잔을 나누는 게.
맞는데, 너무 자주 오는 것 같다니까?
문제라도 있는가?
문제는 없지. 문제는 없는데.
그··· 뭐라고 해야 하나. 필그림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신비감이 좀 옅어지는 느낌인데.
그런 건 다 상상으로 만든 환영일 뿐일세.
나도 니케. 너도 니케. 우리 모두 니케.
필그림이니 뭐니 다 부질없는 이야기일 뿐이지.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뭘 그렇게 분류를 나누는지 원.
··· ···.
그렇네. 따지고 보면 다 같은 불쌍한 영혼들이지.
그렇지, 그렇지.
음식을 내올게요.
피자 맛 퍼펙트, 햄버거 맛 퍼펙트, 초코맛 퍼펙트가 있는데 뭐가 좋으세요?
아, 음식은 됐네.
그냥 술이나 내오도록.
오늘은 내가 지상의 음식을 가져왔으니.
···지상의 음식?
어디 보자···.
홍련은 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음. 여기 있군.
홍련이 내민 것은.
형형색색의 과일이었다.
···과일.
···뭔가요 이건?
이건 과일이라는 것일세.
?? 아닌데요? 과일은 컵에 담겨 있는 말랑말랑한 건데요?
그건 과일 맛 퍼펙트.
아하.
예로부터 술안주에는 과일만 한 것이 없다고 했지.
그러니 이에 상응할 만큼 좋은 술을 내오도록.
앉아있어. 내가 가져올게.
오. 부탁하지.
라피는 어디론가 향했다.
와. 생과일은 진짜 오랜만이네.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뭐, 그동안 얻어먹은 것도 많고 해서 오늘은 힘 좀 썼지.
그럼 오늘도 신나게 마셔볼까.
홍련과의 자리는 길게 이어졌다.
5일 전.
여. 도령. 한잔하지.
선택지
오늘은 물고기를 잡아왔지. 구워 먹으면 맛있어.
!! 오늘 캠프 파이어 하나요?
홍련과의 자리는 길게 이어졌다.
3일 전.
여, 됴령. 한좐하쥐.
오늘은 내과 샤슴고기를 갸져왔지. 구워 머그면 마싯셔.
술이라도 좀 깨고 와라!
홍련과의 자리는 길게 이어졌다.
1일 전.
술 가져와.
··· ···.
오늘은 아무것도 안 가져왔다. 그래도 술은 가져와라.
빨리!
···홍련과의 자리는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으···.
죽겠군.
일어나셨어요?
그런데 너 정말 술 약하네.
몇 잔 마시지도 못 하면서 뭘 그렇게 마셔대고 있어?
···으으···.
어른이라는 건 말일세.
술이라도 안 마시면 머리에서 안 없어지는 지독한 추억이 있는 법이지.
허이구.
···음.
이거 좀 안 좋군.
네온 낭자.
예?
입에서 무지개 나오는 거 보여드릴까?
입에서 무지개가 나와요?
그렇지. 알록달록해서 절경일세.
와. 보여주세요.
잠시만. 1분 정도만 있으면 보여줄 수 있겠어.
나가서 해 나가서!
··· ···.
선택지
선택지
예. 홍련은 어디까지나 필그림.
미지의 존재이고, 연구 가치가 높은 존재죠.
전초기지에 너무 자주 찾아오면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선택지
예를 들어.
중앙정부가 냄새를 맡고 쳐들어 올지도 모를···.
콰앙-!
출입문이 거칠게 열리며 수많은 인원이 몰려들었다.
···어?
···응?
흐음···.
···진짜 있잖아.
전원! 전투 준비!
현 시간부로 필그림을 확보합니다!
뭐야 뭐야. 너희 지금 뭐 하는데?
왜 갑자기 남의 집에 들어와서 행패야?
전초기지에 필그림이 주기적으로 목격된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반신반의했지만··· 사실일 줄은 몰랐군요.
··· ···.
그래서 말인데, 지금 무슨 상황이죠?
설마 필그림을 전초기지에 숨겨준 건 아니겠죠?
필그림은 중요 니케입니다. 존재 자체를 은폐한다거나 협조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은 피할 수 없어요.
어? 그게···.
다들 움직이지 말게.
스르릉-
홍련이 뽑아든 검이 내 목에 겨눠졌다.
비켜주면 좋겠구만. 나도 인간을 베고 싶진 않거든.
···무슨 짓이죠?
나는 그냥 술이나 훔치러 왔을 뿐일세.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진 않아.
이 녀석이 죽는 걸 보고 싶진 않겠지? 그럼 비키게.
··· ···.
농담처럼 들리나 보군.
스르릉-
검이 좀 더 가까워졌다.
길을 터라.
···전원. 필그림의 이동 동선에서 물러나주세요.
그렇게 나와야지.
현재.
푸슉-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지상의 모습이 보였다.
··· ···.
선택지
미안하구만.
선택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