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홍련04 / 05
홍련
약육강식
[SCENE START]
다음 날
낭자들은 언제 도착한다던가?
선택지
시간이 제법 여유가 있군그래.
어디 보자··· 밭은 다 갈았고, 퇴비도 준비됐고.
며칠 동안 먹을 음식도 확보해놨고.
할 일이 없군.
··· ···.
술을 마셔야겠네.
선택지
예로부터 할 일이 없을 땐 술을 마시라는 얘기가 있네.
지금 우린 할 일이 없으니 술을 마셔야 하는 것이지.
선택지
그전에 할 일이 있네.
모름지기 하나가 빠져나가면 하나를 채워 넣어야 하는 법.
우린 술을 마실 것이니, 그 빈자리를 대신할 술을 만들어야 하네.
남아있는 것이 얼마만큼인지 모르면서, 흥청망청 소비하기만 하는 건 패가망신의 지름길인 법이야.
선택지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네만···.
난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을 선호하지.
도령은 혹시.
벌꿀주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벌꿀주의 재료는 말할 것도 없이 벌꿀.
벌꿀은 벌집에서 채취할 수 있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벌은 자신의 집을 공격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아.
그러니 쏘이지 않게 조심하게.
나는 홍련이 건네준 천을 뒤집어쓰고 벌집에 다가가고 있었다.
손에는 생잎을 둘둘 말아 불을 붙인 횃불 비슷한 것을 들고 있다.
횃불 비슷한 것에서는 독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부웅- 부웅- 하며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기 때문에 눈이 맵고 시야가 좋지 못하다.
옷을 잘 여미게. 벌이 옷 안으로 들어오면 십중팔구 쏘이게 되니.
도령은 혹시 벌에 쏘인 적 있나?
선택지
그럼 더더욱 쏘이면 안 되겠군.
벌에 쏘이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선택지
그렇다네.
선택지
어허. 남의 것을 빼앗는 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는가.
선택지
그렇지. 아무런 피해 없이 가져올 수 있겠지.
벌침은 아예 박히지도 않을 테니 말일세.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어. 도령이 해야 해.
지상에서는 뭔가를 얻길 위해선 그만큼의 각오를 해야지.
일방적인 포식자란 있을 수 없네.
포식자라 하더라도 나름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자연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하게.
선택지
자, 천천히. 하지만 과감하게.
연기를 쐐서 벌들을 물러나게 한 다음, 벌집을 따서 오면 되네.
선택지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 나머지 벌집을 강하게 치고 말았다!
!! 이런!
부우우웅---!!
벌집에서 수많은 벌들이 쏟아져 나왔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벌떼들이 나를 덮쳐왔다.
움직이지 말게.
슈카가가각-!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자 눈앞을 가득 채운 벌떼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쯧. 이러지 않아도 됐을 일을.
선택지
도령을 죽일 수는 없잖은가.
선택지
뒷맛이 찝찝하긴 하지만 어쩌겠나. 덕분에 벌집은 얻었으니 다행인 일이지.
돌아가세.
어디 보자···.
홍련은 검으로 벌집의 일부를 썰어 나에게 건넸다.
육각형이 촘촘하게 자리한 조각에선 황금빛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통째로 입에 넣고 씹어먹게.
벌집은 소화가 안된다 뿐이지 먹어도 되는 것이니 걱정 말고. 화장실에서 고생은 좀 하겠다만.
홍련이 건넨 조각을 받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보았다.
선택지
어떤가.
선택지
지하에서 합성 물질로 만들어낸 단맛과는 차원이 다를걸세.
죽어간 벌들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게나.
선택지
농담일세.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
강자가 약자의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이치일세.
그 벌들은 나와 도령보다 약했고,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네.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은 없어.
선택지
··· ···.
그렇다고 생각하네.
선택지
처분할 텐가?
선택지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말했다시피, 내가 할 일은 명백히 정해져있네.
랩쳐를 모두 죽이고, 인간에게 지상을 돌려줄걸세.
선택지
엇.
허허. 얘기가 그렇게 되나?
그렇지. 그렇게 되겠군.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일세.
생각해 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벌이.
칼 몇 번 휘둘러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로 하찮은 그 벌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왕을 죽인다면.
그것만큼 유쾌한 일이 없지 않겠나?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