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홍련03 / 05

홍련

세상만사

[SCENE START]

홍련

천천히, 퍼올리듯이 들어 올리게.

홍련

그렇지, 그렇지. 갑자기 소리를 낼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게나.

홍련

오. 녀석도 안심한 모양이군.

홍련

이제 가만히 놀게 내버려 두게.

개굴-

자그마한 청개구리가 내 손바닥 위에서 울었다.

홍련

어떤가. 귀엽지 않은가?

선택지

폴짝-

청개구리는 손바닥에서 점프에 내 팔에 앉았다.

부드럽고, 촉촉하고, 약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홍련

도령이 마음에 든 모양이군.

···소의 대변을 평지에 넓게 퍼트린 후.

홍련은 내 손을 잡아끌고 인근의 개울로 안내했다.

개울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고.

지금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홍련

잘 봐두게. 지하로 내려가면 영상으로밖에 못 만나는 귀한 몸이니.

홍련

뭐, 지상의 모든 것이 다 그런 법이지.

폴짝-

첨벙-

내 팔에 앉아있던 청개구리는 다시 한번 점프해 개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선택지

홍련

실컷 논 모양일세.

홍련

우리도 실컷 쉬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지.

홍련

아, 그전에.

홍련이 무언가를 휙 하고 나에게 던졌다.

이건··· 사과다.

홍련

드시게. 물놀이 뒤엔 배를 채워야지.

홍련

아. 손은 꼭 씻고 드시게.

홍련

청개구리의 몸에는 독이 있으니. 먹거나 눈에 들어가면 인간에겐 위험할 수도 있어.

··· ···.

손을 씻고 한입 베어 문 사과에서는.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생명의 맛이 났다.

홍련

오늘은 수고했네.

홍련

이만 쉬도록 하게.

홍련

저쪽에, 그렇게 보이진 않겠지만 누울 자리 정도는 있으니 몸 좀 뉘게나.

선택지

홍련

주둔지라기보단, 잠시 들렀을 때 쉬는 용도로 만들어 놓은 것일세.

홍련

뭐··· 간이 숙소? 임시 거처? 정도면 되겠군.

홍련

어쨌든 가서 쉬게. 난 할 일이 남았으니.

홍련은 삽을 들고 좀 전에 펼쳐놓았던 소의 대변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톱밥, 식물의 껍질 등이 마구 섞여있는 더미였다.

그것들을 잘 섞이게끔 한참 동안 삽을 놀리던 홍련은, 이윽고 짚으로 만든 덮개를 가져와 그 위에 덮었다.

선택지

홍련

퇴비를 만드는 걸세. 이 상태로 잘 발효되면 퇴비가 되는 것이지.

홍련

농사엔 퇴비가 필수라고 해서 말이네.

선택지

홍련

그렇다네.

···다시 한번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았다.

고르게 다듬어져 있는 땅.

일정한 간격으로 솟아있는 흙더미.

그 위에 작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새싹이 보였다.

선택지

홍련

흠. 이제야 눈치챈 건가?

홍련

하긴, 영상으로만 보던 그럴듯한 농사 현장과는 다를 테지.

홍련

어디까지나 여긴 내가 취미로 하는 것이니 말일세.

선택지

홍련

그렇다네. 한곳에 오래 머물러있지 않지.

홍련

나도 마찬가지네. 지상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지.

홍련

그래서, 떠돌아다니는 곳마다 이렇게 작은 텃밭 정도는 가꾸고 있네.

홍련은 곡괭이를 집어 들어 땅을 뒤집기 시작했다.

홍련

농사라 함은 계속해서 관리를 해 줘야 하는 것이지.

홍련

도령도 알다시피 나는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네.

홍련

지금 이렇게 해 놓더라도 나중에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지.

선택지

홍련

··· ···.

홍련은 말없이 곡괭이를 휘둘렀다.

쿠득. 쿠득. 까앙. 쿠득.

흙이 뒤집어지는 소리, 곡괭이가 돌과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쿠득. 까앙. 쿠득. 까앙.

··· ···.

홍련

증명하고 싶기 때문일세.

선택지

홍련

내가 텃밭을 만든 곳은.

홍련

과거 내 동료들과 함께 랩쳐들에게 탈환한 곳들이네.

홍련

뭐··· 나는 기억하지 못하네. 사고 전환을 몇 번이나 겪었으니.

홍련

라푼젤이 말해줬네. 우리가 탈환한 장소가 여럿 있다고.

홍련

그곳에.

쿠득.

홍련

우리가 목숨을 걸고 탈환한 그곳에.

쿠득.

홍련

생명이 가득 차길 원하네.

쿠득.

홍련

그래서.

쿠득.

홍련

우리가 한 일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네.

까앙.

홍련

비록 인간이 아닌 생명일지라도.

홍련

가득 차길 원해.

홍련은 곡괭이질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홍련

··· ···.

홍련

나와 함께 지상에서 본 것들을 기억하는가.

선택지

홍련

어땠는가.

선택지

홍련

그렇지.

홍련

···인간이 없는 지상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네.

홍련

세상은 돌아가고 있네.

홍련

인간이 없음에도, 아무런 이상 없이 잘 돌아가고 있지.

홍련

랩쳐는 세상을 파괴하지 않네.

홍련

소도, 개울도, 텃밭도 그대로 놔두지.

홍련

랩쳐가 부수는 것은 오직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 뿐일세.

홍련

그리고 세상은 더 아름다워졌어.

홍련

도령에게 묻겠네.

홍련

인간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선택지

홍련

··· ···.

홍련

쯧. 몹쓸 지휘관이로군.

홍련

그럴 땐 [인간이야말로 세상의 주인이다!]라고 말해야 하는 걸세.

홍련

중앙정부의 누가 들었다면 도령은 총살감이야.

선택지

홍련

아, 걱정하지 말게.

홍련

나의 의지는 내 검과 같이 망설임이 없네.

홍련

랩쳐를 모두 죽이고, 지상을 인간에게 돌려준다.

홍련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을 강철과도 같은 내 의지일세.

홍련

그저···.

홍련

바람을 맞고, 개울에 발을 담그고, 과일을 먹고, 햇볕을 쬐고, 텃밭을 가꾸다 보니.

홍련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홍련

뭐, 할 일 없는 한량이 시간이 남아돌아 떠올린 쓸데없는 생각이라 여겨주게.

선택지

홍련

··· ···.

홍련

오늘은 나도 말이 많았군.

홍련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별소리를 다 했어.

홍련

도령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 나도 모르게 공기에 취한 모양일세.

홍련

쉬게나.

홍련

일이 끝나면 옥수수라도 구워 먹음세.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