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앵커05 / 05
앵커
존재의 정의
[SCENE START]
··· ···.
선택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군.
조금 더 기다려 보지.
선택지
시간이 늦어지는 게 꼭 나쁜 소식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평소라면 몇 초 안 걸려 수면으로 올라왔을 녀석이,
저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선택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랜 시간 비어 있던 공백이 메워짐으로써 충격이 발생했을 테고.
그것을 제때 이겨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앵커에게 달렸지.
선택지
··· ···.
혹시 몰라서 경고하는 거지만.
앵커를 구하기 위해 안으로 뛰어들 생각 따윈 하지 마라.
수중 작전이 가능한 바디를 가진 앵커와 달리,
인간인 네게 저 수심은 무저갱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부글부글···!
··· ···.
얼얼해.
수면에 충돌하던 순간의 충격이,
아직 피부에 남아 있어.
하지만 기동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타격은 아니야.
그러니 우선 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을···.
···포기하는 게 좋지 않겠니?
다리도 불편하고, 눈도 안 보이는 애가···.
수영은 또 어떻게 하겠다고···.
괜찮아 엄마.
앞이 안 보이는 사람한텐, 초감각이 있거든.
일종의 레이더 같은 건데···.
어···?
이 기억은 뭐지?
내가 겪은 적도 없는 일들이 떠오르고 있어.
이건 환각? 아니면···.
···물 속에 있으면 있잖아.
나한테 장애가 있다는 걸 잊어버려.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보다 몇 배로 더 [살아 있는] 것 같아서···.
흐윽···.
어? 왜 그래, 엄마?
얘야, 실은 의사 선생님이···!
···아.
그랬지.
난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어.
꿈은 해양 구조대.
방주에 바다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바다 만큼 넓은 수영장이 있었으니까
그런 바보 같은 꿈도 꿀 수 있었지.
볼 수 없어도, 걸을 수 없어도 헤엄쳐 갈 수 있는 그 넓은 세계가 좋아서.
그리고 그 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것들이 부러워서.
그래서 물이 좋았고, 불가사리가 좋았던 거야.
선택지
··· ···.
구조 요청이라면 이미 넣어 뒀다.
머지않아 마스트와 헬름이 이쪽으로 오겠지.
선택지
그렇다고 물 속에 직접 뛰어들 텐가?
말했다시피, 그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거나 다름없다.
··· ···.
···난 몸 속에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으니까.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신호가 오거든. 삐빗, 삐빗 하고.
그러니까 바로 구하러 갈 수 있어.
선택지
···앵커가 걸었던 궤적을 따라, 물가로 걸어갔다.
···잠깐.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선택지
선택지
뭐라고···?
풍덩···!
··· ···.
그래서였는지도 몰라.
누군가가 물 속에 빠지면,
삐-삐.
내 레이더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게.
삐-삐.
하지만 왜···?
지금의 나는 딱딱한 몸을 가지고 있고.
수영을 좋아하고, 해양 구조대가 되고 싶어했던 나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는데···.
··· ···.
삐-삐. 삐-삐.
···아, 알겠다.
아마도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는 일에
심장의 딱딱하고 부드러움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건가 봐.
삐-삐. 삐-삐.
왜냐하면, 이렇게 기계 몸 속에 있는데도 여전히 난···.
선택지
물 속에서, 앵커가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함장]
[내 손을 잡아]
[나 함장을 구하고 싶어]
[그게 바로 나니까]
[내가 이어온 삶이니까]
선택지
선택지
···지휘관!
헬름과 마스트는 아직인가?!
···지금 도착했습니다! 즉시 구출에 들어가겠습니다.
···조금만 거기서 버텨 주쇼, 선장 양반! 앵커!
두 니케는 우리를 발견한 즉시 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머지않아 나와 앵커를 밖으로 건져 올렸다.
괜찮아, 함장···?
선택지
··· ···.
앵커는 대답하는 대신, 나를 꼭 끌어 안았다.
···함장.
나 이제 알 것 같아.
나··· 심장은 뛰지 않지만 불가사리가 좋고,
몸은 말도 안 되게 무겁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구하고 싶어.
그러니까 함장, 나···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였어.
선택지
···응.
하아···.
이걸로 이제 더 이상 앵커에게 해양 생물은 필요 없겠군.
이제 굳이 존재의 빈 자리를 그쪽에서 채우지 않아도 될 테니까.
···아냐, 사장님. 그건 틀렸어.
나는 불가사리랑 해삼 멍게를 좋아하기 때문에 앵커인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는 여전히 그 애들이 필요해.
···앵커.
말했다시피 그 부분은, 나로서는 해결해줄 수 없다.
내가 3대 기업의 수장이고, 관리국이 중앙정부의 영역에 있는 이상···.
···잉그리드 교관.
실례지만 이 다음은 제게 맡겨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음? 무슨 뜻이지?
두 사람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선택지
??
실은 처음 동식물 관리국에서 경고를 들은 이래로.
나도 여러 부처들을 방문하고 다녔거든.
귀관에게 앵커의 설득을 맡긴 것과 별개로,
나도 앵커의 리더로서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대부분이 알 바 아니라거나, 관리국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단 한 군데만은 그렇지 않았지.
선택지
···상인 연합.
아무래도 그들이 이 일련의 이야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나 봐.
관리국에 대한 로비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어드마이어 호와 함께 불가사리와 앵커의 캐···.
캐릭터 상품을··· 흠, 흠. 팔아도 되겠냐고 딜을 걸어 오더라고.
선택지
···상상도 못했지? 나도 그랬어.
그렇게 된 거니까, 앵커.
이제 더 이상 그 해양 생물들을 압수 당할까봐 도망다닐 필요 없어.
어··· 어?
물론 이제 넌 그들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잖아. 그렇지?
어어어···!
선택지
상자 속에서 꼬물거리는 해양 생물들을 보았다.
선택지
선택지
살아 돌아온 기념···.
알겠어, 함장.
앞으로 내가 딱딱하다고 느낄 때.
살아 있지 않다고 느낄 때.
그때는 이 해양 생물들을 보면서 떠올릴게.
···만약 삶을 정의하는 게 몸이 아니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연속이라면.
이제는 함장도 그 속에 들어가게 된 거니까.
날 위해 물 속에 뛰어들어준 함장을 위해서라도,
꼭 심장이 뛰지 않아도, 내 마음이 뛰는 것처럼 살아 가겠다고···.
선택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