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앵커05 / 05

앵커

존재의 정의

[SCENE START]

잉그리드

··· ···.

선택지

잉그리드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군.

잉그리드

조금 더 기다려 보지.

선택지

잉그리드

시간이 늦어지는 게 꼭 나쁜 소식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잉그리드

평소라면 몇 초 안 걸려 수면으로 올라왔을 녀석이,

잉그리드

저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선택지

잉그리드

···적어도 나는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잉그리드

하지만 그 기억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잉그리드

오랜 시간 비어 있던 공백이 메워짐으로써 충격이 발생했을 테고.

잉그리드

그것을 제때 이겨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앵커에게 달렸지.

선택지

잉그리드

··· ···.

잉그리드

혹시 몰라서 경고하는 거지만.

잉그리드

앵커를 구하기 위해 안으로 뛰어들 생각 따윈 하지 마라.

잉그리드

수중 작전이 가능한 바디를 가진 앵커와 달리,

잉그리드

인간인 네게 저 수심은 무저갱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부글부글···!

앵커

··· ···.

얼얼해.

수면에 충돌하던 순간의 충격이,

아직 피부에 남아 있어.

하지만 기동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타격은 아니야.

그러니 우선 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을···.

???

···포기하는 게 좋지 않겠니?

???

다리도 불편하고, 눈도 안 보이는 애가···.

???

수영은 또 어떻게 하겠다고···.

소녀

괜찮아 엄마.

소녀

앞이 안 보이는 사람한텐, 초감각이 있거든.

소녀

일종의 레이더 같은 건데···.

어···?

이 기억은 뭐지?

내가 겪은 적도 없는 일들이 떠오르고 있어.

이건 환각? 아니면···.

소녀

···물 속에 있으면 있잖아.

소녀

나한테 장애가 있다는 걸 잊어버려.

소녀

휠체어에 앉아 있을 때보다 몇 배로 더 [살아 있는] 것 같아서···.

???

흐윽···.

소녀

어? 왜 그래, 엄마?

???

얘야, 실은 의사 선생님이···!

···아.

그랬지.

난 물을 좋아하는 아이였어.

꿈은 해양 구조대.

방주에 바다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바다 만큼 넓은 수영장이 있었으니까

그런 바보 같은 꿈도 꿀 수 있었지.

볼 수 없어도, 걸을 수 없어도 헤엄쳐 갈 수 있는 그 넓은 세계가 좋아서.

그리고 그 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것들이 부러워서.

그래서 물이 좋았고, 불가사리가 좋았던 거야.

선택지

잉그리드

··· ···.

잉그리드

구조 요청이라면 이미 넣어 뒀다.

잉그리드

머지않아 마스트와 헬름이 이쪽으로 오겠지.

선택지

잉그리드

그렇다고 물 속에 직접 뛰어들 텐가?

잉그리드

말했다시피, 그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거나 다름없다.

··· ···.

앵커

···난 몸 속에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으니까.

앵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신호가 오거든. 삐빗, 삐빗 하고.

앵커

그러니까 바로 구하러 갈 수 있어.

선택지

···앵커가 걸었던 궤적을 따라, 물가로 걸어갔다.

잉그리드

···잠깐.

잉그리드

지금 뭘 하려는 거지?

선택지

선택지

잉그리드

뭐라고···?

풍덩···!

앵커

··· ···.

그래서였는지도 몰라.

누군가가 물 속에 빠지면,

삐-삐.

내 레이더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게.

삐-삐.

하지만 왜···?

지금의 나는 딱딱한 몸을 가지고 있고.

수영을 좋아하고, 해양 구조대가 되고 싶어했던 나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이었는데···.

··· ···.

삐-삐. 삐-삐.

···아, 알겠다.

아마도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는 일에

심장의 딱딱하고 부드러움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건가 봐.

삐-삐. 삐-삐.

왜냐하면, 이렇게 기계 몸 속에 있는데도 여전히 난···.

선택지

물 속에서, 앵커가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앵커

[함장]

앵커

[내 손을 잡아]

앵커

[나 함장을 구하고 싶어]

앵커

[그게 바로 나니까]

앵커

[내가 이어온 삶이니까]

선택지

선택지

잉그리드

···지휘관!

잉그리드

헬름과 마스트는 아직인가?!

헬름

···지금 도착했습니다! 즉시 구출에 들어가겠습니다.

마스트

···조금만 거기서 버텨 주쇼, 선장 양반! 앵커!

두 니케는 우리를 발견한 즉시 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머지않아 나와 앵커를 밖으로 건져 올렸다.

앵커

괜찮아, 함장···?

선택지

앵커

··· ···.

앵커는 대답하는 대신, 나를 꼭 끌어 안았다.

앵커

···함장.

앵커

나 이제 알 것 같아.

앵커

나··· 심장은 뛰지 않지만 불가사리가 좋고,

앵커

몸은 말도 안 되게 무겁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구하고 싶어.

앵커

그러니까 함장, 나···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였어.

선택지

앵커

···응.

잉그리드

하아···.

잉그리드

이걸로 이제 더 이상 앵커에게 해양 생물은 필요 없겠군.

잉그리드

이제 굳이 존재의 빈 자리를 그쪽에서 채우지 않아도 될 테니까.

앵커

···아냐, 사장님. 그건 틀렸어.

앵커

나는 불가사리랑 해삼 멍게를 좋아하기 때문에 앵커인 거야.

앵커

그러니까 나한테는 여전히 그 애들이 필요해.

잉그리드

···앵커.

잉그리드

말했다시피 그 부분은, 나로서는 해결해줄 수 없다.

잉그리드

내가 3대 기업의 수장이고, 관리국이 중앙정부의 영역에 있는 이상···.

헬름

···잉그리드 교관.

헬름

실례지만 이 다음은 제게 맡겨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잉그리드

···음? 무슨 뜻이지?

헬름

두 사람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선택지

앵커

??

헬름

실은 처음 동식물 관리국에서 경고를 들은 이래로.

헬름

나도 여러 부처들을 방문하고 다녔거든.

헬름

귀관에게 앵커의 설득을 맡긴 것과 별개로,

헬름

나도 앵커의 리더로서 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헬름

물론 대부분이 알 바 아니라거나, 관리국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헬름

단 한 군데만은 그렇지 않았지.

선택지

헬름

···상인 연합.

헬름

아무래도 그들이 이 일련의 이야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나 봐.

헬름

관리국에 대한 로비는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헬름

어드마이어 호와 함께 불가사리와 앵커의 캐···.

헬름

캐릭터 상품을··· 흠, 흠. 팔아도 되겠냐고 딜을 걸어 오더라고.

선택지

헬름

···상상도 못했지? 나도 그랬어.

헬름

그렇게 된 거니까, 앵커.

헬름

이제 더 이상 그 해양 생물들을 압수 당할까봐 도망다닐 필요 없어.

앵커

어··· 어?

헬름

물론 이제 넌 그들 없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지만.

헬름

그래도, 여전히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잖아. 그렇지?

앵커

어어어···!

선택지

상자 속에서 꼬물거리는 해양 생물들을 보았다.

선택지

선택지

앵커

살아 돌아온 기념···.

앵커

알겠어, 함장.

앵커

앞으로 내가 딱딱하다고 느낄 때.

앵커

살아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앵커

그때는 이 해양 생물들을 보면서 떠올릴게.

앵커

···만약 삶을 정의하는 게 몸이 아니라

앵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연속이라면.

앵커

이제는 함장도 그 속에 들어가게 된 거니까.

앵커

날 위해 물 속에 뛰어들어준 함장을 위해서라도,

앵커

꼭 심장이 뛰지 않아도, 내 마음이 뛰는 것처럼 살아 가겠다고···.

선택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