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크로우03 / 05
크로우
D-1
[SCENE START]
···얼마 후, 갱생관 내 취조실.
···요 며칠 우리가 제법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단 하루만에 내 지휘관이 다시 취조관의 얼굴로 나타났군.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어젯밤 돌아가는 길에 반(反)니케 시위대에 감화되기라도?
선택지
안부 인사도 끝내기 전에 본론이라니.
예의가 아니잖아.
선택지
··· ···.
있다고 하면 어쩌게.
선택지
수고로운 짓을 하는군.
굳이 날 이런 식으로 취조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모든 증거와 진술은 [에닉]의 인공지능에 의해 수집되고,
방주 유지라는 목적에 걸맞게 재구성되어 대중에 알려진다.
그러니까 넌 거기에 맞춰서 나에 대해 뭐라고든 생각하면 돼.
굳이 이렇게 고생스레 네 머리 굴릴 것 없이.
선택지
···이유는?
선택지
··· ···.
선택지
··· ···정말 그딴 게 이유라고? 진심이냐?
선택지
··· ···어이가 없으려니.
아주 말이 안 나와 버리는군.
···좋아. 알겠어. 내가 진 걸로 치자고.
···그래서, 궁금한 게 나와 그 아웃로 사이의 대화라 했던가.
선택지
그 아웃로, 이름이 아마··· 잭인가, 재키인가. 그 비슷했던 것 같은데.
편의상 잭이라고 부르지.
아무튼 잭이 처음 날 찾아온 건 1년 전쯤이었어.
아무래도 나와 자칼, 바이퍼는 아우터 림 내에서도 특수한 입지에 있다 보니.
종종 곤경에 처했거나.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기적을 바라는 놈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잭의 사연은 그 중에서도 제법 독특한 편이었지.
대뜸 바에서 마시고 있던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고.
[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난 바로 말했지.
[꺼져.]
[불법 시민권을 원하거든 전문 세탁업자한테나 가 봐.]
그랬더니 놈이 꼼짝도 안 하고서 이러는 거야.
[제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건 진짜 시민권입니다. 불법이 아니라요.]
···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 그래서 따끔하게 말해 줬지.
[아 그래? 그럼 애를 죽이던가.]
[운이 좋으면 다음 생에는 시민권자로 태어날 거 아니냐.]
선택지
그랬더니 놈이 말하길, 저가 원하는 건 별 거 없다더군.
그냥 자기 딸이 쓰레기가 아닌 보통 음식을 먹고.
시체 주머니를 뒤지는 법 대신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커서 사람 죽이는 일 대신 평범한 일을 하길 바란다나 뭐라나.
그게 뭐 그리 큰 바람이며 잘못이냐고 묻길래, 나는··· ···.
··· ···정신 차리라며 그놈의 머리를 후려쳐 줬지.
[너나 나나 이 바닥에서 하루 이틀 굴러본 것도 아니고.]
[어디 말도 안 되는 그런 개꿈을 꾸고 앉았어?]
하지만, 그래도 뭐··· ···.
정 도박을 해보고 싶다면야.
적당한 시민권자한테 애를 입양시켜볼 순 있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말해 줬더니 그놈, 퉁퉁 부은 얼굴로도 화색이 돼서 돌아가더군.
···그 뒤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기적으로 날 찾아 와서는.
[아이를 맡길 고아원을 찾고 있다.]
[전재산을 털어준다고 해도 거부하는 데가 많아서 고생스럽다.]
···그런 묻지도 않은 소식을 전하고.
또 몇 달 후에는, 스쿼드 애들이랑 마시고 있는데 찾아 와서는.
[포멀 시민 거주구의 한 고아원에 애를 맡기는 데 성공했다.]
[가난한 노부부가 와서 아이를 입양해 갔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익명으로 돈을 부쳐서 보답하고 있다···.]
그러길래 끝에는 나도, 그놈 애가 신분 세탁에 성공한 줄 알았지 뭐야.
선택지
···그야 뭐 뻔한 거 아니겠어.
결국엔 딸애의 시민권 세탁이 들통난 거지.
특종에 미친 기자 하나가 냄새를 맡는 바람에···.
그 기자, 원래는 가난한 노부부와 입양아의 눈물 나는 신파극을 찍으려 했다는데.
웬걸? 이 인간들, 생각보다 잘 먹고 살잖아.
그래서 후원금을 추적해 봤더니, 아우터 림이 나오더라는 거야.
그렇게 그 기자가 쏘아올린 작은 기사는 폭죽이 돼서 방주 전체에 펑! 터졌고.
시민들은 이 파렴치한 사기극에 분노,
아웃로에 대한 더욱 강경한 분리 정책을 요구하며 나섰지.
우리의 아웃로 잭이 경찰에 뒤쫓기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아이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잡혀간 데다,
아이를 입양한 노부부는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실신.
당시 이 일로 이득을 본 건, 그들을 팔아 특종을 터뜨린 [데일리 아크] 신문사 정도였지만···.
지금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봐.
선택지
···자,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
다음 중 잘못한 건 누구일까?
앙심을 품고 신문사를 습격한 아웃로 잭일까?
그의 불법을 고발한 기자일까?
아니면, 운 나쁘게 아웃로로 태어난 그의 딸아이일까?
선택지
대답은?
설마 이번에도 침묵이라고 하진 않겠지.
선택지
잠깐.
대답도 없이 어딜 가는 거지?
선택지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