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크로우05 / 05
크로우
Liberation
[SCENE START]
···지금부터 니케 크로우에 대해 선고합니다.
제1. 인간 보호의 법칙을 어긴 점.
제2. 단, 같은 인간들끼리의 대립이었기에 보호의 우선순위에 혼동이 있었던 점.
제3. 가령 스스로 판단했더라도, 그 판단의 자립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위 사항을 기반으로 하여 과거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유의미하게 일치하는 케이스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법률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새로운 판례를 생성.
추가로 유사한 케이스의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시민권자의 죽음을 방관한 니케 크로우를 비롯한,
모든 니케들의 NIMPH에 다음의 절대 명령어를 이식.
[시민권자의 생명권은 비시민권자에 우선한다.]
이상입니다.
···얼마 후, 갱생관 내 취조실.
···표정이 영 좋지 않군.
내가 갱생관에서 나간다니 새삼 아쉬워졌나?
선택지
그렇다면 에닉의 판결이 네 심기를 거슬렀나 본데.
선택지
시민권자의 죽음을 방관한 니케 크로우를 비롯한,
모든 니케들의 NIMPH에 다음의 절대 명령어를 이식.
[시민권자의 생명권은 비시민권자에 우선한다.]
뭐··· 애초에 아웃로가 인간 취급 못 받은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니까.
단지 이번 일을 통해 확실한 행동 지침이 생긴 것뿐이지.
[다음에 또 아웃로가 시민권자와 갈등을 빚고 있으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아웃로를 쏘라]는.
···내 입장에선 아쉽게 됐어.
사소한 변덕을 부릴 여지가 없어졌으니.
선택지
선택지
제3. 가령 스스로 판단했더라도, 그 판단의 자립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애초에 자유의지란 건 대상이 인간이어야 성립하는 거야.
···생물학적 인간인 아웃로도 인간 취급을 못 받는데.
하물며 나 같은 [고철]이라고 인간 대접을 해 줄까?
결국 방주 그 자체인 에닉이 지극히 방주다운 판결을 내린 거지.
···마지막으로 재판정에 선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결국 이 사회가 변함없이 썩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가는군.
선택지
자, 그럼 우중충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석방 절차도 다 끝났겠다. 간만에 인공 조명 아래로 나가볼까.
아우터 림까지의 호송은 지휘관인 네게 맡긴다는 모양이니,
조금만 더 신세지도록 하지.
···얼마 후, 아우터 림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앞.
대, 대, 대, 대···.
대자아아앙!!
자칼. 이리 와.
크로우는 자칼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흐음~ 예상보다 일찍 나왔네?
갱생관에서 한 며칠 쉬고 온다길래, 조금 더 오래 박혀있을 줄 알았는데···.
선택지
··· ···.
··· ···어라. 분위기 왜 이래?
혹시 방금 말, 하면 안 되는 거였어?
선택지
오해하지 마.
그저 우연히 내가 지나던 길에 테러 사건이 일어났고.
그 아웃로가 자신과 그의 딸의 인생을 걸고 도박을 했듯,
나도 내 신변을 걸고 나름의 도박을 했다. 그뿐이야.
···예상대로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아주 수확이 없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지.
선택지
···지휘관.
이전부터 너와는 한번쯤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거든.
그러던 차에 아주 우연찮게 니케가 갱생관에 들어가면,
반드시 그 관리자가 호출되게 되어 있다는 걸 알았지.
선택지
뭐, 그렇게 된 거니까. 괜히 서운해하지 말고.
이번 같은 일이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진 않으니,
다음에도 미리 잘 부탁해 두자고.
잘 있어, 지휘관!!
다음에 심심하면 꼭 아우터 림에 놀러 오고!
바보야. 너 같으면 놀러 오겠니?
뭐? 나 바보 아니거···.
잠시 후, 아우터 림으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열립니다.
게이트 내부는 중앙 정부에서 지정한 [위험 구역]이오니,
시민들께서는 착오로 진입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선택지
···할 말이 남았나?
선택지
뭐?
뜬금없이 무슨 소리···.
선택지
···!!
지잉-
게이트가 닫히고, 세 니케들의 모습은 방주를 가르는 격벽 너머로 사라졌다.
시민권자들이 활기차게 살아가는 시민 거주구에서,
빛 한 점 들지 않는 방주의 외곽, 아우터 림으로.
··· ··· ··· ···.
문득 생각해 본다.
언젠가 우리들이 함께 이 싸움의 끝에 도달하면.
저 왜곡된 경계선을 지울 수 있을까?
너나 나나 이 바닥에서 하루 이틀 굴러본 것도 아니고.
어디 말도 안 되는 그런 개꿈을 꾸고 앉았느냔 말이야.
···아마도 크로우는 그렇게 말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을 걷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가던 방향으로 고꾸라진다 해도,
그것이 혜택 받은 방관자에게 가능한 최소한의 속죄일 테니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