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하란02 / 05
하란
붉은 도마뱀
[SCENE START]
하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다.
흠··· 제법 불평 없이 잘 걷는구나.
한두 시간 정도면 힘들다고 어디로 가냐며 징징거릴 줄 알았더니.
선택지
후후, 조금만 참거라.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선택지
빨리도 물어보는구나.
요즘 날씨가 건조해서인지 머리가 부스스해져서 말이야.
아무래도 관리가 필요한 것 같아.
새로운 에센스를 만들어 볼까 해서 이곳에 재료를 구하러 왔단다.
선택지
자세한 건 그곳에 가서 이야기해 줄 테니. 조금만 더 걸으렴.
하란이 먼저 걸어갔다.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자, 다 왔다.
여기가 바로 내가 필요한 재료가 가득한 핫스폿이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돌과 모래만 보인다.
선택지
흠. 생각보다 시야가 좁구나.
이 밑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의 보고가 있는지 모르다니.
좁은 우물 안에만 갇혀 있다 보니.
시야가 함께 좁아져 버린 것이겠지.
선택지
온몸을 화염으로 뒤덮고 있는 듯한 빛깔을 지닌 붉은 도마뱀이 있단다.
선택지
공작새의 깃털.
달빛 나비의 날개.
푸른 선인장의 가시.
그리고 붉은 도마뱀의 꼬리를 함께 끓여 정제하면.
머리를 차분하고 윤기 있게 만드는 에센스를 만들 수 있단다.
선택지
흠?
영 못 믿겠다는 눈치로구나?
선택지
오컬트라니, 무례하구나.
하긴 상위의 학문을 이해하지 못해 이상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 역시 인간의 특징이지.
뭐, 네가 이해하든 못 하든 일하는 것에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서 붉은 도마뱀이나 잡아오거라.
선택지
그래. 네가 여기서 잡아오는 거란다.
특히 돌 밑에 많이 있을 테니 열심히 뒤져보렴.
선택지
그럴 리가.
내 손으로 잡으면 빠르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의 힘을 지닌 내가 고작 그런 잡스러운 재료를 구하기 위해.
무려 허리를 굽혔다 펴야 한다니.
너무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지 않겠니?
그러니 내 보살핌을 받은 네가 나 대신 에너지를 쓰는 게 효율적이겠지?
선택지
자, 그럼 나는 위에서 자고 있을 테니.
붉은 도마뱀을 잡아 오거라.
얼마나 잡아오는지에 따라 얼마나 예뻐해 줄지 평가할 테니.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아, 목숨을 위협받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까마귀가 네 머리 위를 돌며 기척을 없애주고 있을 테니.
까아악-
까마귀가 머리 위에서 한 바퀴 빙 돌은 후 날아올랐다.
그럼, 힘내보렴.
하란이 근처의 큰 바위 위로 뛰어올라 갔다.
슬쩍 눈앞의 돌을 들어보았다.
사사삭-
숨어있던 붉은 도마뱀이 도망쳤다.
선택지
고난이 예상된다.
몇 시간 뒤
하란에게 열심히 모은 붉은 도마뱀을 내밀었다.
흠. 제법 많이 모았구나.
이 정도라면 에센스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만들 수 있겠어.
이렇게나 열심히 하다니.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은가 보구나?
선택지
후후.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나쁘지 않으니 조금 더 노력해 보렴.
선택지
그럼 다른 재료를 찾으러 가볼까?
꼬르륵-
!!
선택지
이런. 내가 너를 너무 부려먹기만 했구나.
어쩔 수 없지.
이대로 너를 굶긴 채 가기엔 네가 힘들어 쓰러질 수 있으니.
네가 구해온 도마뱀으로 특별히 간식을 만들어 주겠다.
선택지
왜. 싫으니? 싫으면 말하거라.
먹지 않고 바로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선택지
후후, 그래. 진작에 그랬어야지.
조금만 기다리거라.
잠시 후
보글- 보글- 보글-
하란이 꺼낸 큰 솥 안에 수프가 끓고 있다.
푸른 개구리의 진액 한 스푼. 붉은 달의 산호초 조금.
마지막으로···.
도마뱀 꼬리 한 움큼.
철퍽.
선택지
하란이 국자로 수프를 휘휘 저었다.
좋아, 이 정도면 다 된 거 같구나.
어서 먹어보렴.
하란이 그릇에 수프을 담아 건네주었다.
보라색 액체 위에 도마뱀 꼬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선택지
보라색 맛이 날 것만 같다.
뭘 빤히 보고 있니? 어서 먹지 않고.
왜. 먹기 싫으니?
싫음 말거라. 대신 네가 먹을 건 네가 알아서 구해 오거라.
선택지
그럼 어서 먹어보거라. 내가 널 위해 특별히 만든 것이니.
하란이 흥미롭다는 눈으로 이쪽을 빤히 바라본다.
아무래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선택지
다시 한번 수프를 들이켜 보았다.
선택지
착각이 아니다.
등골을 서늘하게 자극하는 오싹함.
미뢰를 마비시키는 듯 마비시키지 않는 짜릿함! 하지만···!
먹을만하니?
선택지
후후, 그럼 당연하지. 누가 만든 건데.
난 맛없는 걸 먹이는, 그런 끔찍한 짓은 하지 않는단다.
최상위 포식자일수록. 생존을 위해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란다.
맛의 아름다움을 찾아 미식을 위해 먹을 뿐이지. 나 역시 그러하고.
그러니 내가 만든 음식들도 당연히 맛있어야 하지 않겠니?
선택지
모양은?
선택지
더 이야기해 보렴.
선택지
흥. 빤히 보이는 아부로구나.
선택지
그래. 내가 직접 개발해낸 [마녀 수프]란다.
과거 [마녀]라 불리던 이들이 남긴 문헌을 참고해 만들었지.
선택지
흠? 꽤나 놀라는구나?
선택지
난 마녀라는 이들이 남긴 수많은 기록을 보았고.
그들이 찾아낸 지식을 이용해 살아남았단다.
이제는 그것들을 이용해 나만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있지.
그렇다면 이것을 더 이상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네가 맛있다며 먹은 그것들을 허구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니?
선택지
후후, 이해가 되지 않는 걸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말거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먹기나 하렴.
선택지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
내 음식을 종자에게 베푸는 일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구나.
처음엔 그냥 장난삼아 종자로 삼았던 것인데···.
생각보다 정말··· 나쁘지 않아.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