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홍련 : 흑영04 / 05
홍련 : 흑영
고귀함과 야만스러움
[SCENE START]
저는 됐어요.
왜지?
당신과 제가 대결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릴리스의 명령이 있지 않았나.
그럼 당신이 이긴 걸로 해요.
괜찮겠나?
예. 상관없어요.
흠. 기권패라. 조금 맥 빠지는군.
하지만 소중한 1승이니 잘 챙겨감세.
···잠깐만요.
기권패요?
그렇지 않은가.
자네는 나와의 승부를 피했네.
나한테 승리를 양보한다고 했지.
이것이 기권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철회할게요.
그것 참 일관성이라고는 없군 그래.
···좋아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 종목으로 대결해요.
그럼 괜찮나요?
호오··· 괜찮겠나? 내가 검술 대결이라도 하자면 어찌할 텐가.
대결해서, 이길 거예요.
굉장한 자신감이군.
··· ···.
뭐 좋네. 나 역시 초심자에게 검을 들라고 할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으니.
단순하고 확실하게 팔씨름으로 대결하는 것이 어떤가?
···너무 단순하군요.
그만큼 확실하지 않겠나.
좋아요. 특별히 한 번만 어울려드리죠.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구실 것 같으니까.
잠시 후.
도로시와 홍련은 팔씨름 자세로 마주 앉아 있었다.
룰은 딱히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넘어가는 쪽이 지는 거야.
예. 알고 있어요.
잘 알고 있네.
자, 그럼···.
시-작-!
흐읍···!
··· ···.
제법 버티는군.
계속하실 건가요?
물론이네.
··· ···.
흐읍···!
둘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길 2분.
오 뭐야. 팔씨름하는 거야?
누가 이기고 있나요?
막상막하 같은데요.
막상막하라니···! 당치 않네···! 누가 봐도···! 내가 이기고 있지···! 않은가···!
덜덜 떨리는···! 입술이나 제대로···! 추스르고 말씀하시죠···!
그러는 자네는···! 얼굴이 달아올랐군···! 그래···!
··· ···.
슬슬···! 끝내겠네···!
그래보시죠···!
허이구, 저러다가 똥 나오겠네.
푸흐-
쾅!!
삐빗- 홍련 승.
··· ···.
후우··· 좋은··· 승부였네···.
··· ···.
도로시는 레드 후드를 째려보다가 말없이 걸어갔다.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
몰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몰라.
에휴.
먼저 일어나겠네.
응? 첫 승 기념파티 안 할 거야?
나중에 하겠네.
기다리게.
뭐죠?
자네 몸을 쓰는 법을 잘 아는 것 같더군.
그런데요.
내가 자네에게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려주겠네.
···예?
자네는 재능이 있어. 검을 들어야 해.
관두시죠. 검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요.
자네는 강해질 수 있어. 내 장담하지.
··· ···.
그런 야만적인 전투 방법은 사양할게요.
···뭐?
야만적?
상대와 가까이 붙어서 몸을 더럽혀가며 싸우는 건 질색이에요.
저는 품위를 중요히 여기는 몸이라.
품위라. 그딴 게 전장에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신. 우리가 사람들에게 뭐라고 불리는 줄 아세요?
···?
승리의 [여신]이라 불리고 있어요.
우리는 그에 걸맞은 모습으로 이겨야 하죠.
진흙탕을 구르며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고귀한 자태로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요.
그게 우리 갓데스가 해야 할 일이죠.
허세에 찌들었군.
이기기만 해서는 안 돼요.
고귀하고 아름답게 이겨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의 희망이 되지 않겠어요?
자네는 정말 나와는 맞지 않는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니 나한테 진 걸세.
···확실하게 말해두죠. 제가 진 건 순전히···.
뭐. 말해보게.
아뇨. 관두죠.
말해보래도.
됐다고요.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