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에테르05 / 05
에테르
필요악의 심연
[SCENE START]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그동안 치료받았던 것들이 없었던 일이었던 것처럼.
선택지
기침은 다시 심해졌고 머릿속은 열로 가득 찼다.
에테르는 끊임없이 주사를 놓았고.
약을 먹였다.
한 번에 하는 기침 횟수가 늘었고, 간격은 좁혀지고 있네.
열은··· 해열제를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
7호. 손 움직여.
손을 움직여보려 했다.
잘 움직이지 않는다.
뭐해? 움직이라니까.
아. 실험 포기하는 거야? 그럼···.
까득-
이를 악물고 다시 손을 움직여 보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 정도면 됐어. 몸을 제어하기 힘듦···.
눈을 감았다.
오늘도 포기할 마음 없어?
선택지
왜 그렇게 버텨?
너 혼자 이런다고 뭐가 조금이라도 바뀔 거 같아?
네가 애써서 이번 실험을 끝낸다고 해도.
니케들은 계속해서 실험재료가 되고, 계속해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거야.
네가 어떤 발버둥을 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선택지
아하··· 자기만족.
그거 멋지네.
에테르가 팔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었다.
선택지
주사를 놓은 곳부터 혈관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나 멋지니까 더 괴로운 실험도 많이 견뎌주겠지?
아, 근데 그거 알아?
이제 실험 3일째라는 거.
선택지
남은 4일간 힘내.
눈을 감았다.
에테르의 경고대로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선택지
어떤 날은 기침을 하다 피를 쏟기도 했고.
오한과 몸살로 몸을 덜덜 떨어대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포기할래?
선택지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4일이 더 지나갔다.
마침내 실험 마지막 날.
어제까지의 일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모든 고통은 사라지고.
병은 완치되어 있었다.
살아남은 모르모트가 된 걸 축하해.
7호.
선택지
안 끝났으면 네가 이렇게 멀쩡히 옷 갈아입고 앉아있을 수 있을 거 같아?
선택지
왜. 내가 죽이기라도 할 줄 알았어?
말했잖아. 일주일 동안 만이라고.
나 일 많아. 일정으로는 거짓말 안 해.
선택지
아직도 걔들 생각이 나?
선택지
··· ···.
에테르가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꽤나 실험이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그 니케들을 걱정하고 있단 말이지.
이게 연기일까··· 위선일까··· 아니면 정말로 호구인 걸까?
이걸 정신력이 강하다고 해야 해··· 어딘가 결여되어 있다고 해야 해?
선택지
완치됐어.
누가 열심히 실험체가 되어준 덕분에 무사히 니케용 치료제도 완성되었거든.
선택지
무슨 보복? 아, 내가 그 니케들한테 화풀이라도 할 거냐고?
하아··· 날 무슨 노예 간수처럼 보는데.
그 니케들은 다 회사 소속 공공 재고 난 그 회사의 일개 직장인일 뿐이야.
내가 짜증 난다고 걔들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연구소에 정해진 규칙대로, 절차대로 마무리할 뿐이지.
선택지
실험 도중 사고 전환을 일으켰었다면 폐기될 거고 아니면 살아남겠지.
이 실험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고 전환을 일으킨 니케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거, 알잖아?
선택지
자, 그럼 얘기 다 끝난 거지?
그럼 나가자. 배웅해 줄게.
선택지
왜.
선택지
··· ···.
방주 도착.
선택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방주 공기다.
···시원하다.
실험체에서 해방된 기분이 어때?
밖으로 나오니까 좋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유로움, 이 평화로움이 주는 행복을 기억해.
다른 인간들이랑 똑같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살아.
괜히 발밑을 들여다보려 하지 말라고.
그래야 이 위선의 낙원에 오래오래 살아남을 거 아냐.
선택지
선택지
인간이? 그럴 리가. 계속 모르고 살걸?
선택지
글쎄. 비밀이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간들이 이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까?
그저 지상으로 보내는 니케를 지하로 보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할걸?
설령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필요악]이라 부르며.
이 평화로움을 누리고 싶어서 발밑의 진창을 모르는 척할 거야.
선택지
너처럼?
선택지
7호. 난 있지.
다음엔 네가 지상에서 불치병에 걸려왔으면 좋겠어.
지금보다 네 목숨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더는 협박의 수단으로 네 목을 걸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때도 네 정의로움이, 인간의 본능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이 [필요악]이 생각나지 않을지.
정말 궁금해졌거든.
선택지
잘 가. 7호.
다음엔 더 치명적인 병을 안고,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목전에 둔 채 다시 만나자.
내 정의로운 모르모트.
에테르가 뒤를 돌았다.
아··· 맞다. 또 깜박할 뻔했네.
저번에 빠뜨리고 주지 못한 게 있어서.
에테르가 쪽지를 던졌다.
선택지
이제 진짜 안녕.
에테르가 다시 뒤돌아 걸어갔다.
부스럭-
쪽지를 펼치자, 앞부분이 찢어진 종이에 글자가 쓰여있었다.
[P. 7호. 내 실험체가 되어줄 거지? 넌 정의로우니까.]
선택지
이전에 받았던 쪽지를 다시 펼쳐보았다.
[PM 11. 오른쪽 끝. CASE01. HEL]
두 쪽지를 연결해 보았다.
[PM 11. 오른쪽 끝. CASE01. HELP. 7호. 내 실험체가 되어줄 거지? 넌 정의로우니까.]
선택지
다시 에테르가 떠난 곳을 바라보았다.
쉿.
에테르가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필요악으로 가득한 심연 속으로.
선택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말없이.
심연 위를 걸었다.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