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타02 / 05
리타
원흉
[SCENE START]
바닥은 말할 것도 없다! 벽과 천장도 박박 닦거라!
저는 키가 작아서 천장을 닦을 수 없어요!
나도 나도!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리거라.
뚝딱뚝딱.
자, 사다리를 만들었으니 천장을 닦거라.
우와! 이렇게 단시간에 사다리를 만들다니 대단해요!
하하. 마이티 툴즈는 전지전능의 도구니까 말이다.
··· ···.
자, 이번엔 이곳이니라.
···여길 다 치운다고?
엄청 넓은데요?
보거라. 이 널브러진 자재들과 도구들을.
이대로 방치해놓으면 너무 위험하다.
도둑이 들어 훔쳐 갈 수도 있고, 비가 와서 부식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전초기지에는 도둑도 없고, 비도 안 와.
저기 세워진 저 드럼통.
안에 뭐가 들어있을 것 같으냐.
몰라. 뭐라도 들어있겠지.
액체 연료니라. 작은 불똥이라도 튀면 단숨에 타오른다.
··· ···.
여긴 드물지만 랩쳐와 전투도 일어나는 곳이니라.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만에 하나 여기까지 유탄이 날아와서 저기에 맞기라도 하는 순간.
네놈들이야 머리카락과 옷만 좀 태우고 끝이겠지만 애송이는 죽음에 노출된다.
그런데도 이걸 여기 이대로 놔둘 게냐?
···알았어. 치우면 되잖아.
그런데 여기 이 물건들. 너무 큰데요?
중장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리거라.
뚝딱뚝딱.
음. 잘 만들어졌구나.
리타의 옆엔 지게차가 놓여 있었다.
··· ···.
··· ···.
··· ···.
자, 그럼 내가 이 지게차를 움직일 테니 너흰 도우거라.
아니, 지게차를 이렇게 빠르게 만들 정도면 자동 청소 로봇 같은 거라도 만들어주던가!
그건 특허가 걸려있어서 만들면 안 되느니라.
몰래 만들어서 여기서만 쓰면 되잖아!
어허. 아니스야. 양심이라는 것은 어디에 두고 온 게냐.
아으, 짜증.
무기고.
보거라 이 기름때들을!
이런 걸 그냥 놔두면 굳어버려서 물건을 못 쓰게 되느니라!
박박 닦거라!
··· ···.
식당.
으음···!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음식 찌꺼기는 만악의 근원이다! 바로바로 치우거라!
이런 곳에서 식사라니! 언어도단이다!
···음?
!!
누가 냄비에 녹색 폐기름을 넣어놓은 게냐! 냄비가 엉망이 되어버리지 않느냐!
···그건 엠마가 만든 크림 수프야.
··· ···.
이번엔 애송이의 방이다!
선택지
하는 김에 같이 하면 좋지 않겠느냐.
지휘관님을 위해서라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왜지?
뭐··· 이것저것 있을 것 아냐.
잡지라던가, 뭐 영상물이라던가···.
선택지
···프라이빗 한 공간까지 다 함께 청소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다른 곳을 청소하자.
··· ···.
애송아.
밖에서 기다릴 테니 청소하고 나오거라.
청소가 제대로 됐는지 내 검사는 해야겠다.
··· ···.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지. 얼른 끝내고 나오···.
적당히 해.
음?
적당히 하라고. 뭐 하는 짓인데 이게.
아니스?
리타 네가 무슨 이유 때문에 청소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걸 강요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어울려줬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 ···.
아니스. 말이 너무···.
알았다.
다 같이 청소하는 건 이제 그만하자꾸나.
내 억지에 맞춰주느라 다들 고생 많았다.
리타···.
지금까지 전초기지를 주욱 둘러보면서 청소해보니.
내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냈다.
악의 축은 아니스 네놈이니라.
···엉?
···예?
지저분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장소에는 아니스 네놈의 물건이 있었다.
양말, 속옷, 머리카락, 먹다 남은 탄산수 병, 총기 청소 도구, 연예인 잡지 등등등!
···그게 내 거라는 증거 있어?
와르르르-
리타의 품에서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 보거라. 이 중에 네놈 것이 아닌 게 있더냐?
모, 모르겠는데?
애송이. 네놈도 여기 와서 보거라. 이 물건들이 누구 건지 확인해보거라.
자, 잠깐! 속옷 정도는 좀 치우지?
왜?
아 부끄럽잖아!
네 것도 아닌데 부끄러울게 뭐가 있느냐.
··· ···.
내 거 맞아. 그러니까 좀 치워줘.
리타는 펼쳐놨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 ···.
아니스야.
···쓰레기장 효과에 대해 알고 있느냐.
제아무리 깨끗한 곳이라도, 누군가가 쓰레기를 놔두는 순간.
[아, 쓰레기가 있는 걸 보니 여기가 쓰레기장이군.] 이라고 여겨 너도나도 쓰레기를 버리게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쓰레기장이 되어버린다는 얘기니라!
그래서, 내가 원흉이라는 얘기야?
당연한 말이니라!
그러니 난 네놈을 밀착마크해서!
이 전초기지를 청정 구역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 ···.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밀착 마크든 뭐든 맘대로 해봐.
내가 1, 2년 어지럽히고 다닌 줄 알아? 넌 날 못 막아.
하하. 건방진 녀석이로고.
네놈과는 살아온 인생의 길이가 다르다.
수십 년 동안 쌓인 관록이라는 것을, 내 네놈에게 알려주겠다.
재밌겠네.
암, 재밌고 말고.
···지휘관. 가만히 두고 보실 겁니까?
선택지
···예.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