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타05 / 05
리타
완성된 죽음
[SCENE START]
오셨습니까.
선택지
아직 누워있습니다.
누워서 핸드폰 하면서 놀고 있던데요.
···그냥 돌아갈까.
리타. 네가 먼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사과는 무슨.
앗, 그럼 싸우러 오신 건가요?
그것도 아니니라.
··· ···.
뭐, 흔하디흔한 노인네의 충고나 해줄까 싶어서 말이다.
···알았어. 잘 얘기해 줘.
그래. 알겠다.
아니스는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선택지
··· ···.
지휘관이 부르는데 입 다물고 있는 건 어디서 배운 예의더냐.
나는 할 말 없어.
··· ···.
조쉬 허밋.
??
검색해보거라. 마침 핸드폰도 들고 있을 테니.
··· ···.
잠시 동안 핸드폰 액정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15년 전 죽은 지휘관이네. 작전 중 사망이고.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왜 검색하라고 한 거야.
그게 네 미래니라.
아. 죽는 거? 그건 얘기 안 해줘도 잘 알고 있어.
랩쳐한테 죽든 사고로 죽든 어떻게든 죽겠지.
아무것도 못 남기고 죽는단 말이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름과 사망 여부만 남는다는 얘기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조쉬 허밋은.
내 이전 지휘관이니라.
··· ···.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의 지휘관들은 참으로 구제불능인 쓰레기들이 많았느니라.
그 사람은 그런 쓰레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사람이었다.
상냥하고, 배려심 있고, 양심이 살아있던.
멋진 녀석이었지.
한 가지 유일한 단점이라면, 인생을 막 살았다는 것이다.
미래를 꿈꾸지 않았어.
그때의 나는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니라.
아니스 네놈에 더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삶, 미래를 꿈꾸며 사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런데.
그리고 조쉬 허밋은 죽었다.
작전 중에 랩쳐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니케를 지키다가.
지상에 처음 올라가, 신나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철없던 니케를 지키다가 죽었다.
··· ···.
그 녀석은 미래를 꿈꾸지 않았어.
그래서 눈을 감을 때 만족하듯 죽었다.
그걸로 다 좋았다.
다 좋은 것 같았다.
문제는 녀석이 죽고 난 뒤였어.
중앙 정부에서 사람이 와 녀석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사람 이거, 개판으로 살았구만. 이래서는 뭐 따로 남길 것도 없겠네.
··· ···.
그 결과가 그거다.
조쉬 허밋. 작전 중 사망.
그 녀석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나만이 알고 있었다. 조쉬 허밋이 어떤 사람인지.
그 녀석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죽었어.
그러다 보니 온갖 루머의 주인공이 되었다.
생전에 니케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 스쿼드 운용 비용을 빼돌렸다는 둥 아주 질 나쁜 루머에.
그게 무슨 상관인데.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고.
남은 사람이 힘들다.
··· ···.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다들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해봤자.
그가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과 진배없느니라.
그렇게 그 녀석의 죽음은 미완성이 되었다.
서글픈 일이지.
너··· 죽음을 준비하고 있구나.
매일매일.
··· ···.
미래를 꿈꾸거라. 그 증거를 남기거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를 삶의 곳곳에 남겨, 그 증거들이 너를 알려주게 하거라.
어느 날 훌쩍 죽어버리더라도, 완성된 죽음을 맞이하거라.
그래야 남은 이들이 고통받지 않는다.
···나는 잘 안다. 아니스 네놈이 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난 네놈의 죽음이 완성되길 바란다.
··· ···.
아니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당장은, 힘들 거야.
그래. 그러면 되었다.
그럼 청소하자꾸나.
··· ···.
··· ···.
··· ···.
그··· 완성된 죽음이니 뭐니 다 이해하겠는데.
그거랑 청소랑 무슨 상관이야?
청소는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의 기본 중에 기본이니라.
이것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미래를 꿈꾼다? 언어도단이니라.
아, 그래서 교육의 일환이다? 제대로 사는 것에 대한?
그렇지 그렇지.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구나.
··· ···.
알았어. 화장실만 좀 갔다 와서.
그래그래.
아니스는 슬금슬금 사라졌다.
자, 볼트야. 우린 건물 밖 창문 밑으로 가 있자꾸나.
??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 칠게 뻔하니.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재밌지 않겠느냐?
컹컹컹!
4시간 후.
아니스는 리타와 함께 전초기지 곳곳을 청소했다.
··· ···.
선택지
뭐, 나도 아니스 녀석이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천천히라도 좋으니, 바뀌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라.
역설적이나, 우리에게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그러니 애송이 네놈이 할 일은, 아니스가 변할 때까지.
죽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선택지
그리고 애송이 네놈도.
죽지 말거라.
네놈은 좋은 녀석이다.
완전한 죽음이니 뭐니 하더라도, 안 죽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느냐.
자,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자꾸나.
선택지
말해보거라.
선택지
나 말이더냐.
··· ···.
하하.
말하지 않겠다.
내가 남겨놓은 것들이, 나를 설명할 것이니라.
그러니 긴 말은 필요 없을 것이야.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