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마나04 / 05

마나

신의 물방울

[SCENE START]

잔을 들이켰다.

여전히 산미나 향은 잘 모르겠지만,

목 넘김이 깔끔해서 좋았다.

선택지

마나

다행입니다.

마나

제가 처음으로 마셨던 술인데,

마나

목 넘김이 좋아서 그런지 입문자한테 좋은 술이라고 합니다.

선택지

마나

···예.

마나

여기 처음 온 날에 바텐더 분께서 잘 골라 주셨죠.

마나

··· ···.

마나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가, 안경을 고쳐 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나

예전에 말입니다.

마나

제 직책, 연구, 그리고 니케로서의 사명감까지.

마나

전부 다 내려놓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나

··· ···정정하겠습니다.

마나

전부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택지

마나

음···.

마나

생각해 보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날이었습니다.

마나

얼토당토않은 걸로 트집 잡는 슈엔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날이었죠.

마나

왜인진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나

매일매일 슈엔에게 휘둘리는 것도,

마나

남들에겐 말하지 못할 비밀에 시달리는 것도,

마나

제 연구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단 사명감에 짓눌리는 것도,

마나

다 그만두고 싶다.

마나

전부 다 때려치우고 싶다.

마나

그런 생각이 말이죠.

마나

그래서 제게 뭐라 하는 슈엔을 무시하고 무작정 M.M.R.을 뛰쳐나왔습니다.

마나

그때 우연히 이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나

니케가 되고 술을 마신 적은 없었지만,

마나

그날만큼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에 들어왔습니다.

마나

바는 소란스럽더군요.

마나

오늘과 달리···.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마나는 잔에 담긴 얼음을 굴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잦아들 때쯤 마나는 잔을 내게 내밀었고.

잔을 부딪히자, 만족한 듯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마나

홀로 구석 자리에 앉아 멍하니 메뉴판을 바라보는 동안,

마나

많은 니케가 바를 오갔고.

마나

많은 이야기가 바를 오갔습니다.

마나

진지한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

마나

그리고 정말 아무 영양가 없는 이야기까지.

마나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근래 쌓여온 것들을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마나

그제야 알겠더군요.

마나

다들 똑같다는 걸요.

선택지

마나

···예.

마나

각자의 일상, 그리고 직장에서 생긴 감정을.

마나

속에 쌓여온 걸 풀어내기 위해 바에 들어왔으니까요.

마나

그런 생각을 할 때, 바텐더가 이 술을 추천해 줬습니다.

마나

산미랑 향은 거의 없지만, 목 넘김이 좋아 입문자한테 추천한다면서요.

마나

그렇게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자니,

마나

바를 오가는 니케들과 저랑 다를 바 없다고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마나

뭔가 더 버텨도 될 것 같아서요.

선택지

마나

그때부터 여기 와서 홀로 술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마나

아까 여쭤봤던 것에 대한 대답이 좀 되었을까요?

선택지

마나

두서없었을 텐데, 전해져서 다행입니다.

마나

음···.

마나

술이 올라서 그런지, 뭔가 제 이야기만 계속했네요.

마나

지루했다면, 죄송합니다.

선택지

선택지

마나

그렇습니까.

선택지

마나

예?

선택지

선택지

마나

··· ···.

마나

그러겠습니다.

마나에게 잔을 내밀었다.

잔을 부딪히고, 마나는 남은 술을 전부 들이켰다.

그 뒤로 마나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진지한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

그리고 정말 아무 영양가 없는 이야기까지.

마나와 나, 각자의 방식으로 근래 쌓여온 것들을 풀어내며

한 잔은 곧 두 잔이 되고.

두 잔은 곧···.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