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니힐리스타04 / 05
니힐리스타
강자
[SCENE START]
이봐, 인간.
이리 가까이 와봐.
선택지
귀 먹었어? 이리 와보라고.
니힐리스타는 꼬리로 내 손목을 휘감아 휙 잡아당겼다.
야! 너 지금 뭐하는 짓···!
···눈도 감지 않고.
몸이 크게 경직된 것 같지도 않고.
어제부터 시작해서,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이 뻔뻔할 정도의 대담함은.
어제 일도 그렇고··· 넌 내가 겁나지도 않아?
선택지
왜냐고?
니힐리스타는 내 귓가에 얼굴을 가져간 뒤.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내가 숨을 뱉는 것도 여기.
화염 브레스가 나오는 곳도 여기.
난 내 숨의 열기만으로 널 녹여버릴 수 있거든.
선택지
철컥-
너.
어제부터 너무 선 넘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계속 이런 식이면 정보 교환이고 뭐고 그냥 쏴버린다.
···정색하기는. 장난이야.
이 몸이 되고 부수든, 녹이든. 뭘 파괴하는 걸 쉰 적이 없는데.
벌써 두 손 놓고 있은지 하루가 다 되어 가잖아.
나도 뭐든 가지고 놀 게 있어야지.
··· ···.
참,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수다쟁이한테 듣기로, 너랑 붙어 있으면 니케들의 성능이 오른다던데.
그거 사실이야?
선택지
씨익 웃은 니힐리스타가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선택지
흐으음.
이상하군.
이렇게 꼭 끌어안고 있어도, 조금 간지러운 것 말고는 별 느낌이 없는데.
좀 더 자극적인 걸 시도해봐야 하나?
선택지
선택지
···??
선택지
··· ···.
그럼. 궁금하고 말고.
토커티브 따위에게 절절매던 유사인간들이 이렇게 날 농락할 지경이 됐는데.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선택지
···뭐?
선택지
··· ···.
선택지
선택지
···하.
그러니까 네 말은.
인류를 배신하고 랩쳐의 사도가 되어 봤으니,
이번엔 랩쳐를 배신하고 다시 인류에게 돌아오라고?
선택지
선택지
선택지
조금 데리고 놀아줬기로서니, 별 말도 안 되는···.
인간.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내가 왜 가만 있으면 떠받들어질 선봉장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위를 보며 이를 드러내고 있는지.
설령 내가 갈구하는 게 뭔지 알더라도,
너희 인간들로서는 절대로 충족시켜줄 수 없을걸.
··· ···.
이거 참.
쓸데없는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은데.
마침 시간도 다 됐겠다.
슬슬 서로의 약속을 이행하고 갈 길 가는 게 어때?
나는 퀸의 정보를 줄 테니, 너는···.
푸슝--!!
순간적으로 스쳐간 빔 포에,
니힐리스타의 얼굴에 상처가 났다가 느릿하게 아물었다.
···??
···11시 방향에서 랩쳐 32기 육안으로 확인.
아니··· 더 쏟아져 나옵니다!
어어? 2시 방향에서도 몰려오고 있는데요?
아니, 이 정도의 수가 대체 어디 숨어있다가 나온 거야?
꼭 한참 전부터 매복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피슝-!
빔 포는 이번에도 니힐리스타의 몸을 근소하게 스쳐갔다.
··· ···.
이것들 봐라?
선택지
···뭐, 흔한 얘기야.
너희 인간들이 방주라는 좁아터진 굴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듯이.
지상의 주인인 우리에게도 약간의 세력 다툼은 있거든.
빌어먹을 해파리가··· 쓸데없이 감은 좋아서는.
내가 지나칠 만큼 오래 인간들과 붙어 있는다 싶으니까,
감시 겸, 여차할 땐 날 아주 흡수해버리려고 부하들을 보낸 모양인데···.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기이잉-
니힐리스타가 랩쳐 무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자
기계로 된 관을 통해 불길한 붉은 에너지가 흐르며,
용의 주둥이 같은 포신이 벌어졌다.
내가 좀 약해졌다고 해서.
딱히 저것들이 나와 비빌 수 있게 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어.
저거 설마 그거 쏘려는 건 아니겠죠?
그 필살기? 드래곤 브레스?
···미치겠네.
그런 무식한 광역기를 쓸 생각이면 미리 말을 해줘야지!
선택지
암벽 뒤로 몸을 던진 순간.
익숙한 열풍과 함께 전신을 녹일 듯한 고열이 쇄도했고.
키이잉--!
푸슝-- 쾅!!
사방에서 랩쳐들이 폭파하며 울부짖는 가운데
우리는 숨 죽인 채 니힐리스타의 싸움을···.
아니, 학살을 지켜보았다.
··· ···.
아직 수복되지 않은 몸에.
발악하는 랩쳐들의 탄환이 꽂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십의 랩쳐들을 짓밟으며 착지한 뒤.
기계로 된 용의 아가리를 벌려 온 지평선을 화염으로 뒤덮는다.
···어이가 없네.
정통으로 언체인드를 얻어맞고도 저렇게까지 날뛸 수 있다니.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바디야, 저건?
··· ···.
니케와 거의 같은 제조 과정을 거치는데도.
대체 무엇이 니케와 헬레틱을 이렇게까지 구분 짓는 걸까.
음. 역시 랩쳐와 [섞여서]일까요?
···그럼 흉내 내는 건 무리겠네.
만약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적어도 아직 지금의 방주는.
그 정도의 미지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못했으니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