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니힐리스타05 / 05
니힐리스타
불의 마음
[SCENE START]
타닥, 타닥···.
···끝난 걸까요?
랩쳐들로 들끓던 전장에는, 반쯤 녹아내린 부품과 탄내만이 가득했다.
선택지
···이야. 깔끔하게도 정리했네.
당할 때는 지긋지긋하더니,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까 뭔가···.
편하죠?
편하네.
허구한 날 단일기만 쓰다가 광역기 쓸 수 있는 캐릭터을 처음으로 얻은 기분이야.
낮게 비행하던 니힐리스타는,
우리 앞에 다다라 니케의 모습으로 변하며 착지했다.
···아.
한바탕 부숴버리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네.
잡것들이 너무 거슬려서 사정 안 봐주고 저질러 버렸는데.
그 난리통에 내 소중한 블랙박스가 휩쓸리진 않았겠지?
선택지
이 정도로 화려하게 날뛰어줬으니,
굳이 신호탄을 쏘지 않아도 에덴의 버러지들이 따라붙을 테고.
내 입장에서는 아주 귀찮고 성가셔질 거거든.
그럼 난 이만.
··· ···.
참.
다음에 널 사냥하는 데 성공하면.
널 죽이지 않고 열어보는 방법도 고민은 해보지.
선택지
뭐야?
선택지
··· ···.
선택지
선택지
···이봐, 인간.
하도 태평하게 잡담이나 나누다 보니 잊어버렸나 본데.
나는 이미 인류를 한번 배신한 이단이고.
퀸의 선봉장이자.
인간과 유사인간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이 죽여온 도살자거든.
···그리고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
내가 갈망하는 건, 결코 네 손으로는 채워줄 수 없다고 말이야.
선택지
나는 말이지.
단지 퀸을 끌어내리고만 싶은 게 아냐.
그녀가 가진 힘.
그녀가 통솔하는 병력.
그녀가 이 땅에 행사하는 모든 영향력을.
철저히, 이 힘으로 그녀의 손에서 빼앗아오고 싶은 거지.
그리고 언젠가 나는 그녀가 될 거야.
[최강]이.
이 지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왜냐하면, 그 정도로 높은 목표를 바라보게 되면.
당연한 귀결로 내 삶은 피와 살이 튀는 싸움으로 가득차게 되지 않겠어?
너도, 에덴도, 저 리버렐리오마저도 단지 그 과정에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이 진정으로 나를 들끓게 한다고.
나는 불이고.
언제나 타오르기 위한 장작을 필요로 하니까.
그 무한에 가까운 장작을 네가··· 아니, 인류가 제공해줄 수 있나?
만일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그 대용으로 방주를 불태우게 될 텐데.
선택지
역시 대답하지 않는군.
하긴.
아무리 그래도 나고 자란 곳에 불을 놓는 정신나간 놈은 없겠지.
···그럼.
으득, 으드득.
내가 다시 널 정복하러 오는 날까지.
다른 잡것들 손에 죽지 말라고, 인간.
기계로 된 거대한 용의 날개를 몇 번 치던 니힐리스타는,
곧 붉은 빛줄기가 되어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 ···.
··· ···.
··· ···.
선택지
이제 곧 요한과 인헤르트가 올 텐데.
말은 미리 맞춰놓는 게 현명하겠지?
자, 다들 잘 들어.
우린 한번도 니힐리스타와 대화한 적이 없는 거야.
협상이나 거래는 어불성설이고,
마주치자마자 [화염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크아아아.]하는 바람에
지원을 부를 틈도 없이 교전에 들어간 거지.
물론 중간에 신호탄을 쏠 기회가 한번쯤 오긴 했지만?
아쉽게도 플레어 건을 용암 속에 빠뜨리는 바람에···.
다음 시도를 할 기회조차 날려버렸어.
그래서 하루 종일 니힐리스타와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고전했던 거지.
···시나리오 괜찮은데요?
물론 요한은 엄청 한심해할 것 같지만요.
선택지
그래도 아주 수확이 없진 않았습니다.
헬레틱과 퀸에 관해서.
에덴은 물론, 방주의 고위층마저 알지 못할 정보들을 얻었죠.
그리고 니힐리스타 자신에 관해서도···.
결과와 상관없이, 설득을 시도한 건 유의미했다고 생각됩니다.
선택지
요한의 도착을 기다리며,
니힐리스타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와 같은 색으로 타오르는 석양.
닿을 수 없고.
절대로 닿아서도 안 되는.
언젠가 스스로마저 태워버릴 허무한 불꽃.
··· ···.
아마도 오늘과 같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날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 동안의 이 짧은 만남이, 더더욱 찬란한 것이겠지만.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