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사쿠라04 / 05
사쿠라
굽이굽이 감도는 길
[SCENE START]
사쿠라는 화병에 꽃을 꽂고 있다.
함께 길을 모색하기로 한 처지이니.
더 이상 군께 비밀을 만들어선 안 되겠지요.
그 [사업]의 시작은 이러했답니다.
지상에 나간 조직 소속의 콜렉터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환각제인 일루미나데신보다, 3배 이상 더 강력한 환각 성분을 가진 꽃을.
···믿을 수 있겠나요?
일루미나데신만 해도 암시장에서 엄청난 규모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보다 더 강력하다니.
이 꽃은 틀림없이 조직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조직의 홍복이 될 것이라고.
이것을 손에 넣은 선선대는 확신했지요.
그래서 관리국의 눈을 피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고,
마침내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방주에서도, 꽃을 대량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냈습니다만.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쿠라가 가위로 꽃 줄기를 잘랐다.
툭.
이 꽃의 가루는 치사량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어,
일정 시간 재배에 참여한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데다.
툭.
이것을 흡입한 사람이 겪게 될 부작용과 중독성은.
그 믿을 수 없는 환각 성분만큼이나 강력했기 때문이지요.
툭.
그럼에도 그 꽃이 벌어들일 돈이, 그것이 앗아갈 목숨값보다 더 많기에.
선선대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획이 이어져오고 있답니다.
선택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다들 모르는 척 눈 돌리고 있지요.
이미 오랜 시간 투자를 했고, 곧 결실을 맺을 사업.
포기하는 것도 아깝거니와, 모두들 그 사업으로 벌어들일 돈이
조직 간 가혹한 경쟁에서 우리를 이기게 해줄 거라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선택지
없지는 않습니다만.
조직이 가진 것은 대부분 불법적인 수단들이라.
무턱대고 확장했다간 중앙정부에 꼬리가 잡히고 말겠지요.
···더구나 이 이상 불법을 자행하는 건, 저 또한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선택지
··· ···.
선택지
··· ···.
당장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시겠지요. 이해합니다.
저 또한 오랜 시간 고뇌하고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니까요.
···잠시 바깥바람이라도 쐬고 오시겠나요?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으면, 좋은 기분전환이 될 거랍니다.
산들바람이 부는군요.
꽃이 핀 모양새를 보니, 벚꽃도 지금이 절정인가 봅니다.
···군.
혹시 팔짱을 껴도 되겠나요?
벚꽃 축제에서는 늘 가까운 남녀가 그리 하더군요.
한번쯤은 흉내내보고 싶었답니다.
선택지
··· ···.
이제 저도 조금은 알 것 같군요.
다들 왜 축제에서 이리 팔짱을 끼고 다녔던 건지.
···참, 그러고 보니.
바로 어제 군과 제가 차를 마신 자리가, 이 벚나무 아래가 아니었나요?
선택지
장소도, 사람도 같다고는 하나, 이제는 그때보다 인연이 더 깊어졌으니.
차 맛도 한결 더 깊어질 듯합니다.
애초의 목적도 기분 전환이었으니, 다과상을 내어오도록 하지요.
선택지
···얼마 후.
사쿠라가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
선택지
···!?
환상적인 맛과 향이다!
선택지
···후후, 역시 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군요.
이것은 우롱차의 한 종류로, 차 향이 진하고 그윽한 데다.
여러 번 우려내도 맛과 향이 유지되는 터라.
구시대에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던 차 중의 차였다 합니다.
선택지
그 이상으로 더 귀해졌지요.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이 방주에서 차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은,
중앙정부 산하의 동식물 관리국 정도가 아니면 갖출 수 없는 반면에.
부유층의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는 까닭으로, 가격도 천정부지로···.
··· ···.
그러고 보니 한 군데 더 있었군요···?
차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
선택지
···역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정답이었나 봅니다.
덕분에 그토록 원하던 해답을 찾았으니.
···잠시 후, 저택의 본당.
화원의 꽃을 모두 폐기할까 합니다.
···!!
대신 조직의 재정을 우려하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고려해,
수익이 될 만한 다른 사업을 구상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업이라뇨? 대체 무엇을···.
차입니다.
마침 제가 차를 좋아하니, 모두들 잘 알고 계시겠지요.
종류 불문하고 차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고가에 거래되는지.
그러니 화원에서 차를 대량으로 재배한 뒤, 블랙넷을 통해 유통하면···.
선대의 꽃으로 벌어 들이려던 수익쯤은 거뜬히 메우고도 남을 거랍니다.
···!!
조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주님.
이 사업은 선대가··· 아니, 선선대 때부터 전력으로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그랬던 것을 어떻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뒤집어버리실 수 있습니까?
이건 수익의 문제를 넘어서서, 조직의 명예를 헤치는 일···!
···겐조.
저는 모두의 의견을 포용하여 대안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떤가요?
죽은 이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도저히 대화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군요.
··· ···.
제가 보기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건 당주님이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에 어떤 패륜아가 부모가 일군 것을 이렇게 가차없이 내버린단 말···!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패륜?
이제 보니 제가 주인도 못 알아보는 개를 키우고 있었군요.
사쿠라가 장식대에 걸려 있던 총을 꺼내 들었다.
철컥-
그런 쓸모없는 것은 차라리 팽하는 게 낫겠지요.
···!!
선택지
···뭔가요?
선택지
···군.
이미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습니다.
내민 손조차 거부하는 자를 이 이상 포용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선택지
선택지
···!
선택지
··· ···.
천천히 좌중을 돌아본 사쿠라가, 총을 든 손을 내렸다.
좋습니다.
군의 얼굴을 봐서, 그의 목숨만은 붙여두도록 하죠.
하지만 이 일의 뒷처리만은 오롯이 제 방식대로 해야겠습니다.
···저를 따라와 주시겠나요, 군?
군에게 꼭 보여드려야 할 것이 있으니.
[SCEN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