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사쿠라05 / 05
사쿠라
만개한 벚꽃
[SCENE START]
···세이메이카이의 비밀 화원.
시야 가득히 꽃이 피어 있다.
하늘에 펼쳐진 것은 이터널 스카이의 모조품 같다.
이곳이 방주의 공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지요?
선택지
그럴 수밖에 없을 거랍니다.
하고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삼켜왔고, 또 삼킬 예정이었으니.
이 꽃들도 꼭 그 생명의 가치만큼 아름다워야겠지요.
··· ···.
지금부터 이 화원을 불태울 생각입니다.
부하들이 찬성하든 말든, 그따위 것은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세이메이카이가 저이고, 제가 곧 세이메이카이이니.
그 치부를 없애는 것도 저의 몫.
꽃이 불타면 부하들도 별수 없이 제 대안을 선택해야 할 테니
조직의 갈등도 자연히 해소되겠지요.
선택지
물론 제가 바란, 그리고 군이 바랐던 방식은 아니겠지만···.
결국 제가 다스리는 건 뒷세계의 조직이니.
때로는 그에 걸맞는 해결책을 택해야 할 때도 있지 않겠나요.
화륵-
사쿠라가 화원에 불씨를 놓았다.
···그럼, 이만 나가실까요?
온 화원에 불이 번지기 전에.
끼이익-
···하!
역시 이곳으로 오셨을 줄 알았습니다, 당주님.
안에서 무슨 짓을 하셨는진 모르겠지만, 절대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게, 겐조 님! 잠깐만 이쪽을 봐주십쇼!
안쪽에서 매캐한 연기가···!
뭐라고?
서, 설마···.
벌컥-!!
··· ···이럴 수가.
꽃이. 내 꽃들이··· ···!!
겐조가 문 앞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당주님.
어떻게 제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이 화원이야말로. 이 꽃들이야말로 조직을 일으켜세워줄 열쇠였는데.
이 꽃이 벌어다줄 돈만 있으면, 헤도니아도. 모란회도. 그 외의 모든 잡다한 조직들까지도!
전부 우리 밑에 굴복시킬 수 있었을 게 분명한데, 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신 거냐고요!
··· ···.
저야말로 이해하기 어렵군요.
밝고 깨끗하기 때문에 세이메이카이(淸明會).
과거에 초대 당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 조직을 일으켰고.
그에 반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데 지금의 세이메이카이에 그 시절의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그대는 사람을 죽여 사람을 먹여 살리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힘과 재물만 있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모여듭니다!
정말로 몰라서 이러시는 겁니까? 예?
···글쎄요.
다만 이것 하나는 잘 알겠습니다.
그대가 만들고자 하는 세이메이카이가 어떤 곳인지.
그것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귀들의 소굴이었군요.
···!!
적어도 제가 꿈꾼 세이메이카이는.
그대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름이고,
위기에 처했을 때 의탁할 수 있는 부모였으며,
어느 때에나 되돌아올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 ···.
긴 시간 함께 했음에도 그대와 생각이 달라 유감입니다, 겐조.
사쿠라는 뒤돌아 떠나려 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당주님!
저는 꼭 봐야만 하겠습니다.
저를 이렇게 찍어 눌러가면서까지 추구하신 그 길이 어떻게 끝나는지.
··· ···주인을 무는 개는 필요 없습니다만.
말 잘 듣는 개가 되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그 끝을 볼 때까지만 조직에 남게 해 주십쇼.
···얼마 후, 세이메이카이 저택의 본당.
보고 드립니다.
명령하신 대로, 화원에 13종의 차 나무를 밀반입해 심었고.
동식물 관리국의 연구 기록을 바탕으로 최상의 조건을 유지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요?
···총 13종의 모종 중, 6종은 싹을 틔우지 못했고.
싹을 틔운 나머지 7종 중에서도 5종이 말라 죽었습니다.
온도가 적합하지 않아서. 토양이 맞지 않아서. 생태계가 부적합해서.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 중 저희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전무했습니다.
··· ···.
그렇다면 나머지 두 종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것들도 말라 죽었습니까?
···그것들 또한.
예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야생 상태에서보다 더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더군요.
···!!
더구나 그 두 종이 시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종류여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당주님.
결국 당신이 틀리지 않았단 걸 증명해 내셨군요.
사실 저는 아직도 그 고상한 방식에 찬동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기왕에 하극상을 벌인 저를 내치지 않고 받아 주셨으니···.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 ···. 좋을 대로 하시지요.
···예. 그럼 저는 이만 화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잠시 후, 저택의 정원.
선택지
···예.
군께서 원하시던 정답은 아니겠으나, 그에 가까운 무언가는 이뤄낸 듯합니다.
지난한 과정에 함께 해주어서 고맙군요.
···아니,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혹시 바라는 보상이 있으신가요?
힘, 재물, 권력. 군이 원하시는 게 그 무엇이든 이뤄 드리지요.
당장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긴 시간을 들여서 그리 하겠습니다.
저의 세이메이카이는 역사가 깊은 조직이니,
앞으로의 역사 또한 지나온 역사만큼 길지 않겠나요.
선택지
선택지
목적··· 이라고요?
가벼운 생각으로 오신 줄로만 알았습니다만···.
역시 이곳에서 얻고자 한 게 있으셨군요.
그래서, 이제는 제게 말해주실 수 있으시겠나요?
선택지
[네가 당주의 친구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조직에 잠입]
[당주와 반대파 사이를 중재해줬으면 좋겠어]
[물론 그 사람들이 외부인을 반기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 인사를 건들 순 없을 거 아냐 ㅋㅋ]
사쿠라를 위한 일이니까 일단 해볼게.
선택지
선택지
···!!
부하들과의 마찰이 있었다고는 하나,
신변의 위협을 논할 정도의 사태는 아니었을 텐데요.
대체 그런 유언비어는 누구에게 들으신 건지···.
선택지
선택지
··· ···.
바꿔 말해서.
출처도 불확실하며, 사실 여부도 알 수 없는 문자만을 받고,
한달음에 저를 걱정해서 달려와 주셨다는 건가요?
···후후.
참으로 다정하신 분.
평범한 분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제는 의문이 들 지경이군요.
여태 그 다정함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을 흔들어 놓으셨을지···.
선택지
물론,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랍니다.
저 또한 이번 일로 충분히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군의 존재가 얼마나 곁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
선택지
하지만 어쩌면 좋을까요?
제겐 제 것을 남들과 나누는 취미는 없는데.
또각, 또각.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온 사쿠라는,
만개한 벚꽃의 비 속에서 나에게 입 맞췄다.
비록 도리를 지키려 힘쓴다고는 하나,
독점하고 군림하기 때문에 비로소 암흑가의 수장.
그러니 한번 이 마음 속에 들어오신 이상···.
군의 몸도, 마음도. 나아가 군의 미래까지도.
전부 이 사쿠라만의 것이어야 한답니다.
[SCENE END]